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안한 ‘민생 영수회담’ 탓에 정치권이 또다시 시끄럽다. 여전한 사법리스크에 집중된 여론의 시선을 영수회담 제안으로 분산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뜬금포’ 영수회담 제안은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집중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여론을 희석시켜 보려는 얄팍한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국민 여러분 눈에도 국면을 좀 바꾸고 주도해 가기 위한 하나의 방책으로 읽힐 것”이라는 등 씁쓸한 논평이 나올 정도다.
사실 이 대표가 대선 패배 이후 보였던 모든 행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비리 의혹이나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북송금 의혹 등 자신의 개인적 사법리스크에 대한 사실상 '방탄 시도'라고 의심받았다.
과도한 의심은 아니다. 시간을 되돌려 대선 직후 이 대표의 정치 행보 하나하나에 점을 찍어 선으로 이어 보면 그 방향성의 답이 딱 떨어진다. 줄기차게 자신의 개인 사법리스크 방어에 집중돼 있으며 지금도 진행 중임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 만류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이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정치적 연고도 명분도 전무한 인천 계양을 출마를 강행했다. 이어진 당 대표 출마, 느닷없는 단식, 영수회담 제안 등 하나같이 당권을 이용해 개인적인 사법리스크를 무마하려는 필사적 몸부림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비친다.
대선 패배 직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서둘러 진행된 정치 복귀와 당권 장악, 이 대표 검찰 수사를 향한 당 차원의 대대적 대응 등이 거친 비판 내지 조롱 속에서 꿋꿋하게 거침없이 진행됐다. 나라가 어찌되든 당과 민생이 어찌되든 상관없어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강성 지지자들의 묻지마 식 요란한 세 과시가 필수불가결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이 정말 그렇게 다수일지는 미지수다. 새삼 러시아혁명 주도 세력이 볼셰비키(소수파)였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결국 이 대표가 당권을 장악한 뒤 민주당은 입으로 민생을 외칠 뿐 그의 사법리스크에 민생 관련 현안 이슈가 온통 빨려 들어간 꼴이다. 그간 논의됐던 여야 당 대표 회담조차 민주당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터라 국회에서 '제1야당' '민생의 파트너' 대접을 받긴 어려울 것 같다.
정당사를 통틀어 이처럼 각종 범죄 혐의로 뒤범벅된 당 대표를 가진 정당이 있었던가. 이 정도 물의를 빚었으면 진즉에 물러나는 게 인류의 상식이겠지만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오히려 견고해지는 모습이다.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후 당 지도부를 친명계 인사로 갈아치우는가 하면 구속영장 기각 후엔 비명계 축출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럴 때 떠오를 수밖에 없는 속담이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려 놓는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중요한 비판세력 역할을 담당해 온 정당의 후신이자 수권 정당이기도 했던 민주당이 어쩌다 이 지경으로 전락했나 탄식하는 지지자들도 적지 않다.
참으로 기이한 민주당의 현실이다. 북한의 경우가 기시감을 부를 뿐 달리 예를 찾기 어렵다. 검찰의 치밀한 준비를 무력화시킨 법원의 영장기각은 대한민국의 삼권분립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이 위대한 시스템이 거대 야당의 사당화(私黨化)를 돕고 있으니 이 또한 기막힌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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