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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郡)에서 지원을 받아 면지(面誌)나 읍지(邑誌)를 만들 때가 많다. 특히 마을 이름을 놓고 토론할 때면 갖은 말이 다 나오고, 심한 욕설이 난무할 때도 있다. 실제로 지명을 조사하다 보면 전혀 관계없는 한자어가 나올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곤욕을 당한 경험이 있다. 이때는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마을의 나이 많은 분들의 의견을 따를 때도 있다.
금산군 제원면에는 닥실나루라는 곳이 있다. 임진왜란 때 조헌 장군의 첩과 관련된 재미있는(사실은 무서운)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이곳에 가면 저곡리라는 마을이 있다. 평소에 닥실과 저곡리의 관계에 대해 의문이 많았는데 마침 연구를 겸하게 되니 즐거운 마음으로 어른들을 만나며 의견을 모으고 채록을 시작했으나 적당한 답이 없었다. 닥나무 저(楮) 자를 쓴 것이 무슨 의미일까 자못 궁금했다.
결론은 무식의 소치였다. 금계포란형의 풍수로 마을 형상이 알을 품고 있는 닭모양이라 닭실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발음을 닥실이라 하다 보니 그것이 닥나무와 관련이 있는 줄 알고 닥나무골로 한자화한 것이 밝혀졌다. 지금이라도 그곳의 명칭은 닭실로 바꿔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닥실나루를 고집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마을에 닥나무는 한 그루도 없는데 말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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