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24 등 대국민 행정 서비스 플랫폼이 11월 중순께 3일간이나 일제히 ‘먹통’이 되는 사고가 터졌다.
간단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비롯해 부동산 거래를 위한 인감 처리까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행정 서비스가 모두 일시정지 되면서 주말 내내 애를 태운 사람이 많았다.
정부24 등 주요 대국민 행정 서비스망은 평일인 지난달 20일 월요일을 기해 정상화됐지만 국가 행정 서비스망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2일 일부 시간에 전국 주민센터와 읍·면 사무소에서 주민등록증·인감증명서 발급 및 전입신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고 23일 오전엔 조달청 나라장터가 1시간가량 먹통이 됐다. 24일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고용24 등 일부 서비스가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이번 국가 행정 서비스망의 장애는 단순히 개인 일상의 불편을 넘어서는 심각한 문제로 확대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27일엔 서울 소방재난본부의 지령망 일부 시스템에서 1시간가량 장애가 발생했다. 행정 서비스망의 장애는 차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일상생활 작업의 대부분이 휴대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현실에서 서비스망의 장애는 개인의 위기를 넘어 국가적인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정보통신(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 서비스 망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진 곳이 금융권이다. 일상에서 개인이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입금과 송금 등 계좌이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꺼내드는 것은 휴대전화다.
이런 금융서비스를 은행에 가서 은행원을 통해 이용한 게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면 기억도 안 날 정도로 까마득하다. 그만큼 우리나라 금융 업무의 대부분이 온라인뱅킹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사들이 지난 십여 년간 온라인뱅킹 강화에 천문학적인 재원을 들여 노력을 쏟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과거 오랜 기간 국내 주요 대형 은행들은 돌아가면서 온라인뱅킹 장애를 일으켰고 그 때마다 해당 은행들은 사회적인 질타를 받아야 했다.
그 와중에 2017년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인터넷은행의 포문을 열었고 2021년엔 토스뱅크가 3호 인터넷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권의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한 인터넷은행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은행권이 IT인력 대량 확보에 나서고 은행 앱 개선에 박차를 가한 것도 이즈음이다.
툭하면 뻗치기 일쑤에 제대로 된 서비스 항목을 찾기조차 어려웠던 종전의 난해했던 은행 앱도 ‘강력한 메기들’인 인터넷은행 3총사의 등장으로 최근 들어서는 거의 장애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은행 앱의 편의성도 크게 강화됐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이번 국가 행정 서비스망의 대대적인 장애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결국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망은 사람의 손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언제나 실수가 터지고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금융망의 안정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 특히 IT 전문가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우려되는 점은 아직도 금융권 내에서 온라인 부분을 맡은 IT 인력이나 관련 부서는 금융권 내 ‘메인’이 아닌 ‘서브’로 분류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최근 만난 한 은행권 관계자는 “수많은 은행 앱 서비스들 있죠? 그거 더 편하게, 더 많은 부분에서 더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요. 솔직히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개발자들이 그거 한번 해 보겠다고 마음 먹으면 안 되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개발자들은 자기들이 전문가라고 뭐만 시키면 무조건 처음부터 안 된다고 짜르기부터 합니다. 뭔 엄살들이 그리 심한지…. 아무튼 은행 앱 서비스가 개선되려면 무조건 개발자들부터 다그쳐야 해요”라고 말했다.
얼핏 들으면 어려운 업무를 회피하기 위한 은행 내 일부 특정 IT 개발자들의 잘못된 행실을 알려 주는 말 같지만 또 어떤 부분에선 은행 내 ‘메인 부서의 비개발자’가 전문가인 개발자에게 ‘갑질’을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 대목이다.
금융권에 이런 사내 문화가 만연할 경우 실력 있는 IT 전문가들은 금융사를 회피하게 된다. 실제로 온라인 상의 개발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은행 등 금융사는 ‘개발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것이 현실이다. 개발자들에겐 네이버·카카오 등 IT 전문 기업이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꾸리거나 직장으로서 일하기에도 금융사보다 훨씬 더 나은 곳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경쟁력 강화엔 온라인뱅킹의 안정과 개선이 필수요소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개발자’로 대표되는 우수 IT 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조직이든 사람과 그 사람이 지닌 독자적 능력·기술을 소중히 하지 않는 조직은 퇴보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를 소홀히 여기는 금융사는 결국 퇴보할 수밖에 없다.
후원하기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