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칼럼] 이젠 KBS가 ‘건국전쟁’ 방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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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이승만 다큐영화 ‘건국전쟁’ 승승장구
국가기간방송 KBS가 비로소 제 역할 할 때 도래
차제에 양질의 현대사 다큐물 쏟아 내야 정상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13 06:30:40

다큐 영화 ‘건국전쟁’은 요즘 매일 같이 새 역사를 쓰고 있다. 1일 개봉 이후 단 9일 만에 누적 관객 12만9575명을 모으며 ‘길 위에 김대중’을 간단하게 제압했다. 설 연휴가 흥행의 첫 고비라고 예측했지만 ‘건국전쟁’이 이렇게 선전할 줄은 몰랐다. 대목을 노린 장편 극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이렇게 다큐영화가 버텨 낸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11일 현재 누적 관객 수 24만1469명을 기록했다.

그래서 문화사적 기적이다. 과장된 비유가 아니라 그야말로 소년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린 격이고, 자유 우파의 피와 땀 그리고 아우성의 승리 맞다. 그 점 자축하자. 그 통에 제작비가 10배 이상이고 더불어민주당 등 조직이 움직인 김대중 다큐 영화 ‘길 위에 김대중’은 묵사발 났다. 반면에 김덕영 감독이 제작비 2억 원을 들인 건국 대통령 이승만을 다룬 다큐영화 ‘건국전쟁’은 승승장구 중이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자. 건국 대통령 이승만과 좌파 인간 김대중이 어디 비교 대상이던가? 함께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꺼림칙하다. 크게 보아 ‘건국전쟁’의 승리란 결국 좌파 영화판의 완패이며, 문화 전쟁에서 대한민국 세력의 부활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란 게 포인트다. 그동안 눌려 왔던 애국과 대한민국적 가치에 대한 잠재 수요도 만만찮다는 것도 확인됐다.

그럼 지금 무얼 해야 할까? 당장 우린 국가 기간방송 KBS가 ‘건국전쟁’을 방영하는 걸 요구해야 한다. 이렇게 균형 잡힌 양질의 현대사 다큐멘터리를 지난 20여 년 동안 KBS를 통해 시청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도 우린 다 안다. 김대중 시절의 사장 박권상 이후, 노무현 시절의 사장 정연주 이래로 KBS는 대한민국적 가치와 애국에 등을 돌려 왔다.

족보까지 까 보자.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해방구 방송의 신호탄이 KBS의 경우 10부작 현대사 다큐 ‘20세기 한국사-해방’(1999년)이었다. ‘독재’ ‘전쟁’ ‘빈곤’ 등 10개의 테마를 가지고 철두철미 민중사관에 입각해 현대사를 훑어 내렸다. 그건 지상파로 재구성한 운동권적 인식이었다. 악마의 책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대중적 확대판이기도 했다.

김대중은 그래도 노회했고 섣부른 짓은 하지 않았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김대중의 신임 아래 방송계 황제로 입성한 KBS 사장 박권상이 호남 출신 인맥을 쥐락펴락하며 그런 좌편향 프로그램 제작에 몰두했다. KBS가 총론을 제시하자 MBC는 각론에 들어갔는데, 그게 그 악명 높은 다큐 프로그램인 ‘이제는 말할 수 있다’(1999~2005년) 시리즈다.

당초 12부작으로 기획돼 분단·김일성 항일 투쟁·반민특위·제주 4.3사건 등을 조명했는데, 첫 방영 직후 정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노무현 시절까지 이어진 그 프로는 “100% 좌편향 프로그램”이라고 최도영·김강원의 단행본 ‘좌파 정권 10년 방송은 이런 짓들을 했다’(비봉출판사, 2013)는 규정하고 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시리즈가 제주 4.3사건에서 노근리 사건·부산 미(美)문화원 사건·간첩 황태성 사건 등 이슈별 프로그램이라면 KBS는 현대사 인물을 다루는 ‘인물현대사’ 시리즈를 내보냈다. 2003~2005년 꽉 찬 2년 동안이었다. 그렇게 ‘인물현대사’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는 지상파 쌍포(雙砲)를 통해 좌파는 무조건 띄우고, 자유 우파는 죽였다. 장준하·조봉암·김일성·김원봉·전태일·리영희·제정구·함석헌 등이 저들이 띄운 좌파 인물이고, 박정희·김창룡·이근안·허문도·육영수 등은 저들이 작살낸 우파다.

그게 현대사를 망쳐 놓았다. 좌파는 ‘건국전쟁’과 정반대 쪽의 좌파 다큐멘터리를 통해 오늘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언론·교육·문화 세 분야를 좌파 문화 권력이 장악한 참담한 현실, 뒤집한 나라가 등장한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런 환경 속에서 마음놓고 날뛸 수 있었다. 우리가 KBS에 ‘건국전쟁’ 방영을 요구하는 건 바로 그런 맥락에서다.

그럼 언제 방영할까? 타이밍은 영화관 상영이 다 끝나고 한 달 뒤쯤, 그러니까 3월 경이 어떨까 싶다. 그때는 학교별 단체 관람도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더 고조될 것이다. 생업에 바빠 미처 관람하지 못한 사람에게 KBS ‘건국전쟁’ 방영은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이미 관람한 사람들에겐 복습할 기회다.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다. 이번 한 번 방영으로 끝날 수 없다는 점이다.

‘인물현대사’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과는 비교가 안 되는 고차원의 현대사 다큐멘터리 제작도 이참에 이뤄져야 한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차원이 아니다. 대한민국 정상화가 우리의 목표다. KBS 사장 박민이 그런 작업을 하지 못한다면 무책임한 것이며,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새삼 인지하길 바란다. 그래야 법적 위상이 국가 기간방송인 KBS답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너무도 자명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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