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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71주년을 맞는 올해는 11월 미국 대선 이슈가 놓였다. 미국 정부의 한국 정책 밑그림은 ‘북핵 문제’ ‘남중국해 충돌 시 한국 역할’ ‘한국의 핵무장’으로 이어진다. 이를 두고 전문가 일각은 한·미·일 삼각동맹 완성을 통해 한·일이 함께하는 ‘핵무장’을 주장한다. 이의 중심에는 올해 예정된 미국 대선 유력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가능성이 ‘변수’로 놓였다. 그는 재임 당시였던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 철수 이야기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외교를 복원했고 한·미·일 정상은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발표했다. 3국 관계를 준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외교 역사상 전무후무한 ‘핵협의그룹(NCG)’이 출범하면서 국내 학계에서는 ‘한·미·일 동시 핵무장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안보 동맹 강화를 위한 최선결과제는 ‘핵 기반 동맹’으로의 도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한·일 간 외교 관계 복원에 이어 미국을 필두로 한·일 간 안보 협력으로의 격상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재일교포 2세인 서정근 야마나시현립대학 국제정책학부 총합정책학과 교수를 만나 한·일 관계 회복과 핵무장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서 교수의 진단은 냉철했다. 미·일 관계 중심 외교를 최우선 순위에 놓은 일본은 아직 한국을 대등한 카운터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3국의 ‘준(準)동맹’으로 격상할 것이라는 예측 또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일 간 동시 핵 무장’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다.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한·일 동시 핵무장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중요한 건 일본에 군대가 없다. 뿐만 아니라 육·해·공 기타 전력은 보유하지 않고 나라 교전권 또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포했다. 소위 평화헌법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동서냉전이 심각해지고 6·25전쟁이 발발한 탓에 미 점령군은 1950년 8월 일본에 경찰예비대를 설치했다. 1952년 10월에 개정돼 1954년에 자위대로 자리매김했다. 계속해서 군사력이 확충되며 일본 국민 인식은 평화헌법을 명목으로 군사력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때문에 일본 국민은 자위대를 군대라고 생각 안 한다. 말 그대로 스스로 지키기 위한 능력을 갖춘 조직이다. 타국 공격 능력이 있는 군대가 아니라고 본다. ‘군사’라는 단어는 머리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일종의 집단 최면으로 전후 머릿속에서 ‘군대’라는 단어가 지워졌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예를 들면 2018년 4월 일본 초계기 사건 때 해상자위대가 우리 해군 구축함을 향해 발신했던 말은 ‘This is Japan Navy.(일본 해군)’이었다. 이를 ‘해상자위대’라고 하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중학생이 영어시험 볼 때 navy를 해군이라고 번역하면 동그라미를 주는데 일본 국내 언론은 일체 쉬쉬했다. 언급 자체가 터부시 돼있다. 일본은 미군 점령하에 헌법 개정으로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무력과 위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면서도 스스로 군사력을 키워오는 이중 전략을 구사해 온 것이다.”
-핵무장 능력을 갖춘 일본, 핵 보유 안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 세계 유일한 피폭국가라서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가해자임에도 국제사회에 피해자임을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이기도 하다. 전쟁과 군사력 보유를 부정한 헌법을 가진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두 가지가 일본 국민으로선 단순·명쾌한 현실주의 흐름으로 볼 수 있는 ‘북·중·러’ 공산권 위협에 대항한 ‘자위군의 국군 변경과 핵무기 보유’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다. 일본 플루토늄 보유량은 약 45t(2023년도 기준)으로 핵무장이 가능한 양이다. 매번 논란의 핵심에 서 왔다. 핵 무장에 필요한 기술과 능력에 대해 일본 정부 입장은 ‘상세한 지식 없이 핵병기제조능력·핵병기운반능력·플루토늄 군사전용기술 입장은 확인이 어렵다’(2006년 10월·국회 질의응답)는 입장이다. 일본 국민은 충분히 갖추어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일본은 ‘핵은 갖지도 만들지도 들이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非核三原則)’을 지켜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원칙은 당연히 헌법정신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일본 아직은 ‘개헌의 강을 못 건넜다’는 것과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인정 안 하는 것, 이 두 가지 이유로 핵보유국 길을 걷지 못하고 있다. 전후 일본이 ‘평화국가’라는 고집을 가지고 있는 일본 국민 인식으로 인해 현실의 안보 환경이 아무리 일촉즉발로 다급하게 변해도 자신들이 믿는 이른바 ‘평화 치매’가 구제 불능이라는 막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미국과 일본, 동맹 수준을 평가한다면.
“중국이 대두할 때까지 일본은 아시아 유일한 선진국이고 대국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을 제치고 아시아의 연대를 주도할 만한 의지가 없으며 당연히 미국을 대신할 배짱도 없다. 미국은 전후 점령기부터 일관되게 일본의 대미 의존체제를 구축해 왔다. 재벌해체·농지개혁·노동 민주화의 3대 개혁을 실시하며 정치 경제체제를 압도적으로 다른 국가 대비 선진화했다. 또한 군사력 해체로 인한 국방 공백을 미군이 대체했다. 1960년에 미·일안보조약이 체결됐는데 군사도 포함됨을 일본 정부는 20년이 지난 1981년에서야 시인했다. 스즈키 총리는 군사를 부인했음에도 이토 외무상이 인정해 발언 철회를 하는 대신 내각불일치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안보는 전적으로 미군에 의존한다는 요시다 독트린(Yoshida Doctrine)을 30년 동안 일본 정부가 맹목적으로 지키면서 자위대가 군사력이 아니고 미국과의 관계도 결코 군사동맹이 아니라는 입장을 20년 동안 유지한 걸 인정한 것이다. 평화 국가라는 명분과 군사 국가라는 현실의 괴리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주일 미군 규모는 지난해 기준 5만 명을 넘었다.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듯이 6·25전쟁·베트남전쟁 때 일본의 미군 기지가 주요 거점이었다. 지금은 주일미군기지가 북한과 대만 유사시에 대비하고 있다. 주일미군에 관한 안건은 미·일 합동위원회가 협의해 결정한다. 구성원은 일본 측이 관료, 미국 측은 주일미군사령관. 회의록은 상호 동의가 없는 한 공개되지 않으며 실제로 공개 된 적이 없다. 또한 일본 국회 보고의무도 없다. 일본 국민에게는 협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고 정치인들조차 직접 개입을 못한다. 주도권은 미군이 쥐고 있으며 어떤 테두리 안에서 일본 관료들이 조정을 도모하는 구도로 보여진다. 일본은 평시에 자위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으나 유사시에는 미군과 일심동체가 돼야 하니 한국과 거의 똑같다고 보면 된다.”
-미국은 일본에 원자폭탄을 2번 떨어뜨렸다. 일본 국민 반미 감정은 어느 수준인가.
“당연히 반미 감정이 있다.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문제부터 시작하여 미군 장병에 의해 일본인들이 살해당하거나 폭행당한 사건도 있다. 다만 반미 감정의 목소리가 커지더라도 전국적인 반미 감정으로는 와 닿지 않는다. 과거 일본 국민은 ‘귀축미영(鬼畜米英· 악귀와 짐승 같은 영국과 미국)’이라 부르짖으면서 미국·영국과 전쟁을 치렀다. 이 때문에 많은 자국민이 학살당했다. 그럼에도 왜 많은 일본인이 가해자 미국을 우러러 받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 친히 얘기 나눈 일본 우파 인사들은 결코 친미가 아니었다.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왜 이럴까? 반미감정이 가려지는 것은 아주 교묘한 조율이 있었다는 느낌이 있다. 가장 먼저 일본이 태평양 전쟁에서 패했다는 것이다. 황국이라 자칭하고 하늘의 뜻이라 믿었던 전쟁이 완패했다는 사실에 더해 사실상 살아있는 신이라고 믿었던 천황이 미국 맥아더 장군과 동일 선상에서 사진까지 촬영한 것에 대한 감성적 충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미국은 천황을 정치적으로 살린 후 전후 처리 또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 전략은 ‘경제 성장’이었고 이에 따라 일본인들의 반미 감정이 봉쇄됐을 것으로 보인다.”
-얽히고설킨 한·일 관계, 낙관적 전망은.
“요즘 나카소네 야스히로가 총리였던 1980년대가 생각난다. 윤·기시다 셔틀 외교 재개를 보면서 5공 시절이 겹치는 듯하다. 그 당시 한·일 정상이 화목하게 외교를 전개했고 ‘한·미·일 동맹’이 일본에서도 가시화됐다. 일본 패전 시 나카소네는 해군 장교였다. 전후도 우파 대표적 인물로 여겨졌다. 그는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뜻이 맞아 일본 열도를 ‘불침 항모’로 비유했다. 또한 반공 방파제를 주장했던 전두환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그는 관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한국에 40억 달러의 이례적 안보 차관을 공여했고 이는 한·미·일 반공 체제 공고화를 노린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3공부터 노태우정부까지 한·일 관계는 그 이후에 비하면 그렇게 들썩거리지 않았다. 권위주의체제하에 반공 사상에 휘말려 사회통합 논리가 단순 작용한 탓도 있지 싶다.”
“문민정부인 진보·보수 막론하고 김영삼·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다섯 정부 다 김대중정부를 빼고 한·일 관계가 평탄하지 않았다. 5공 때와 지금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신냉전 구도가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전통적 공산 진영 노선인 북·중·러가 결속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한·미·일이 대치하고 있는 것 말이다. 이의 변수를 제외할 경우 과연 양호한 한·일 관계 유지가 가능할까. 나의 예측은 군사력행사를 염두에 두지 않는 한, 한·일 관계는 악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차라리 군사 이슈로서 한·일 동시 핵무장과 같은 긴장이 증폭하는 상황이라면 급하지 않은 이슈는 눈감고 연대하게 되리라 본다.”
“한·일 관계가 풀리지 않는 근본 요인은 상호 간의 문제이기도 하고 자국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일본 역사 인식을 비판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비판한다고 일본의 역사 인식이 바뀔까? 백년 이상 안 바뀐 인식이 바뀔 리가 없다. 독도는 일본 땅이 아니고 우리가 실효 지배 하는데 그들이 한국 땅이라고 인정할까? 해소되지 않는 상호 간 대립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큰 과제 중의 하나다. 이는 당연지사이며 오래되고도 항상 당면과제가 될 것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기 자신의 문제와 어떻게 대하는가. 우선 한·일 둘 다 모두 주권자 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선 식민지지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기 나라 역사를 성찰하고 후대를 위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만 지적하겠다. 한국은 현재 벌어지는 정치판의 개싸움·갈라치기·내로남불 등 혐오와 갈등을 해결해야한다. 일례로 항상 일본과 비교하는 것, 선진국임을 강조하며 초일류국가로 발전하겠다고 공언하는 것. 경쟁에 이겨야만 한다는 사고방식. 이런 콤플렉스에 인한 사고방식을 버리고 자존심보다 자존감을 중요시 하는게 필요하다고 본다.”
프로필 △야마나시현립대학 국제정책학부 총합정책학과 교수△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연구펠로우(2001.10-2002.9)△주일대한민국대사관 자문위원(2018〜2020) △국제고려학회 일본지부 이사.△민주평통자문회의위원(2019~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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