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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10년 전 선보였던 대한민국 부의 지도를 새롭게 쓴다. 전통 부촌 성북동이 ‘문화 뉴 리치’ 아지트로, 강남 논현동이 ‘연예인 원픽’ 하이엔드 주거지로 진화하는 동안, 대한민국 금융의 심장 ‘여의도’에서는 부의 지도가 어떻게 재편되었을까. 10년 전 여의도는 명실부상한 증권가와 언론사가 밀집된 ‘업무 지구’의 상징이었다. 고층 빌딩 숲은 밤이 되면 텅 비었고, 주거 지역은 재건축 기대감만 가득한 낡은 아파트 단지라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여의도는 ‘영앤리치(Young & Rich)’와 신흥 자산가들의 투자 실험실이자, 최신 라이프스타일과 부(富)가 결합된 ‘도심 속 럭셔리 커뮤니티’로 변모했다. 이번 기획은 지난 10년간 여의도에서 일어난 부의 흐름과 그 변화의 주역들을 조명하면서, 업무 중심의 섬에서 주거와 문화가 어우러진 부촌으로 거듭난 여의도의 역동적인 진화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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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떠난 자리 IT·금융 기업 들어선 여의도 마천루
여의도 부의 상징은 과거 ‘여의도 증권가’의 증권맨들이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곳은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의 성지였으나, 지난 10년간 여의도는 ‘전통 금융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넘어 새로운 산업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가장 큰 변화는 전통 금융사의 탈(脫) 여의도 현상이다. 많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강남 테헤란로 등으로 사옥을 이전하며 금융 색채가 옅어졌다. 대신 그 자리를 정보기술(IT)·핀테크·스타트업 계열의 새로운 자본이 채우고 있다.
올해 3월31일 카카오페이증권은 여의도파이낸스타워에 새 둥지를 틀고, 투자은행(IB) 등 전문 금융 분야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판교-여의도 투트랙 운영’을 본격화했다. 카카오뱅크도 앞서 2022년 1월 여의도 파크원(Parc.1) 타워2에 고객과 금융 전문가를 이어주는 비대면 오피스를 마련했다. 이곳은 직원의 약 25%가 근무하는 주요 거점 중 하나다.
핀테크 전문공간인 서울핀테크랩은 서울시가 금융중심지 활성화 및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여의도 오투타워에 조성한 국내 최대 규모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기관이다. 이곳에는 2024년 12월 기준 161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마포대교를 통해 여의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마천루 파크원 타워1·2와 국제금융센터(IFC)는 여의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급성장한 IT 기업의 본사 및 대형 회계법인, 글로벌 컨설팅 펌의 입주가 줄을 이으면서 여의도 부의 주역이 ‘정장 입은 금융인’에서 ‘캐주얼 차림의 테크 자산가’로 세대 교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들은 기존의 안정적인 부와 달리,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에 익숙한 혁신가들로, 여의도 부동산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새로운 소비층이 됐다.
파크원은 타워1·2와 더현대서울 백화점, 그리고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로 구성된다. 2021년 개장한 더현대서울은 금융가를 대표했던 여의도가 주거지로서 매력을 얻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부여했다. 더현대서울은 ‘미래형 백화점’이라는 콘셉트 아래 명품 편집숍과 트렌디한 F&B(식음료)를 유치하며, 젊은 부자들이 선호하는 ‘럭셔리 라이프 중심지’로 여의도를 각인시켰다. 이로 인해 단순히 주거의 개념을 넘어 ‘소비와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확장되면서, 여의도는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신흥 하이엔드 주거 지역으로 급부상했다.
최고급 주거 단지 vs. ‘재건축’ 기대 속 들썩이는 노후 아파트
IFC 몰과 콘래드 서울 호텔이 2012년 문을 열며 여의도에는 생활 편의성과 럭셔리 이미지가 구축됐다. IFC 몰(International Finance Center Mall)은 트렌디한 브랜드와 F&B를 유치하며 여의도의 쇼핑 지형을 바꿨고, 럭셔리 호텔인 콘래드 서울은 여의도에 ‘하이엔드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성을 부여했다. 이와 함께 최고급 주거 복합단지인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 등은 여의도에 거주하는 전문직 종사자와 기업인들에게 강남 못지않은 편리하고 세련된 주거 환경을 제공했다. 실제 여의도의 신축 주거 시설에는 젊은 IT 기업 임원, 전문직 종사자 등 ‘영앤리치’ 세대의 전입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여의도의 부를 재편하는 신축 주거 단지의 핵심으로 ’브라이튼 여의도’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는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로 옮겨간 구 MBC 본사의 사옥이 있던 부지에 들어선 이 주상복합단지는 아파트동과 오피스텔동(각각 49층), 그리고 앵커원(anchaor1)이라는 명칭을 가진 오피스동(32층)으로 구성됐다. 브라이튼 여의도의 가장 큰 특징은 호텔급 컨시어지 서비스와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도입해 최고급 주거 환경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2023년 9월 입주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매매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와 아파트 실거래가 앱 ‘호갱노노’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말 기준 50건 이상의 매매가 있었고 최근 실거래 기준 1개월 평균 매매가는 52억2600만 원이다.
무엇보다 여의도 아파트의 부는 지난 10년간 ‘재건축’이라는 테마로 관심이 집중됐다. 1970년대 지어진 노후 아파트들은 끊임없는 규제와 기대감 속에서 가치가 춤을 췄다. 현재는 재건축 조합 설립을 마치거나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앞두고 있는 등 재건축 기대감과 함께 매매가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호갱노노’에 따르면 수정, 삼부, 삼익, 공작, 서울, 장미, 대교, 은하, 화랑, 한양, 시범, 목화 등 약 50년 된 두 글자 한글 이름의 아파트들이 20억대 후반~30억대 후반의 매매가를 형성하고 있다(최근 실거래 기준 1개월 평균).
신흥 자산가들이 선택한 매력적인 ‘하이엔드 주거지’
여의도 부동산의 부의 흐름은 전통적인 재벌가보다는 ‘자수성가형 부자’들이 이끌고 있다. 전통 재벌가들이 성북동이나 한남동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여의도는 금융과 IT 산업에 기반한 신흥 자산가들이 주거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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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는 최신 라이프스타일과 부(富)가 결합된 ‘도심 속 럭셔리 커뮤니티’로 변모하는 가운데 1970년대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의 재건축 기대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의도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인사들.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경제·재계 인사 중에는 윤길준 동화약품 부회장(여의도 자이), 오창희 세방여행 회장(롯데캐슬아이비),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과 김명한 전 KB투자증권 대표(대우트럼프월드1), 이원태 금호건설 고문(금호리첸시아) 등이 10년 이상 여의도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최율미 전 MBC 아나운서(롯데캐슬아이비)도 2006년 이후 줄곧 여의도를 지키고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비교적 최근 여의도에 둥지를 튼 인물 중에는 구창근 전 CJ ENM 대표가 2017년 여의도 자이를 당시 약 16억9500만 원에 매입했다. 같은 평수가 현재는 39억50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재훈 동아에스티 대표이사도 2017년 삼부아파트를 9억2000만 원에 매입했는데 현재는 36억 원을 호가한다. 이호정 SK네트웍스 대표이사는 2023년 금호리첸시아를 21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연예인 중에서는 개그맨 박명수가 2004년 서울아파트에 자리를 잡았고, 이후 2010년 배우 이소연이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 위층을 21억 원에 매입했다. 해당 평수는 현재 83억 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년 사이 매매가가 약 4배 상승한 것이다.
트로트 가수 장윤정 또한 2022년 여의도에 들어서는 고급 숙박시설 ‘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 서울’의 펜트하우스를 53억 원에 분양받으며 여의도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는 주거시설이 아닌 생활형숙박시설로 2026년 10월 준공 예정이다.
이처럼 여의도는 기존의 증권가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부의 지형에서 벗어나, IT·문화·엔터테인먼트 등 새로운 산업에서 성공한 ‘영앤리치’와 ‘신흥 자산가’들이 적극적으로 유입되는 ‘투자 실험실’이자 ‘트렌디한 거주지’로 진화하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의도는 강남이 가질 수 없는 ‘금융 중심 지구’라는 상징성과 한강과 샛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동시에 갖춘 독보적인 곳”이라며, “특히 재건축을 통해 50~60층의 초고층 주거 타운으로 변모할 경우, 강남의 압구정동과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하이엔드 주거 벨트’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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