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신임 총리가 외교 역할을 통해 직무를 개시한 모습이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7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각각 전화 통화를 하고 가자지구 전쟁 휴전을 촉구했다. 이전 보수당 정부보다 한층 진일보한 내용의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전쟁 휴전의 시급성과 인질송환, 인도적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특히 종전 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의 장기적인 조건 보장이 중요하다면서 PA의 효율적인 가자지구 통치를 위한 재정적 뒷받침에 관해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의 충돌에 우려를 표하며 신중히 행동할 것을 역설했다.
한편 아바스 수반과의 통화에서 스타머 총리는 가자의 극심한 피해와 고통을 언급했고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이 평화 프로세스 기여라는 생각에 변함 없으며 팔레스타인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래미 외무부 장관이 “이스라엘 가자 문제에서 보다 균형잡힌 입장을 택할 것”이라고 말한 이튿날 이들 양측과의 통화가 이뤄졌다.
총선에서 스타머의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긴 했지만 무슬림 인구가 많은 선거구에선 친팔레스타인 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했다. 노동당 입장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FT는 새 내각의 정책이 대(對)이스라엘 무기수출 허가 지속의 합법성 평가를 비롯해 유엔 팔레스타인난민 지원자금 재개 여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할 경우 어떻게 할지 등등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는 9~11일 미국 워싱턴DC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참석, 18일 영국 런던에서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주재를 통해 외교무대에 본격 데뷔하게 됐다. 래미 장관이 앞서 ICC 체포영장 발부 시 이를 집행하겠다고 말한 반면 스타머 총리는 결정이 나오면 그때 가서 다루겠다며 한 발 물러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전쟁‧가자전쟁 등 불안한 국제정세, 유럽 내 자국중심주의 돌풍 등 기존 질서가 뒤흔들리는 시대를 영국의 온건 좌파 총리가 어떻게 헤쳐나갈지 이목이 쏠린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 총리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서방 동맹국들이 불안한 격랑에 휘말린 가운데 브렉시트 이후 드러나지 않던 안정적‧전통적‧중도좌파적 영국 이미지를 보여줄 드문 기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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