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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공공기관의 부실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님이 드러났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신보)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최근 ‘2024~2028년 중장기 재무 계획’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하면서 2028년까지 총 3조4995억 원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 공공기관을 동원해 벌여 왔던 각종 지원사업의 후폭풍이 몰아닥친 것이다. 두 기관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은 재무 부담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보의 대위변제액은 2022년 1조3599억 원에서 지난해 2조2759억 원으로 67.4% 늘었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위탁보증을 한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캠코의 부채비율은 올해 222.2%로 전년(181.7%)보다 40.4%p나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돈을 차입을 통해 충당하다 보니 재무지표가 가파르게 악화한 게 주된 원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오히려 지원사업 범위를 더 넓히고 있다. 최근 새출발기금의 채무 조정 대상 기간을 7개월 확대해 기금 지원 규모를 이전보다 10조 원 이상 늘리기로 했다. 정부가 신규 사업을 벌일 때마다 추후 비용을 충당해 주겠다고 하지만 나라 살림이 빠듯하다 보니 실제 지원금은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공기관의 건전성 지표가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가용 재원을 감안해 사업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불만’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주목되는 것은 우리나라의 금융공기업이 상대적으로 부채가 많다는 사실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의 국제기준에 따라 금융공기업의 부채를 추정한 결과,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62.7%를 기록해 비교 가능한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개국 가운데 월등히 높았다. 2019년 일반정부 부채 대비 비금융공기업 부채의 비중은 48.8%로 8개국 중 가장 컸다.
이는 대부분 공사채 발행 방식으로 생겨난 빚이라는 특징을 띠고 있다.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사채는 신용도만 높으면 대규모로 발행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기업은 파산할 것 같으면 정부가 미리 나서서 채권의 원리금을 대신 지급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자체 펀더멘털(국민소득·고용지표 등 거시경제지표)과 상관없이 거의 항상 최상의 신용도를 인정받고 있다. ‘태생적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공사채는 민간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되고, 금리 할인 효과는 연간 약 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공기업의 암묵적 지급보증은 우리 경제에 큰 폐해를 끼치고 있다. 공기업은 재무건전성이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고, 정부도 무리한 사업을 할당하게 돼 이중의 도덕적해이를 초래하고 있는 현실이다.
윤석열정부는 이제라도 모든 공사채를 원칙적으로 국가보증채무에 포함하고, 공식적인 관리를 받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신보와 캠코 등 금융공기업에 대해 은행에 비견되는 정도의 자본 규제를 적용해야만 부실을 막고 재무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한 평상시에는 일반 채권과 같이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발행기관의 재무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하면 해당 채권이 그 기관의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원리금 지급 의무가 소멸하는 ‘채권자 손실분담형’(bail-in·베일인) 채권을 공기업에 도입하는 것도 긍정 검토하길 바란다.
아울러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공기업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통해 능력 있는 직원들이 업무효율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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