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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동산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예상치 못한 장벽인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에 직면하게 된다. “내 돈으로 내가 집을 사는데, 왜 출처를 따지냐”는 불만도 일지만, 최근 10·15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국세청의 자금 검증 강도가 전례 없이 높아지면서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서 정보는 국세청의 실시간 레이더 위에 올라가며, 사실상 상시 감시 체제가 가동되고 있다. 계획서를 대충 쓰거나 허위로 기재했다가는 세무조사 대상이 될 리스크가 매우 커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얼마짜리 집을 사야 이 ‘출처’를 밝혀야 할까.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및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규제의 핵심은 지역과 가격이다.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 지역으로 묶인 곳에서는 주택의 거래가격과 상관없이 매매계약 당사자는 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에 자금조달계획서를 관할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비규제 지역의 경우에도 6억 원을 넘는 주택을 취득하면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특히 규제 지역에서는 단순 계획서 제출을 넘어, 자금의 출처 항목별로 금융기관 예금액 증명서, 증여·상속세 신고서 및 납세증명서 등의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함께 첨부해야 한다. 국세청은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자금 출처를 사후가 아닌 거래 시점에서 곧바로 들여다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자금조달계획서를 부실하게 제출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세무조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 계획서가 증여추정의 단서가 되어 국세청에 통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제45조는 ‘재산 취득일 전 또는 채무 상환일 전 일정 기간 이내에 취득 재산의 가액 또는 채무 상환 금액이 직업, 연령, 소득, 재산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소득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하여 과세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즉, 소득이나 재산에 비해 과도한 고가주택을 취득했거나, 증빙 없이 가족 간에 자금을 이동시킨 정황이 포착되면 증여세 조사 대상이 되는 것이다. 최근 국세청은 소득이 거의 없는 젊은 세대가 고가 주택을 취득한 후, 자금 출처를 '기존 아파트 매각 대금'이라고 기재했지만, 사실은 그 기존 아파트 취득 자금 역시 부모에게 불법 증여받은 것으로 확인되어 거액의 증여세가 추징된 사례를 공개하며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세법은 납세자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 위해 증여추정의 배제 기준을 두고 있다. 상증세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라, 취득 재산의 자금 출처를 소명하지 못한 금액이 “취득가액(또는 상환액)의 20%”와 “2억 원"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증여추정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주택이라면 20%(2억 원)까지는 소명하지 않아도 증여로 추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규정은 납세자가 과거 소득이나 지출 등을 100% 완벽하게 증명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행정 편의적 기준이다. 또한, 국세청의 내부 훈령인 자금출처조사 업무처리규정에는 연령대별로 주택 취득액 합계액 기준을 두어 소액 거래에 대한 조사 배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납세자가 이 증여추정 배제 기준을 증여세 면세 한도로 오해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세법상 배제 기준에 해당한다고 해서 실제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준은 단지 조사 대상자 선정 단계에서 증여로 ‘먼저 추정하지 않겠다’ 의미일 뿐이다. 만약 자금 출처 미소명액이 배제 기준 이하라 할지라도, 실제 가족 간의 증여 사실이 확인된다면 당연히 증여세는 과세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무 전문가의 시각에서는 이 배제 기준 자체가 워낙 낮은 수준이어서, 고액 주택 취득이 아니라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한다. 앞으로 국세청의 자금출처조사는 고가주택(30억 원 이상), 연소자(사회 초년생), 신고가 거래, 재건축·재개발 구역 등의 키워드에 집중될 것이므로, 해당 거래를 앞둔 납세자는 자금 출처에 대한 철저한 소명 준비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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