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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여 년간 세계화 추세 속에 자유무역이 미국 내 일자리와 부를 박탈했다고 트럼프는 믿었다. 중국 수입품만으로도 2000년대 들어 미국내 1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니까. 미국 내 저학력 계층의 일자리와 소득은 줄고 부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아이오와주에 있는 육류 가공 공장을 방문했었다. 그때 그는 1980년에 채용된 한 직원이 초봉으로 시급 16달러를 받았는데 37년이 지난 당시에도 여전히 시급이 16달러라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 당시의 ‘건국의 아버지들’에게서 해결책을 찾는다. 1789년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최초의 관세법에 서명한 날로부터 남북 전쟁 때까지 관세는 연방 조세 수입(세수)의 90%를 차지했다는 점에 트럼프는 주목했다. 그는 선거 유세 당시 이 점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도입한 감세 정책으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꾸는 데도 관세가 필수적이라고 봤다.
교역 상대국들이 관세를 부담함에 따라 미국 세관은 매달 약 3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밀려 들어오는 현금을 두고 전 미국민들에게 1인당 최소 600달러의 환급금을 지급하자는 법안이 벌써 나왔을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관세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해를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이 크다.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미국은 올해 물가 상승으로 올해 가구당 평균 2400달러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례로 신발·의류 가격이 단기적으로 최대 40%, 장기적으로는 17~19% 상승할 것으로 봤다.
앨런 울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연구원은 “미국과의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여타국들끼리 무역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전략이 미국 경제를 악화시키고 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쳐 미국의 고립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긍정 평가도 있다. 보수주의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콤파스’의 오렌 카스 연구원은 “기술, 금융, 미디어 중심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한 공장에 일자리가 창출되어 경제 허브 역할을 하게 되면 이발사, 바리스타 같은 여타 일자리도 생성된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변화가 미국과 세계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미국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상태이므로 수개월 안에 판결로 정책이 뒤집힐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을 상대적으로 ‘자비롭고 관대한 패권국(benign hegemonic power)’으로 인식해 왔던 세계인들은 마음에 변화가 생길 듯하다.
게다가 관세로 향후 10년간 2조 달러 이상의 추가 세수가 발생하는데 이는 중독성이 있어 중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율 관세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얘기여서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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