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궐석재판…계엄군 증언 누적, 방어권 행사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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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연속 불출석에 재판부 “불이익 감수하라” 경고
고·정 전직 장성 “선관위 서버 확보 지시, 위법 인지”
핵심 정치인 체포 지시·국회 단전 언급 등 정황 드러나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9-02 13:59:09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혐의 재판에 7회 연속 불출석한 가운데, 재판정에서는 계엄군 핵심 인사들의 증언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증언들은 하나같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을 보강하는 내용으로, 윤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로 축적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속행 공판을 궐석으로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재구속 이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단 한 차례도 법정에 서지 않았다. 재판부는 “자발적 불출석”이라며 인치가 불가능하다는 구치소 측 보고에 따라 궐석재판을 결정했다.

재판부는윤 전 대통령의 불출석이 이어지자,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으로 본다. 불이익을 감수하라”고 경고했다. 이는 궐석재판이 장기화되면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음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재판에 출석한 계엄군 증인들은 당시 지휘부의 위법한 명령과 대통령과의 연계 정황을 증언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계엄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당시 지휘부의 위법한 명령과 윤 전 대통령과의 연계 정황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먼저 고동희 전 국군정보사령부 계획처장(대령)과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준장)은 지난달 10일 열린 10차 공판에서 “비상계엄 직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명령이었고, 당시에도 적법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고 전 대령은 “그 순간 떳떳하지 못한 일에 연루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고, 정 전 처장 역시 “서버 확보 지시가 내려왔을 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직감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구민회 전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국회 계엄 해제 의결 직전 내려온 체포 지시를 증언했다. 그는 “지휘부로부터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세 인물을 먼저 체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직접 작성한 체포자 명단을 포스트잇에 적어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이 제시한 해당 메모에는 세 인물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구 전 과장은 “내가 직접 작성한 것이 맞다”고 시인했다. 이는 국회 표결 자체를 무력화하려 한 의도를 뒷받침하는 핵심 증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달 21일 15차 공판에서 김영권 특전사 방첩부대장(대령)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발언과 관련된 정황을 전했다. 그는 “곽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이후 이전까지는 나오지 않았던 ‘국회 전기 차단’, ‘테이저건 사용’ 같은 강경 조치들이 거론됐다”고 증언했다. 김 대령은 “직접 단전을 지시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의 불만과 압박을 전달받은 이후 강경한 표현이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날 열린 16차 공판에서 이민수 중사(당시 수도방위사령관 운전 수행 부사관)는 계엄 당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윤 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통화에서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사실상 계엄령을 반복 시행할 수 있다는 의중을 드러낸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도착해 하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이 불리한 증언이 나오는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은 직접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증언을 반박할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는 불출석이 반복되면 재판부 심증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으며 구속 피고인의 불출석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출석해 방어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주요 증언들이 누적된 상황에서 향후 전략적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군 수뇌부 인사들의 ‘불법 명령 증언’, 여야 지도부 체포 지시 정황, 그리고 윤 전 대통령의 통화 발언까지 쌓인 만큼, 뒤늦게 출석해 반박하더라도 증언의 신빙성을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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