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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유럽의 양과 염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스크래피라는 질병이 있다. 진전병으로도 불리는 이 질병은 온몸을 긁거나 비비는 증상(scrapie)을 특징으로 한다.
이 질병은 중추신경계에 스폰지 형태의 변화를 일으키며 불안, 보행 장애, 기립불능, 전신 마비 등의 증상을 보이다 결국 100%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이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게 프리온이다.
또 200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광우병 논란, 그리고 현대 의학의 마지막 난제인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의 중심에는 평범한 단백질에서 시작된 예측 불가능한 괴물 ‘프리온’이 있다.
신간 ‘프리온병, 가장 낯설고 가장 위험한 치매 이야기’는 바로 그 프리온병에 대한 종합 안내서다.
프리온병은 일반적인 감염병과는 완전히 다른 질병이다. 바이러스나 세균처럼 유전물질(DNA나 RNA)이 있는 것도, 암처럼 유전적 요인만으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몸속에 있는 단백질이 잘못 접히는 것만으로 시작된다. 이 변형된 단백질이 마치 도미노처럼 주변의 정상 단백질을 비정상적으로 바꿔놓으며 뇌에 스펀지같은 구멍을 뚫는 것이다. 이 질환은 일단 시작되면 회복 없이 급속히 진행되다가 사망에 이른다.
책은 신경과 전문의인 저자가 1990년대 전공의 시절, 교과서 한 귀퉁이에 있던 희귀병을 직접 마주한 경험으로부터 시작됐다.
저자는 이름조차 생소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을 비롯한 프리온 질환의 실체를 파헤치며 전문적인 의학 정보뿐만 아니라 질병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의료 윤리, 과학의 역할에 대한 성찰까지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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