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오뚜기와 함영준 회장 일가를 상대로 비정기(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세당국은 오뚜기가 가족기업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사주 일가의 사적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처리했는지 등 경영 전반의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부지방국세청 조사3국은 지난달 25일 오뚜기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이번 조사는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의 조치로, 과세당국은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부당지원 여부 △사주 일가의 사적비용 회계 처리 △협력업체와의 비정상적인 자금 거래 등 세 가지 핵심 사안을 집중적으로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쟁점은 함 회장의 매형 정세장 대표가 이끄는 면·소스 전문 기업 ‘면사랑’과의 내부거래다. 국세청은 오뚜기가 '면사랑'으로부터 원재료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특히 지난 4월 오뚜기가 라면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명분으로 했지만, 실제로는 면사랑에 고가로 원재료를 매입해 재료비를 과다 신고하고 세금을 절감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면사랑'은 정 대표와 특수관계자가 94.02%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가족기업으로, 오뚜기에 면과 소스류를 납품하며 성장해왔다. 내부거래 비중은 약 15%에 달하며, 연간 수백억 원대 규모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면사랑'이 지급한 누적 배당금은 72억 원 이상으로, 대부분 정 대표 일가에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과세당국은 오뚜기 사주 일가 소유 토지의 개발비를 회사 자금으로 대납했는지, 또 협력업체 인력공급사에 용역비를 과다 지급한 뒤 일부를 되돌려받았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국세청은 법인 차원을 넘어 총수 일가의 자산 형성과 자금 출처 전반에 대한 고강도 자금출처조사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뚜기 측은 세무조사 착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기적인 세무 점검의 일환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5년 전에도 국세청 조사를 받은 바 있어 이번 조사 역시 통상적인 절차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면사랑'은 오뚜기 창업주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의 사위 정세장 대표가 1991년 설립한 회사로, ‘옛날국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성장했다. 충북 진천군에 있는 7만6000㎡ 규모의 종합공장은 면·소스·고명을 통합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B2B(기업 간 거래) 중심으로 출발했으나 최근에는 냉동면,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앞세워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시장으로 진출하며 매출을 확대했다. 2021년 매출 1174억 원, 2022년 1400억 원, 2023년 약 1700억 원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내부거래 규모가 여전히 연 200억 원대에 달해 ‘가족기업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오뚜기는 과거에도 유통 질서 위반 및 담합 행위로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다. 2011년 대리점에 판매가격을 강제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6억5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농심 등과 함께 라면 가격 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기도 했다.
또한 2017년에는 함 회장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약 487억 원에 매입하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매입 대상은 시스템통합업체 알디에스, 광고대행사 애드리치, 오뚜기물류서비스 등으로, 모두 매출 대부분을 오뚜기에 의존하던 회사였다. 당시 함 회장 일가가 지분 매각을 통해 약 5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오뚜기의 ‘착한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뚜기는 2017년 이후 지배구조 개편과 투명경영을 강조하며 신뢰를 쌓아왔지만, 이번 조사로 가족기업 리스크가 재점화된 상황”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브랜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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