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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64) 총재가 21일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하면서 첫 퍼스트젠틀맨이 탄생했다. 현지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보다 아홉살 연상의 남편 야마모토 다쿠(73) 전 중의원(하원) 의원은 1983년 고향 후쿠이현(縣) 의원을 거쳐 1990년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으며 총 여덟 번 당선됐다. 다카이치 총리 홈페이지에 실린 이들 부부의 결혼 과정, 이혼했다가 재결합한 사연도 눈길을 끈다.
2003년 다카이치가 중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을 때 야마모토 당시 자민당 의원은 전화로 “진지하게 결혼 상대를 찾으신다면 저도 한 번 출마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당초 인상은 “무뚝뚝한, 다소 불편한 사람”이었으며 다카이치가 미혼이었던 반면 야마모토는 첫 결혼으로 1남2녀를 둔 상태였다. “조리사 자격이 있으니 평생 맛난 것을 먹게 해주겠다”는 구애담도 소개됐다. 부부는 함께 의정 활동을 하다가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각각 아베 신조·이시바 시게루를 지지하는 등 정치적 입장 차로 2017년 이혼했으나,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선 다카이치를 야마모토가 전면 지원하면서 재결합했다.
‘야마모토 다쿠’는 현재 법률상 엄연히 ‘다카이치 다쿠’다. 일본에선 부부 동일 성(姓)이어야만 하기에 첫 번째 혼인신고 때엔 야마모토 성을 따랐으나 재결합 시 ‘다카이치 부부’가 됐다. “가위바위보로 정한 결과”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같은 성’이야말로 부부·가족 연대감의 기초라고 여기는 일본인이 다수인 가운데 이들 역시 보수주의자다운 선택을 한 셈이다. 다만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에 따라 결혼 후 성 변경이 초래하는 혼선과 불편함 등을 내세운 ‘부부별성(別姓)’의 제도적 인정 문제가 오랜 사회 이슈다.
야마모토는 호세이대 문학부를 나와 지방의회 의원을 거쳐 1990년 중의원에 당선된 이후 아베 내각에서 농림수산부 부대신(차관)을 지냈다. 작년 10월 중의원 선거에 무소속 출마했다가 낙선했으며 최근 전립선암과 뇌경색을 앓아 부인 도움 아래 재활 중이라고 보도됐다. 총리 취임식 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녀는 공부를 매우 열심히 한다. 방이 서적과 서류로 가득하다”며 일상 동반자로서 증언하기도 했다. 또 “서구와 달리 파트너(배우자)란 드러나지 않는 편이 좋다. ‘스텔스 옷도’(소리 없는 남편)로서 지원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코베(神戶)대 경제학부 졸업생인 다카이치는 재학 중 방송국 리포터 활동과 졸업 후 NHK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언론계 경험을 쌓았다. 이후 워싱턴 DC 유학 시절 미 하원 딕 아미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공화당의 자유주의 사상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된다. 1993년 일본신당 소속으로 출마해 중의원에 입성했으며 3년 후 자민당에 들어와 2000년대 초반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2006년 제1차 아베 내각 내각부 정무관에 이어 경제안전보장 및 정보통신 부처 담당, 제2차 아베 내각 총무상(통신·방송·우편 행정 담당), 스가 내각 총무상, 제2차 기시다 내각 경제안전보장 담당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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