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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병력을 일방적으로 감축하지 못하도록 예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이 17일(현지시간) 미 상·하원을 모두 통과했다.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NDAA를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가결했다. 앞서 지난 10일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상원 문턱까지 넘으면서 입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 NDAA에는 국방 예산을 주한미군 병력을 현 수준인 약 2만85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데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명시됐다. 국방수권법에서 예산 사용과 연계해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한 것은 트럼프 1기 당시였던 2019~2021 회계연도 이후 5년 만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는 병력 유지 문구는 있었지만 예산 제약 조항은 삭제됐었다.
의회는 또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군 주도 지휘 체계에서 한국군 주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한미 간 합의된 계획과 다른 방식으로 추진하는 데 예산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이 조치가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부합하고, 한국·일본·유엔군사령부에 기여하는 동맹국들과 충분히 협의됐다는 내용을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할 경우, 60일 이후 제한을 해제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번 법안은 유럽 주둔 미군 감축에도 제동을 걸었다. 국방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과 협의 없이 유럽 내 미군 병력을 45일 이상 7만6000명 미만으로 감축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국방장관의 업무·출장 예산 25%를 삭감하도록 했다.
2026회계연도 NDAA에 반영된 미 국방 예산 규모는 9010억 달러(약 1330조 원)로, 정부 요청안보다 80억 달러 늘어났다. 군인 급여 3.8% 인상과 함께 신형 잠수함, 전투기, 드론, 미사일 방어체계 등 핵심 전력 증강 예산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향후 2년간 총 8억 달러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이 승인됐고, 이스라엘·대만·이라크 등 동맹 및 전략적 파트너국에 대한 지원도 확대됐다.
중국 견제를 위한 조항도 다수 담겼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동맹 및 파트너국과의 군사 훈련에 대한 예산 요청을 전액 반영했고, 대만 협력 프로젝트에 10억 달러를 지원하도록 했다. 중국의 인공지능(AI)·군사기술 개발에 미국 자본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투자 제한 규정도 포함됐다.
아울러 1991년 걸프전과 2002년 이라크전 당시 대통령에게 사실상 전쟁 수행 권한을 부여했던 무력사용권(AUMF)을 폐지하는 조항이 담겼다. 이는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었던 권한을 제한하는 조치다.
최근 국제법 위반 논란이 불거진 베네수엘라 인근 공해상 선박 공습과 관련해, 공격 명령과 편집되지 않은 공격 영상을 의회에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방장관의 해외 출장 예산 25%가 삭감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국방부의 ‘전쟁부’ 명칭 변경 예산은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대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금지, 기후 관련 예산 삭감 등 보수 진영이 요구해 온 일부 조항은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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