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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에 유령법인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국내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들의 명단이 공개됐다. 페이퍼컴퍼니의 설립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는 세금 포탈과 비자금 조성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설립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22일 공개한 명단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가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DSDL 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 조현강씨,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낸 이수영 OCI회장 부부 그리고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이영학씨가 포함됐다. 또 뉴스타파는 “이들 5명을 포함해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조세 피난처 프로젝트’ 1차 결과물에 따르면 한국인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는 3곳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조욱래 DSDL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강씨는 2007년 3월15일 버진아일랜드에 ‘Quick Progress Investment Ltd(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란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또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 관장은 지난 2008년 4월28일 역시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름은 ‘RICHMOND FOREST MANAGEMENT LIMITED(리치몬드 포레스트 매니지먼트)’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인 이영학씨도 지난 2007년 6월19일 같은 장소에 ‘Kapiolani Holdings Inc(카피올라니 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이다. 김용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대표는 “이 가운데 이수영 OCI 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수십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국외계좌에서 운용한 사실을 시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조세피난처 은닉자금들은 그 성격상 필연적으로 비자금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국부(國富) 유출이다. 따라서 조세피난처는 ‘국부의 무덤’이면서 그 은닉은 국민재산을 흡혈하는 행위로 비난받고 있다. 이른바 첫 번째 판도라의 상자 속에 들었던 조세피난 행위자들과 관계회사들의 면면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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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김용진(왼쪽) 뉴스타파 대표와 최승호 뉴스타파 PD겸 앵커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가의 막내 동생인 조욱래 DSDL 회장과 조 회장의 장남 조현강씨,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지낸 이수영 OCI회장 부부 그리고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 부인 이영학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전국 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의 공동취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들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현재 확인된 245명 중 버진아일랜드와 쿡 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국내 주소를 적은 사람은 159명,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 해외 주소를 기재한 사람은 86명이라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 자료:뉴스타파 ⓒ스카이데일리<도표=최은숙>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 법인 설립이 2000년대 중반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며 “245명의 명단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 총수와 일가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고 말했다. 또 “매주 한 두차례 정도 순차적으로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국세청은 공개된 회사가 탈세와 연관됐는지 여부를 파악하고 탈세 가능성이 나오면 세무조사를 진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공개된 명단과 간접적으로 연루된 대한항공과 효성은 “아는 바 없고 연관이 없기 때문에 해명할 것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자료를 설명하는 최승호 PD(사진 위)와 김용진(왼쪽) 뉴스타파 대표가 함께 1차 결과물 발표 자료집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항공측은 “조 전 부회장은 1997년 퇴사했다”며 “대한항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효성그룹측도 “조욱래 회장과 효성그룹은 완전히 독립돼 있다”며 역시 “회사와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세피난처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물리지 않거나 아주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곳이다. 바하마, 버뮤다, 홍콩, 파나마 등이 해당된다. 역외 탈세는 대부분 기업을 통해 이뤄지는데 비밀이 보장되는 조세피난처에 특수목적법인(SPC) 등을 세운 뒤 자금을 빼내 세금 등을 회피하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효성가…조욱래 DSDL 회장·장남 조현강씨
이날 공개된 재벌 총수 일가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효성가다.
효성그룹 창업자인 고 조홍제 전 회장의 3남인 조욱래 DSDL 회장(64)은 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이다.
조 회장은 선친으로부터 대전피혁을 물려 받아 계열사를 대성, 효성알미늄, 효성금속, 효성기계, 동성, 동성개발 등 8개로 늘려 나갔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효성기계가 부도를 맞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는 부동산개발과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DSDL(옛 동성개발)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조현강, 조현우, 조윤경씨 등 2남1녀를 두고 있다. DSDL의 지배회사인 DSIV의 지분 100%를 이들이 보유하고 있다. 2012년 DSDL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DSDL의 지분 93.30%를 DSIV가 갖고 있다. DSIV는 장남인 조현강씨가 45%로 최대주주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현우씨와 조윤경씨는 각각 35%, 2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 12월 조욱래 회장은 DSDL의 지분 93%를 이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DSIV로 넘기면서 증여세를 회피한 것으로 과세당국은 판단했다.
바로 이 시점과 맞물려 2007년 3월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란 페이퍼컴퍼니를 만든다.
이에대해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자녀를 주주로 등록한 것은 세금을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4년 전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은 회사 자금으로 미국에 호화 콘도 등 개인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조 사장은 회사 돈 550만달러(약 64억원)를 횡령,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사장은 지난해 9월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현준 사장은 조석래 회장의 장남으로 조욱래 회장이 삼촌이 된다.
한국 산업계를 대변한 이수영 OCI 회장 부부
▲ 지난 2월21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36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한 이수영 회장. <사진=뉴시스>
뉴스타파에 따르면 2007년 5월 10만원대 초반이던 OCI의 주가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시점인 2008년 5월 44만원으로 올랐다. 또 녹색성장·태양광 붐이 일면서 회사의 태양광·전지사업이 호황을 맞아 주가는 이후 6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09년 10월 이수영 회장 일가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고, 장남 이우현 OCI 부사장은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우현 부사장이 부당이득을 챙긴 시점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 6개월 전인 2007년 10~11월로 이 자금이 조세피난처의 페이퍼컴퍼니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공시된 2013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OCI의 최대주주 이수영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모두 31.16%다. 이 가운데 이수영 회장은 10.92%를 보유하고 있다.
OCI 이 회장은 2004~2010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한국 산업계의 경영자를 대표하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적지 않다. 특히 이 회장은 경제활성화를 구실로 최저임금 인상 0원을 주장해 온 인물로 알려져 이번 사건과 맞물려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조중건 전 부회장과 선긋는 대한항공
조중건(81) 전 대한항공 부회장은 한진그룹의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동생이다. 조양호 현 한진그룹 회장의 삼촌이다.
1997년 대한항공을 퇴사했고, 2009년 보유한 한진해운의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조 전 부회장 부부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때는 2007년으로, 1997년 대한항공 경영일선을 떠난 후 자서전을 발간하며 외부활동을 재개한 시기와 맞물린다. 조 전 부회장은 외부활동을 시작하면서 대한항공 우선주 1만9797주를 전량 매각했고 2009년에는 한진해운 주식 4만9656주를 모두 처분했다.
▲ 2007년 11월8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의 팔순연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이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와이의 부동산 개발업과 골프장 운영을 정리하고 한진그룹 계열사 지분 등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거래를 위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이용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대한항공측은 이와관련 “조중건 전 부회장은 97년 3월 이후 회사를 떠나 회사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러나 2005년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조 전 부회장은 “비상근이지만 현재 대한항공 고문을 맡고 있어 한국에 자주 왔고 자주 와서 현장(대한항공) 곳곳을 다닐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인터뷰는 대한항공 남대문빌딩 15층에 마련된 그의 사무실에서 이뤄졌고 책상 위엔 ‘부회장 조중건’이란 명패가 그대로 있었다고 이 월간지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2007년 11월에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박태준 명예회장의 팔순연에서 대한항공 고문 자격으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1997년 회사를 떠났다는 대한항공 입장 발표와 어긋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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