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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거리

스카이데일리 칼럼

박선옥기자(sobahk@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3-20 00: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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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옥 부장 (국제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코로나·코로나19)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사람들이 만남을 피하면서 점차 각자 고립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까운 주변 인물이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더불어 자가격리 조치에 들어가는 경우는 물론이고 직장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 곳도 적잖게 볼 수 있다.
 
마트에서 물건을 주문하거나 택배가 오는 경우에도 주문자와 배송인과의 대면접촉을 피하기 위해 문 앞에 물건을 두고 사진을 찍어 배달됐음을 알리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루는 각종 사회적 모임은 물론 우리의 중추적 생활 패턴을 이루는 학교, 직장, 종교시설, 문화센터, 영화관, 공연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은 모두 차단됐거나 사람들이 발길을 거두고 있다.
 
각자의 환경과 생활 방식에 따라 사정은 다르겠지만, 대개는 갑자기 닥쳐온 고립된 생활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울의 경우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객과 자동차의 통행량이 한때 평소의 3분의 1이 줄어들었다가 최근 2·3일 사이에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우한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도 아닐 터인데 말이다. 사람들은 이제 우한코로나 공포심 보다 고립감이 더 큰 무게로 느껴진 것이 아닐까.
 
급증하던 우리나라 우한코로나 확진자 수를 훨씬 능가하며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고 있는 이탈리아에는 10일부터 전국 봉쇄령이 내려졌다. 전국 봉쇄가 시작되면서 6천만명의 이탈리아 시민들은 집에 머물러야 하며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가를 받고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집안에서 각자 격리돼 있던 이탈리아 시민들이 이웃으로 향해 있는 아파트 발코니로 나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가운데 중정이 있는 사각형 형태로 배열된 한 아파트에서는 마스크를 쓴 경비원이 중정에 서서 지휘를 하고 발코니로 나온 주민들은 맞은 편 아파트의 이웃을 마주보며 합창을 이어갔다. 또 다른 아파트에서는 누군가가 노래를 시작하자 어둠을 뚫고 이웃들이 목소리를 하나 둘 씩 얹었다. 이 모습을 촬영해서 SNS에 올린 한 주민은 감동에 북받친 듯 노래를 잇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17일 기준 우한코로나 확진자가 3만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2500명을 초과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의 한 일간지에는 지역 주민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 면이 무려 10페이지에 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시민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은 우리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간절한 마음은 발코니의 합창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손 안의 휴대전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세계로 통하는 시대에 이탈리아 시민들이 발코니에 나와 서로를 바라보며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은 그것이 다른 중간적 매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전달됐기 때문에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사람들이 목소리를 합쳐 부르는 노래의 파장은 귀로 들어올 뿐 아니라 가슴에 진동으로 전달된다. 머리 이전에 가슴으로 먼저 전해지는 소리는 마음에 울림을 주면서 감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감동은 우리가 이 세상에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닥쳐온 이 불행을 함께 헤치고 나가자는 의지로 증폭될 것이다.
 
시민 뿐 아니라 유명 성악가도 이 ‘발코니 세레나데’에 합류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성악가 테너 마우리치오 마르치니는 피렌체 자택의 발코니에 서서 푸치니 작곡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아리아 ‘아무도 잠들지 말라(Nessun dorma)’를 불렀다. 봉쇄된 도시 주택가의 지붕 위로 그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감동적인 동영상에는 세계 각처의 네티즌들이 ‘이탈리아 국민들에게 기운을 북돋아 주는 노래다’ ‘역경을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등의 댓글을 달면서 역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도 바흐의 첼로곡을 연주해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연주 동영상과 함께 우한코로나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을 위해 연주곡을 헌정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또한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의 해독제는 차단과 분리가 아닌 협력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가 거듭 확인됐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인류의 유전자로 자리잡은 사회성은 억제되기 어렵다. 한동안 한산하던 카페에 어느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하는가 하면, 집에만 있기 무료해서 놀이공원에 갔던 한 지인은 텅 비어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그곳에 사람들이 몰려있어서 깜짝 놀랐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휴교로 집에 머물러야 하는 학생들은 또 PC방에 모여 들기도 한다.
 
이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기 보다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을 위한 출구를 마련하는 대책을 강구해야할 때다. 물리적 거리는 유지하되 사회적 관계망을 튼튼히 함으로써 전 지구적 역경을 함께 헤쳐나가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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