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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시민 사회 운동의 본질을 되돌아 봐야 한다

정권의 속성 간파, 교묘하게 틈새 파고들며 개선장군 행세까지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5-17 16:36:33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2015년 IMF는 각국의 GDP 총액을 기준으로 명목상과 PPP(구매력평가 지수)의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가장 발전한 10대 선진국을 선정한 바 있다. 한국이 스위스, 노르웨이, 호주, 룩셈부르크에 이어 5위 국으로 발표되어 우리를 놀라게 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 기존 선진국보다도 우위에 위치했다.
 
정작 한국에 사는 우리 자신들은 이를 인정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감과 우월감이 생겨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도 그렇지만 바깥 세계의 우리에 대한 평가가 높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외신들은 한국의 검사, 접촉자 추적, 사회적 거리 두기, 의료 시스템 등 4개 분야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해 눈길을 끈다. 이처럼 한국에 대한 평가가 우리 내부보다 외부에서 더 우호적이다. 한국에 살거나 여행을 하는 외국인들이 가끔 한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모른다고 말한다. 거꾸로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사람들도 다른 나라와 우리를 비교해 보면서 느끼는 소회들이 많다.
 
그런데도 우리 내부는 항상 불만이 넘쳐나고 갖은 갈등으로 연일 시끄럽다. 진영 논리로 승자의 편에 선 측은 이제 사회적 패권의 교체와 완성을 해야 할 시기라고 섬뜩한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한다. 과거는 무조건 부정하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기염을 토한다. 그 진영에 속한 자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내고, 마치 자기들의 세상들이 다 된 것처럼 기고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도 자성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아예 등을 지는 사례마저 나타난다. 지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여권 의원 중 일부가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자기 진영이면 나쁜 것도 무조건 옳다고 해야 하는 것이 괴로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마치 좀비에 물린 것 같았다는 고백까지 털어놓았다. 총선이 끝났는데도 크고 작은 잡음들이 끊이지 않는다. 오히려 승리한 쪽에서 오히려 굉음이 크게 울린다. 썩은 것이 곪아 터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크게 승리하는 것이 약이 되기보다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틀리지 않아 보이기까지 한다.
 
세상을 뒤집다 보면 뒤집힌 세계에서 누가 새로운 밥상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밥그릇 싸움이 으레 등장한다. 시기와 질투 혹은 모략과 음모가 난무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진영 내부의 허점, 약점, 위선과 거짓, 부패 등이 발가벗겨지면서 자중지란에 빠진다. 그들이 평소 주장하던 정의, 공평, 진실, 친환경 등이 과연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두고 공방을 한다. 정권의 색깔이 바뀌면 한동안 숨죽이던 자들이 마치 물때를 만난 것처럼 속속 뛰쳐나온다. 반대편에 있는 자들은 다시 수면 이하로 가라앉고 절치부심하면서 때를 기다린다.
 
이런 반복 과정에서 국가의 일관성이나 지속가능성은 사라지고, 모든 것을 파헤쳐 송두리째 뒤집어버리는 일들을 반복한다. 진영 내부에서는 희열을 만끽한다. 왜 이런 짓을 하는 지는 얼마 가지 않아 명백하게 드러난다. 자기들이 설 공간을 견고히 하고, 심지어 떡고물까지 챙겨 곳간을 채운다. 털면 먼지가 나지 않는 데가 어디 있겠냐마는 이들은 우리 사회가 용인해주거나 버려둔 사각지대에서 군림한다. 감히 이들에게 돌을 잘못 던졌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성역으로 존재해 오고 있기도 하다.
 
‘중진국 함정’보다 더 무서운 ‘선진국 함정’, 무늬만 선진국인 국가도 많다
 
이번에 세상에 밝혀지고 있는 ‘정의기억연대’의 내막도 같은 연장 선상에서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기 진영 내부에서 터져 나왔기 때문에 충격파가 심상치 않다. 압축성장 혹은 설익은 민주화 과정에서 숨겨져 있던 우리 내부의 추악한 면이 고스란히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절대다수 시민단체의 경우 처음엔 순수성과 정당성을 가지고 출발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힘을 얻게 되면 초심을 잃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은 현 정부의 반일(日)·미(美) 정서를 활용해 세력을 키우고 마침내 대표가 민의의 전당에 입성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조직 측면에서 보면 최고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보다 더 나쁘다는 말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명분이나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하더라도 회계의 불투명성, 조직 운영의 방만함이나 도덕적 해이가 한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반대 진영에서 이를 시비하면 친일 혹은 반민족 등으로 몰아세우면서 세(勢)를 규합하고 성역의 울타리를 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완성해냈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탈(脫)원전과 관련한 부정과 비리, 그리고 숨기기가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친환경론자인 에너지전환포럼의 사무처장이라는 인사도 배지를 달았다.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 카드로 ‘그린 뉴딜’이 한국판 뉴딜의 키워드로 전면에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 원전은 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원전 폐기로 인해 생겨나고 있는 엄청난 국가적 손해와 더불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태양광 비리라는 현실을 보면서 국민은 착잡하기만 하다.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진 국가들은 이를 조정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매우 신중하면서도 원칙에 철저하다. 섣부른 선택이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치명적인 손해와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국가에서는 국가의 중요 결정 사항을 국민 투표에 부쳐서 후유증을 없애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반면 후진국일수록 이런 결정에 파격적이고 무원칙적이다. 거기에 좀비들이 끼어들어 이들의 배를 불리기만 하고 국가는 갈수록 거덜이 난다. 아무리 방향성이 옳다고 하더라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연성과 점진성은 아예 배제하고 있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중진국 함정’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선진국 함정’이라는 것도 있다. 다수의 선진국이 성장 동력 상실로 인해 무늬만 선진국 모양새를 하고 있는 국가를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려고 몸부림을 친다. 공조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디커플링(Decoupling), 세계화에 대한 반작용에서 비롯되고 있는 탈(脫)세계화(Deglobalization), 4차 산업혁명으로 명명되고 있는 디지털화(Digitization) 등이 대표적인 현상들이다.
 
이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한국도 무늬만 화려하고 내면은 허약하기 짝이 없는 국가로 가파르게 달리고 있지나 않은지 신중하게 고민해 볼 때이다. 낡은 관행에다 저급한 사고, 독선과 아집, 위선과 부도덕으로 포장된 시민운동에 본격적인 메스를 대야 한다. 진영으로 갈라져 온 사방에 누더기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는 좀비 무리를 과감하게 걷어내는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이 매와 같은 눈초리로 이들을 감시하고 경계해야 한다. 어느새 사회악으로 독버섯이 되어 버린 이들을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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