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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제일주의’ 현대重 권오갑, 근로자 목숨 경시 논란

“근로자 사지로 내모는 현대중공업, 안전대책 조속 수립해야”

강주현기자(jhkang@skyedaily.com)

기사입력 2020-05-20 12: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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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창사 이후 지금까지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가 모두 466명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현대중공업 노조. ⓒ스카이데일리
 
현대중공업 창사 이후 지금까지 산재로 사망한 근로자가 모두 466명으로 밝혀졌다. 현대중공업이 가동을 시작한 1974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는 모두 550개월이다. 매달 0.85명의 근로자가 산재로 사망한 셈이다. 여기에 가벼운 부상부터 장기치료를 해야 하는 사고, 재해자가 장애를 입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몇 배로 늘어난다. 현대중공업이 산업재해에 취약하고 안전조치에 둔감한 회사인지 알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은 1974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후 올해 4월까지 산재사망자 전수를 조사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조사는 1991년까지는 회사측 자료, 1992년부터 2013년까지는 회사 자료와 노동조합 자료를 교차검증해 2014년 이후로는 노동조합의 자료를 모아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 자료는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한국 조선산업의 산재사망 현황과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통계라는 설명이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 조선사의 수치는 포함하지 않았다.
 
사망 근로자를 시기별로 나누어 보면 1970년대는 5년 6개월만 해당함에도 무려 137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2주마다 한 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셈이다. 1977년에는 무려 32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듬해에도 29명이 사망했다. 70년대 한국 조선산업이 낮은 기술력을 저임금과 장시간노동만으로 극복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목숨으로 메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80년대에는 모두 11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것으로 확인된다. 1984년에만 24명이 숨졌고 1981년부터 6년간은 두 자릿수의 사망자를 기록했습니다. 80년대에도 조선산업이 여전히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으로 산업경쟁력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90년대에는 87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 시기부터는 하청근로자의 산재사망이 별도로 집계되기 시작하며 과로사·산재질환 등의 통계도 나타난다. 타 산업에 비해 여전히 높은 중대재해율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한국 조선업이 세계 시장의 상위를 차지했음에도 안전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음을 알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과로사·산재질환 등 사례는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80년대까지는 이를 산업재해로 인식하지 못했기에 통계가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과로사라는 단어가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이 1990년이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것은 1993년이다. 1996년 10월 28일에는 크레인 추락으로 4명의 근로자가 한꺼번에 사망하는 참사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996년의 사망자 수가 1985년부터 지금까지 통계 중 최고치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에도 90년대와 비슷하게 81명의 사망자가 기록에 남았다. 이 시기 직영(정규직) 산재사망은 점차 감소했다. 반면 하청근로자의 사망은 증가했다. 2007년에는 하청근로자만 8명이 산재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2000년대 한국 조선업 현장에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현상이 확산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2010년대의 사망자 수는 44명이다. 이전 시기와 비교해 급감했다. 다만 이 결과는 조선업 현장의 안전이 크게 개선된 영향이 아닌 2010년대 한국 조선업 불황에 따른 것이다. 이 와중에도 위험의 외주화는 계속돼 2014년에는 하청근로자만 9명이 숨졌다. 2016년에는 직영 근로자 4명을 포함해 12명이 사고로 사망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로는 199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10년대에도 현대중공업은 산재사망자가 나오지 않은 해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2017년부터 3년간은 사망자가 매해 1명을 기록한 점은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이는 올해 단 4개월 만에 4명의 근로자가 사망하면서 빛이 바랬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노조 소식지 등을 통해 1988년 이후 산재사망 건의 정확한 발생일과 재해자의 신원·사고유형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록이 완전치 못해 노동조합 초창기 사고 일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해당 시기 사고 225건 중 200건을 확인했다.
 
200건의 사망자를 보면 추락에 의한 사망이 60건으로 가장 많았다. 압착·협착 유형의 사고는 53건을 차지했다. 다른 요인으로는 충돌이 16건, 폭발·화재와 이로 인한 화상·질식이 모두 12건으로 확인된다. 감전사가 모두 5건 발생했고 유해물질사고가 2건, 익사가 1건, 매몰이 1건 발생했다. 과로사로 사망자 근로자는 41명이다.
 
또 산재 후 치료 중 사망한 근로자가 3명이며 광부의 직업병이라 여겨지는 진폐증에 의한 사망도 2건이나 발생했다. 목격자가 없는 경우 등 기타 사고는 모두 7건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복요인이 있어 합계는 200건을 넘는다”며 “동일유형의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한다는 것은 사고가 발생한 공정·작업장에 대해 예방조치를 소홀히 하고 안전강화보다 납기를 맞추기 위한 작업강행이 반복됐음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노조의 통계를 보면 1995년 2월, 2004년 1월, 2014년 4월에는 한 달 사이에 무려 5건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 확인된다. 한 달에 4건이 발생한 것도 네 차례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전체 조선소가 안전강화에 들어가는 것이 상식일 텐데 오히려 사고가 꼬리를 물고 있다”며 “이는 현대중공업 사측이 사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강행에만 몰두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2월 22일, 3월 17일, 4월 16일, 4월 21일 연이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4개월이라는 짧은 시기에 예년의 사망자 수를 뛰어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감소세를 보이던 직영 근로자도 이미 2명이나 사고를 당했고 현장에 안전관련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에서 사망사고가 끝없이 이어지는 원인은 회사의 책임 못지않게 감독기구인 고용노동부와 제 역할을 못 하는 사법기관의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고용노동부는 소극적인 조사와 형식적인 작업중지로 조업을 강행하려는 회사의 입장을 두둔한다는 설명이다. 검찰 또한 불기소로 일관하고 법원까지 간다 해도 처벌은 재벌에게 아무런 타격이 없는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는 안전을 강화하는 비용보다 사고 처리비용이 적게 들기에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며 “실제로 현대중공업 법인과 대표이사는 2004년 연이은 하청근로자의 중대재해로 회사 안전보건총괄책임자가 구속된 것 외에는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사고로 생명을 잃을 경우 회사가 발칵 뒤집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면 한국의 재벌·대기업은 앞으로도 계속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망사고 전수조사 결과와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를 바탕으로 20일 오후 2시경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목숨을 걸고 출근해야 하는 조선소 근로자의 현실을 바꾸고 산업재해가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살인법’이라고도 불리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으로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와 법인에게 안전을 무시하고 생명을 경시한 책임을 물어야만 근로자 연쇄 사망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현대중공업 사측을 향해서도 “생산제일주의에 빠져서 근로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하며 “현장에 대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조속히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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