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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자기사랑’과 ‘초콜릿 케이크 만들기’

자기를 바라보는 일에서 자기사랑은 시작한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06-28 18:57:21

▲ 김성수 과천도시공사 사장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먹고 싶을 때 마음껏 먹어주는 일일까. 자고 싶을 때 실컷 잠자는 일일까. 여행하고 싶을 때 덮어놓고 여행가는 일일까. 성깔 있는 직장 상사 싫어서 사직서 던지는 일일까. 이런 항목이 자기사랑의 실천편이라면, 인생이 참 도박에 가까워보인다. 지각하거나, 파산하거나, 당뇨병을 얻거나, 팔자에 없는 여행 작가로 전업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런데도 ‘힐링’ 관련 서적이나 방송에서는 ‘자기 사랑’을 해야 한다고 마구 들쑤신다.
 
그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동료나 상사가 인터넷 방송을 연결하지 못하고 쩔쩔 맬 때,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기로 했거든!’ 하면서 못 본 척하는 일일까. 버스에 탔는데 마침 현금도 없고, 교통카드 잔액도 바닥난 학생의 난처함을 외면하는 일일까? 왜? 내가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니까? 싫은 일은 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만 하고, 남의 눈 의식하지 않고, 나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하는 게 ‘자기사랑’일까.
 
더 그럴싸한 이론과 폼나는 게 있을 거야
 
‘자신을 사랑해야한다’고 시종일관 주장하는 300쪽 가까운 책을 읽은 적 있다. 그 책 어디쯤에 ‘자기사랑’에 관한 실천법이 등장할까 하고 살폈다. 저자가 말하는 ‘자기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간단한 풀이라도 나오길 바랐다. 결국 ‘자기 사랑’으로 심신의 만병이 해결된다는 이야기는 가득했지만, 그 ‘어떻게’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 하긴, 지금부터 말하는 ‘초콜릿 케이크 만드는 법’에도 ‘자기 사랑의 구체적 방법론’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그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끄적여 놓은 작가노트 한 쪽에서 ‘자기사랑 방법’의 단서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가 정리한 ‘초콜릿 케이크 만드는 법’의 첫 순서는 6인분짜리 초콜릿 케이크를 만드는 데 ‘검은 초콜릿 250그램, 버터 120그램, 설탕 75그램, 설탕 75그램, 달걀 6개 따위의 준비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후, 은근한 불에 냄비를 올려놓고 물을 부은 다음 그 물에 초콜릿을 녹여 향긋한 반죽을 만든다. 두 번째는 버터와 설탕을 첨가하고 반죽이 균질해지도록 계속 저으면서 밀가루를 넣는다. 세 번째로는 달걀 노른자를 하나씩 넣고… 오븐에 넣고 섭씨 200도에서 약 25분간 굽는다. 위쪽은 바삭하지만 속은 말랑하게 굽기가 요령이다. (출처:《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7쪽, 열린책들)
 
흠, 초콜릿 케이크는 이렇게 만드는군. 그것을 굽는 내 모습을 상상하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아하, 하고 책 읽기를 멈췄다. ‘초콜릿 케이크 만들기’ 전체 공정을 관통하는 맥락 한 가닥이 잡혔기 때문이다. 핵심은 케이크 제빵사였다. 무슨 말이냐면, 제빵사의 눈길이 ‘바라보고 알아차리는’ 지점이었다. 그의 눈길과 마음은 한 순간도 재료와 냄비와 불길과 재료를 젓는 손과 반죽을 떠나지 않았다. 그의 눈길이 초콜릿 케이크 재료와 공정 과정을 시종일관 바라본 결과 초콜릿 케이크는 자태를 드러냈던 것이다. 제빵사가 만약 구경꾼들을 쳐다보면서 구웠더라면 빵은 과연 ‘사랑스런 자태’로 탄생할 수 있었을까.
 
간단했다. 민망할 정도로 시시해서 그 많은 책들이 ‘자기 사랑’의 구체적 방법을 무시했나 보다. 우리의 청춘기 사랑이 ‘서로 바라보기’에서 시작되었듯, ‘자기 사랑’ 또한 저 제빵사처럼 끊임없이 바라보는 것이었구나. 그 (혹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둘은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 후에 계속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사랑’의 조건이었다. 만나서도 바라보고, 함께 앉아서도 바라보고, 헤어져 집에 가서도 바라보면서, 연인의 사랑은 무르익지 않았던가.
 
‘자기사랑’은 나라고 하는 대상을 그저 바라보고 알아주는 일이다. 달달한 향기와 자르르한 윤기, 잠시만 한눈 팔면 타거나 설익는 초콜릿 케이크 같은 ‘나의 지금 이 순간’을 바라봐주는 일이다. 눈으로도 보고, 귀로도 보고, 코로도 보고, 혀끝으로도 보고, 피부로도 보고, 마음으로도 봐주는 일이다. 그 뿐이다. 몸을 일으킬 때는 일어나는 내 몸을 바라봐주고, 껌을 씹을 때는 입안의 껌 향기, 침과 껌을 이가 씹는 소리, 침이 목울대를 넘어가는 감각 따위를 바라봐주는 일이다. 우울하면 우울감을 지켜봐주는 일이고, 화나면 자신의 화를 바라보고 알아주는 일이다.
 
이 단순한 일이 ‘자기사랑’이라니! 뭔가 더 그럴싸한 이론과 폼나는 게 있을 거야. 그런가?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100억대 저택에 사는 꿈을 꾸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끼이익, 급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들었을 때, 당신은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미래라는 허깨비? 아니다. 그 순간 당신은 갇혀 있었다. 길을 건너는 줄도 모르고 건너는 상황, 무슨 말 하는 줄도 모르고 떠드는 상황, 화내는 줄도 모르고 화내는 상황. 당신은 그 순간 어딘가에 갇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자유인’이 아니었다.
 
‘자기사랑’은 갇혀 있던 곳에서 빠져나와 그 곳을 바라보는 일이다. 100억대 저택이라는 생각에서 빠져나와 그 생각에 갇힌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자신의 수다에서 빠져나와 그 수다에 갇힌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분노라는 감정에서 빠져나와 그 감정에 갇힌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다. 호흡을 멋대로 방치했다가 호흡을 바라보는 일이다. 이렇게 시시하고 싱겁다. 그래서 쉬운가? 이것은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다. ‘감옥이냐 자유냐’의 문제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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