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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성공하는 진보 vs 실패하는 진보

성공과 실패, 주어진 환경과 국가 장래에 대한 고민서 비롯해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0-11 16:47:54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진보정치 지도자 회의’라는 것이 있다. 세계 진보 정치인들의 비공식 정상회담으로 1997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진보적 통치를 위한 국제네트워크(Network for Progressive Governance)라는 이름으로 조직한 국제회의다. 매년 개최를 계획했지만, 실제 개최는 들쭉날쭉하다.
 
진보 정부가 많아지면 모임이 활성화되기도 하지만 요즘같이 숫자상으로 적어지면 시들하다. 한국은 지난 노무현 정부 때 몇 차례 참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나 영국의 보수 우파 정권이 들어서고, 상당수 신흥국에 이르기까지 좌파 정권이 무너지면서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정도다. 일반적으로 진보정치 지도자들은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경향을 띤다. 당시 이들의 관심사는 빈부 격차, 아프리카와 중동 문제, 대(對)테러 전쟁 등을 이슈 등이었다. 반면 보수 정치 지도자들의 세계적인 모임은 특별히 없다. 다만 미국에는 1964년에 설립된 미국보수연합(American Conservative Union)이라는 단체가 있으며, ‘보수주의 정치 행동 콘퍼런스(CPAC : 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보수와 진보가 수시로 정권 교체를 하지만 정치적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흥국이나 후진국은 의외로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특히 정권이 교체되면 국가의 바탕이나 정책의 방향이 틀어짐으로 인해 저울추를 다시 균형적으로 돌려놓는 데에 많은 시간과 수고가 소요된다. 일관성과 지속성이 상실되기 때문에 엄청난 국가적 낭비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특히 좌편향적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개혁을 빌미로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칼을 들이대고 대못을 박는다.
 
훗날 보수 정권이 들어와도 쉽게 고치지 못하도록 사방에 빗장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과거 진보 정권이 공히 단임(5년)으로 끝났기 때문에 망정이지 10년 혹은 그 이상으로 길어졌으면 훨씬 더 심한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그들은 송두리째 바꾸려 하고, 주요 포스트에 자기 사람 심기에 혈안이다. 마치 국가를 갈아엎을 각오를 하고 덤벼드는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해 안달이다. 그래야 새로운 먹거리가 생겨나고, 소위 자기편에게 파이를 나눠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서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자리들을 만들어 공직을 벗어나도 국가 예산으로 연명을 시킨다.
 
왜 대체로 진보 정권이 보수 정권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은가. 한마디로 말하면 무리수를 많이 두기 때문이다. 정권의 달콤한 맛에 빠지다 보니 이를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갖은 포퓰리즘을 남발하고, 진영 논리를 부추겨 약자의 편에 서는 것처럼 교묘하게 위장을 한다. 국가 예산은 떡 주무르듯 하면서 흥청망청 퍼주기에 급급하다. 노동의 대가로 얻는 임금이나 보수가 아닌 불로소득이 사방에서 판을 친다. 먼저 챙기는 자가 임자다.
 
현재만 있고 미래는 안중에 없으며, 진영만 보이고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이나 준비에는 귀를 막는다. 정의와 공평을 입에 달고 다니지만, 행동이나 생활 습관을 보면 이들만큼 악의가 넘쳐나고 불공정에 익숙해져 있는 무리도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적 소득이나 사회적 신분 격차 해소를 덩그렇게 내세웠지만 현 정권 들어서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고, 계층 간의 신분 이동 사다리는 더 허물어지고 있다. 딜로이트 조사에 의하면 부모보다 다 나은 삶에 대한 가능성이 가장 비관적인 나라로 한국이 지목되고 있을 정도다.
 
사심(私心)과 탐욕으로 일관, 국가가 흥하든 망하든 오로지 정권 재창출에만 올인
 
국가가 이 지경이 되면 청년들은 거의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책 실패가 반복되고 있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라는 팬데믹까지 겹쳐 앞이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혹은 주 52시간 근무 등은 이들에게 오히려 덫이 되고 말았다. 일자리를 늘리기는커녕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정권 탄생의 최대 공신인 대기업 귀족 노조들의 위상은 강화되고, 그들이 누리는 기득권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보다 더 질긴 철밥통은 그 어디에도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니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강요하는 그것조차 눈치가 보인다. 갈수록 일자리의 원천인 기업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기업을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사업을 접거나, 그나마 의욕이 있는 기업은 호시탐탐 지긋지긋한 한국을 떠날 궁리만 한다.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허드렛일 자리도 대부분 고령자의 몫이다. 이도 저도 되지 않으니 정치권에서 매월 청년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궁극적으로 청년을 살리는 길인지에 대해 심히 의심이 간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법과 그런 인프라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는가.
 
성공한 진보 정권의 사례도 있다. 2003년 당시 독일 총리이던 진보 좌파 성향의 사민당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 경제 정책을 버리고 시장경제 중심의 성장 정책을 채택했다. 독일의 회생을 위해 복지와 노동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밀어붙여 유럽 경제의 병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 냈다. 인기 없는 정책으로 정권을 뺏길지라도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하고, 실업 해소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대폭 줄였다. 이를 통해 독일 일자리의 기적을 만들고 유럽 경제의 최강자로 지금까지 군림하는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진보 노동당 출신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념적 소극 분배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친화적 노선을 접목한 ‘신(新)노동당’ 정책으로 영국 경제를 유럽의 주역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중도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인재 등용에 있어서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있으며, 유럽의 새로운 병자인 프랑스를 치유하기 위해 노동과 복지 부문의 개혁을 멈추지 않는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초심을 유지하면서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세 번째 들어선 우리 좌파 진보 정권이 가파르게 막바지로 진입하고 있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는 듯하다. 그들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대부분 별 성과 없이 좌초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황과 미·중 무역전쟁에다 코로나까지 겹쳐 대내외 여건도 협조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친노동·반기업에다 성장보다 분배에 지속적으로 방점을 찍음으로써 경제는 더욱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기업은 위축되고, 일자리가 느는 것은 고사하고 더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균형 감각 상실과 경제 상황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의 부재가 바닥까지 내몰고 있기도 하다. 주변에 몰려드는 인사들은 원칙과 소신과는 거리가 멀고 출세와 이재만 추구한다. 성공하는 진보와 실패하는 진보는 위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진보 좌파들의 말로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사심(私心)을 버려야 하는데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조차 허구이고 신물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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