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칼날 위에 선 다주택자 현대重 권오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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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19 00:02:22

문재인정부와 다주택자 간에 술래잡기가 점차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을 집을 투자수단으로 삼는 다주택자에 있다고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그럴 때마다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손아귀를 아슬아슬하게 피했고 오히려 집값만 오르는 부작용만 발생했다. 계속해서 추가대책을 내놓아도 결과는 같았다.

다주택자를 조준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오히려 다주택자를 음지로 내몰아 공급부족 사태가 더욱 심화된 결과였다. 계속해서 헛발질만 해대는 정부에 불신 여론은 쌓여갔고 어느새 수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화풀이하듯 다주택자를 강하게 옥죘다.

최근 정부는 다주택자 신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국세청까지 동원하는 초강수를 빼들었다. 증여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과세를 매기겠다는 방침이다. 다주택자가 국세청 조사에 부담을 느껴 증여가 아닌 매매를 선택하게끔 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세무조사가 무서우면 1채만 남기고 다 팔라는 식이다.

국세청의 호응도 예사롭지 않다. 결연한 모습까지 엿보인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미성년자 등 만 39세 이하 연소자의 부동산 취득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0대나 10대가 재산을 취득하면 좀 더 정밀하게 보고 있고”며 “조사 초점을 연령이 낮은 쪽으로 옮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국세청이 다주택자 세무조사를 공식화 한 이상 최대한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한동안 거센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인, 유명연예인 등은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집값 상승의 주범은 다주택자라는 정부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선 국세청의 성과가 필수적이고 성과를 널리 알리는 방식은 누구나 알만한 인물을 희생양으로 내세우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현대중공업 권오갑 회장도 국세청의 칼끝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샐러리맨 신분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에 오른 권 회장은 명성에 걸맞은 재력을 갖춘 것으로도 유명하다. 얼마 전까지 그는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아파트인 압구형 현대아파트를 무려 2채나 가지고 있었다.

권 회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압박수위가 최정점에 달했던 지난 7월 자녀에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아파트 호실 1곳을 증여했다. 권 회장이 1999년 매입해 약 20년 가량 소유해 온 호실이다. 권 회장으로부터 아파트 호실을 증여받은 자녀의 나이는 올해 29살로 서른이 채 되지 않는다. 해당 호실의 현 시세는 40억원 안팎으로 증여세는 약 10억원 안팎에 책정될 것으로 보여 증여세 재원 마련 방안에 귀추가 모아진다.

다주택자, 고급아파트 증여, 20대 자녀 등 권 회장의 증여 사례에서 등장한 키워드는 국세청이 공개적으로 밝힌 세무조사 대상과 완벽하게 부합된다. 권 회장이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세청의 칼끝이 향할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벌써부터 세무당국 안팎에선 세무조사는 거의 기정사실로 봐도 무방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다주택 소유는 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힘들게 일군 재산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가 만든 어떠한 프레임 때문에 지금은 마치 죄처럼 여겨진다. 나라 전체가 죄가 아닌 것을 죄처럼 여기는 일종의 환각 상태에 빠졌다. 실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권 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만약 다주택자 증여에 대한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면 당당하게 맞서고 결과를 선제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다주택 소유와 자녀에 대한 증여 등이 결코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와 국세청,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 분명하게 짚어줄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를 이끄는 오피니언 리더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경종을 울려주길 바란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