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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찰총국장 시절 천안함 사건을 주도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2018년 4월 평양에서 남측 취재진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자신을 소개해 논란이 됐을 때 청와대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입장이 없다’는 것은 통상 할 말이 군색할 때 하는 표현이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푼수 없는 자랑질” “삶은 소대가리”라 혹평할 때도 청와대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내부 문건에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DMZ(비무장지대) 지뢰 및 화력 도발 등 모든 도발에 연루되어 있는 인물’이라고 명기해 놓았던 국방부는 대변인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하지 않았다”고 밝혀 김영철에게 면죄부를 줬다. 한 술 더 뜬 통일부는 홈페이지에 실려있던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관련 인물에서 ‘김영철’ 조항을 아예 삭제했다.
문재인정부는 왜 이렇게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라는 원인이 명백한 천안함 폭침사건에 대해 뒤끝을 보이는지 의문이다. 대통령이 사장을 임명하는 공영방송 KBS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직후와 2018년 ‘추적 60분’을 통해 비슷한 내용의 ‘천안함 괴담’을 퍼트렸다. 허위로 드러난 좌초설과 미국·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등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심지어 결정적 증거인 ‘북한 어뢰 추진체’마저 조작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법원도 천안함 음모론에 한몫 거들었다. 지난해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천안함 괴담을 퍼트려 1심에서 “비방 목적이 충분하고 악의적·경솔한 공격”이라며 유죄가 인정된 신상철 씨 2심 판결문에서 “신 씨 주장이 허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방 목적이 아닌 ‘공익 목적’ ‘사상과 학문 영역’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 ‘천안함 음모론 영상’에 대해 ‘해당 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려 희생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고 있다. 국방부가 이들 영상이 ‘사회 질서를 위반했다’며 삭제 또는 접속 차단을 요청한데 대해 방심위는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이다. 이에 발끈한 천안함생존자전우회와 천안함46용사유족회는 재심의와 사과를 촉구했다.
사고 당시 천안함 함장이던 최원일 예비역대령과 생존 예비역 34명은 어제 진행된 새 천안함 진수식에 모두 불참했다. 이들은 “국가를 지키다 희생한 장병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실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행사에 참석해 손뼉을 칠 수 있겠느냐. 정부 기관이 음모론을 방조하는데 쇼에 이용당할 필요 없다”고 했다. 일리 있는 항의다.
여권 인사 중에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임을 부인하는 사람이 꽤 많다. ‘미군의 천안함 침몰 개입 가능성’(박영선) 주장을 시작으로 “정부 발표를 무조건 믿으라는 건 공감하기 어렵다”(정세균), “어뢰설 등은 모두 억측과 소설”(유시민), “북한 소행설에 의문 일으키는 근거가 널려 있다”(천정배), “북한 소행이라고 믿고 싶지가 않다”(설훈)고 했다. 민주당이 추천한 민변 출신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정부 발표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낙마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정치를 시작하며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썼다. 이어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전우회장을 만나 “천안함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사건 직후 국회의 북한규탄결의안 표결에서 민주당은 이낙연 의원 등 6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들이 지금 국회의 다수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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