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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부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이탈리아 로마 3파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강력한 경쟁 상대인 사우디의 입지에 변수가 생길 것으로 조심스러운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로서는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 모두 감안해 유치 노력에 총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지금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으로 화약고에 불이 붙은 형국이다. 외신으로 전해지는 현지 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아기들까지 집단학살에 희생되고, 너무 잔인해서 사용이 금지된 무기 ‘백린탄’마저 사용됐다는 주장도 들려온다. 이 무모한 전쟁의 희생자는 무고한 이스라엘 국민과 팔레스타인 주민이다.
일각에서는 하마스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물론 이란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쟁에서 미국 등 서방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중동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편에 서게 될 것은 빤한 일이다. 특히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명확히 하는 바람에 서방국과 중동 국가의 대립 구도가 분명해졌다.
이탈리아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과 공동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단합된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이전쟁에 대해 말을 아껴왔으나 최근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자국 방어 노력을 지지해 달라는 요청에 긍정적인 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2030엑스포 개최지 후보 경쟁 3국 중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이스라엘을, 사우디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편으로 나뉘게 된다. 여기에 유치전의 변수가 작용할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구촌 한편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전쟁을 두고 우리나라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인도적 시선으로나 양심적으로 거리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전개되는 전쟁과 별개로 2030년에는 엑스포가 열릴 것이고, 다음달 28일에는 엑스포 개최지가 결정된다. 우리보다 일찌감치 유치전에 뛰어든 사우디는 오일머니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우세한 형세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사우디가 팔레스타인 지지 선언을 한 이후 국제 여론의 변화가 미묘하게 감지된다는 관측이다.
사우디와 팔레스타인을 이어주는 건 중동이란 지역적 동질감도 있지만 이슬람권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사우디의 잠재적 지지 국가들의 지형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즉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 중 일부가 사우디 지지에서 발을 빼는 대신에 중동·아프리카의 일부 이슬람 국가들이 사우디 편으로 입장을 굳힐 가능성이 보이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앞으로 남은 40여 일 동안 부산시와 정부, 그리고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최근 한덕수 국무총리에 따르면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정부와 기업이 전 세계를 무대로 이동한 거리가 각각 850만㎞·790만㎞로 이는 지구 400여 바퀴를 돈 거리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만난 각국 지도자만 해도 91개국 455명이다. 이제 막판 스퍼트를 가할 때다.
다만 이·팔 전쟁으로 인한 지형변화를 우리의 기회로 인식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강점 ‘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나라’ ‘삼성·SK·현대차 같은 세계적 기업의 나라’ ‘지구촌을 하나로 묶어주는 K컬처의 나라’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국제박람회기구(BIE) 182개 회원국 중 아직 중립적 입장에 있는 국가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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