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대구 
울산 
제주 
)
다들 경기가 안 좋다고 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낮은 경제성장률에, 위축된 소비심리를 보이고 있다. 어려운 중에도 광화문광장 사랑의 온도계가 나눔 온도 60도를 넘어섰다. 따스한 손길을 내미는 이웃이 있어 그래도 이 겨울이 춥게 느껴지지만은 않는다.
어릴 적 가장 서러운 말이 “너네 엄마 언제 오시니?”였다. 엄마가 돈 벌러 나가면서 이웃집과 친척 집에 자식들을 자주 맡겼다.
엄마는 늦도록 안 오고 이웃집 아주머니는 어린 불청객들이 조금 많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자기 자식만으로도 좁은 집구석인데 남의 자식들까지 한데 엉기니 정신이 없다. 해는 지고 저녁밥때는 다가오는데 남의 애들 밥을 챙겨 주어야 하는지도 고민이다. 거기까지는 엄마의 부탁 사항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밥때가 됐는데 굶겨 보내기도 편치 않다.
지금이야 먹거리 정도는 풍성하지만 그때만 해도 엥겔 계수가 30%를 넘던 시절이었다. 아주머니는 어린것을 붙잡고 “너네 엄마 언제 오시니?”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어린것이라고 엄마가 언제 오는지 알 턱이 있나. 휴대전화가 있던 시절도 아니고, 교통수단이 다양했던 시절도 아니니 엄마가 언제 올지는 순전히 하늘만 알고 있을 터였다.
얼마 전 휴일을 맞아 집에 놀러 온 친구가 하루 종일 안 가고 뭉갰다. 할 일도 많고 바쁜데 친구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 아주머니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너네 엄마 언제 오시니?”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농담이었다. 순간 친구 눈이 그렁그렁해지면서 자기도 그 말만 들으면 눈물이 난다는 것이었다. 바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는 한참 웃었다. 아팠던 일도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농담의 소재가 되는구나!
아팠던 상처도 스스럼없이 입에 올릴 수 있으면 치유가 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 이제 가난이 나를 아프게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거리는 축제의 불빛으로 휘황찬란하지만 어디선가 어린이집·공부방에 맡겨진 채 하염없이 미래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엥겔 계수가 100%면 기아 상태·60%면 극빈층·50%면 하층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60년대 50%·70년대 30%를 거쳐 지금은 평균 10%대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건너왔다고 생각하는 강인데 아직도 그 강을 못 건너는 나라가 있고, 못 건너고 있는 이웃이 있다. 이번 연말에는 나눔온도가 100도를 넘기길, 마음의 온도가 200도로 펄펄 끓기를 간절히 빌어 본다.
시인·소설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1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