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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수한 상처를 통과하는 일이다. 어렵게 시도한 도전은 실패하고, 믿었던 친구는 떠나간다. 상사와 거래처는 지속적으로 무시하고, 공동체는 금 밖으로 밀어내려 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서운한 마음이 들고, 가벼운 농담도 다큐로 들린다.
트라우마(외상)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는 종종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둘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트라우마는 개인에게 신체적·정서적으로 해롭거나 위협이 되는 사건이나 상황을 뜻한다. 그 자체는 질환이 아니지만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PTSD는 임상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악몽을 꾸거나 신체적인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PTSD를 의심할 수 있다.
프로이트의 유명한 환자인 엠마는 옷가게 공포증을 앓고 있었다. 엠마는 12살 때 옷가게 점원들이 자신의 옷을 보고 웃었기 때문에 공포증을 앓게 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엠마의 기억 저편에 숨어 있던 또 하나의 사건을 끄집어낸다. 8살 적 사탕가게 주인이 옷 위로 그녀를 추행한 사건이 그것이다.
8살 아이는 성추행의 의미를 알지 못하므로 이 기억은 은폐된다. 대신 12살에 겪은 비교적 뚜렷한 사건이 그 자리를 대체하여 ‘옷=불쾌’라는 공식을 만든 것이다. 그가 다친 것은 8살 때지만 그가 실질적으로 상처를 입은 것은 12살 때다. 뭔가를 알게 될 때 상처도 온다.
슬라보예 지젝은 때로는 삶 가운데 상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처가 없다는 것은 고립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만나지 않거나 7살 적 순수함을 유지한다면 상처 따윈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런 삶을 원하진 않는다.
트라우마는 ‘상처’를 뜻하는 그리스어 트라우마트(traumat)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이 트라우마트는 독일어로 꿈을 뜻하는 ‘트라움(traum)’을 연상시킨다. 상처와 꿈이 이토록 유사한 단어라니 재미있지 않은가.
상처는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고 안 다치기보다 맞아 죽더라도 성장하는 삶이 이득이다. 상처는 개인을 성장시키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고무시킨다. 어른이 되는 것! 그것은 많은 상처를 통과해야 하는 일이지만 인간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 만한 가치 있는 일이다. 어른도 못 되어 보고 죽는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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