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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박정희 정부는 강북 지역에 집중된 서울의 인구를 분산시키기 위해 강남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강북에 위치해 있던 교육시설 및 주요 관공서, 버스터미널 등을 강남으로 이주시켜 자연스러운 인구의 이동을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 정부의 의도대로 강남 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수많은 아파트도 이 때 세워졌다. 당시 권력·부유층이 중심이 된 이주는 강남 지역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켰다. 이 때문에 강남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은 더욱 가속화됐다. 덕분에 강남의 땅 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남지역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으로 자리매김했고, 지금도 그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강남 지역의 입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강남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시세는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또 강남지역의 부동산 동향은 전국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통했다.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우선적으로 나타나는 곳도 강남이었다. 그런데 이런 강남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 돼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재건축 사업이 진행됐고, 2000년대 이후부터는 사업을 진행하는 단지 숫자가 급증했다. 강남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들은 과거의 강남개발 당시에 버금가는 ‘강남불패’를 다시 유행시킬 만큼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실제로 강남3구는 재건축 후 수익률이 타 지역 아파트와는 월등히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강남 재건축 단지 공사 수주에 열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건설경기 침체가 전례 없이 곤두박질치면서 건설업계 전체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운 이후에는 강남 재건축 단지 공사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런데 최근 강남의 알짜 중에서 노른자위 단지로 손꼽히는 신반포6차 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대기업 계열 건설업체들 간의 공사 수주를 위한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로이 시공권을 따 낸 GS건설이 기존의 관행마저 뒤엎는 과감한 움직임도 보여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스카이데일리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신반포6차 단지의 재건축 사업을 둔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 간의 경쟁 구도 및 논란과 여론의 반응 등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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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S건설은 지난달 강남의 알짜 재건축 단지로 손꼽히는 신반포 6차 단지 재건축 공사를 수주했다. 그런데 GS건설이 신반포6차단지 시공사로 선정된 후부터 건설업계 안팎에서 관행을 벗어난 행보로 눈총을 받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GS건설 본사가 있는 그랑서울 빌딩 ⓒ스카이데일리
강남 알짜배기 단지 재건축 사업 시공권 고스란히 넘겨준 ‘두산건설’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 온 ‘신반포6차’ 단지는 부동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온 단지 중 한 곳이다. ‘강남 아파트’라는 상징적 효과와 더불어 북으로는 한강을 바라보고 남쪽으로는 전국 육로 교통의 허브역할을 하고 있는 ‘강남 고속터미널’을 둔 입지적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신반포6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사업 초기인 지난 2001년 시공사로 두산건설을 선정했다. 당시 두산건설을 향한 업계의 부러운 시선이 가득했다. 강남에서도 알짜배기 땅으로 불리는 곳에 자사의 브랜드를 내 건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다 수익성 또한 양호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 이유에서다.
그런데 재건축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과정에서 건설업계의 불황이 겹쳤고, 실적 부진을 거듭한 두산건설의 위기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급기야 조합은 지난해 3월 총회를 열고 두산건설의 신용등급 하락 및 재무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시공권 가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두산건설은 시공사 계약해지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이에 ‘사실상 시공권을 되찾을 길이 없어졌다’는 여론이 팽배해 졌다. 다만, 법원은 두산건설이 조합측으로부터 원상회복(대여 원리금) 의무 및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판결했다. 두산건설은 시공권을 잃었지만 그동안 입은 금전적인 손실을 일부 만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이 포기한 재건축 사업, 대림·GS 각축전
▲ 신반포6차 재건축 조합은 당초 두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과정에서 두산건설의 신용등급 하락 및 재무상황 악화 등을 이유로 시공권 가계약을 해지했다. 사진은 신반포 6차 단지 ⓒ스카이데일리
두산건설을 사실상 내쳤다는 시선을 받은 재건축 조합은 새로운 시공사 찾기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세 번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은 건설업체들의 참여가 미진해 모두 유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신반포6차 입찰에 건설업체들이 참여를 꺼린 것은 기존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공권 뺏기를 시도하지 않는 업계의 관행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타 산업 직군에 비해 기존 업체들 간의 유대 관계가 끈끈하고 업계의 관행 또한 깊숙이 자리매김 하고 있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입찰담합 사례가 빈번하게 적발되는 것은 건설업계의 이런 행태를 고스란히 반증하는 현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 자료:건설협회 ⓒ스카이데일리
이 때문에 아무리 신반포6차 재건축 사업 수주로 얻는 게 많다 해도 두산건설이 뺏긴 것으로 업계에 회자된 시공권을 차지하기 위한 입찰에는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단지 주민들이 시공사로 가장 선호해 조합이 올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29일 ‘시공사선정 입찰제안서 미제출 통보’ 공문을 통해 입찰제안서 제출을 거절했다.
그런데 삼성물산이 시공사선정입찰 포기 의사를 밝힌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과 다른 변화의 움직임이 발생했다. GS건설, 대림건설, 현대산업개발 3개사가 조합측에 입찰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다. 조합은 삼성물산 입찰참여 불가 및 3개사 입찰의향서 제출에 대한 입찰절차 진행 안내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안내문을 조합원들에게 서둘러 발송했다.
이는 ‘조합의 다급한 처지가 엿보이는 움직임’이라는 게 주변 부동산들의 견해였다.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들은 삼성물산에 버금가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들이기 때문에 “조합입장에서는 이들이 입장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입찰 절차에 들어가야 했을 것”이라고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전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스카이데일리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조합은 곧바로 시공사선정입찰 절차에 돌입했다. 최종적으로 대림산업과 GS건설 두 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이 후 지난달 5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재계 “전경련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의 밥그릇을 뺏았았다” 비난
GS건설이 신반포6차단지 시공사로 선정된 후부터 여러 가지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우선 건설업계에서는 GS건설이 업계의 관행을 뒤엎고 기존 시공사인 두산건설로부터 시공권을 뺏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난 여론이 불거져 나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GS건설과 두산건설 모두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해 유동성 위기를 겪을 만큼 상황이 악화됐다. GS건설의 경우는 적자 규모가 훨씬 더하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런 이유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두 기업의 밥그릇 싸움에서 두산건설이 밀렸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심지어 각 기업의 입장을 총수들에게 빗대어 ‘전경련 회장(허창수 GS그룹 회장, GS건설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밥그릇을 빼앗았다’는 비아냥 섞인 얘기들이 나돌았다고 재계의 한 중역은 귀띔했다.
또 재계 일각에서는 ‘GS그룹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두산건설을 무시한 것과 다름 없다’는 주장도 고개를 들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에서 GS건설은 11위를 차지한 두산건설에 비해 5단계나 높은 6위를 차지했다. 공정위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출자 기업집단 자산 순위(공기업 제외)에서도 GS그룹은 10위를, 두산그룹은 17위를 각각 차지했다.
GS건설, 동종업체 두산건설과 법정 분쟁 불사한 조건 제시 촉각
▲ 최근 재계 일각에서는 GS건설이 신반포 6차 단지 재건축 공사를 수주한데 대해 ‘GS그룹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두산건설을 사실상 무시한 것과 같은 행보를 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두산건설 본사 ⓒ스카이데일리
더욱이 최근에는 GS건설이 입찰 과정에서 두산건설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는 해석을 나오게 한 조건을 내세운 사실도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며 상황이 악화된 GS건설이 두산건설을 희생양 삼아 재기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원색적인 구설까지 분분한 상황이다.
신반포6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입찰에 참여하면서 기존시공사인 두산건설과의 소송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대림건설은 시공사로 선정될 시 두산건설이 소를 취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해 놨다고 밝혔다. 대림과 두산 양측 대표가 사전에 합의한 확인서도 존재했다.
반면 GS건설의 해결방안은 사뭇 달랐다. GS건설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조합과 기존 시공사인 두산건설과의 법적 분쟁을 해결한다고 공언했다. GS건설이 제시한 조건은 △법정 분쟁관련 총회비용 및 소송비용 전액 무상 지원 △국내 최고 대형 로펌을 통한 법률적 업무 지원 △기존 시공사의 소취하 등 법정 분쟁의 원만한 해결 추진 △법적 분쟁으로 인한 사업 지연 방지 △법적 분쟁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 방지 등 총 5가지 조항으로 구성됐다.
▲ 자료:신반포 6차아파트 재건축 조합 ⓒ스카이데일리
이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대림산업의 해결방안은 동종업체인 두산건설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해 마련한 합리적인 방법인데 반해 GS건설이 내세운 조건은 강제성이 다소 짙게 깔려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건설계열사 한 임원은 “두 기업간 사전에 협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여지는 상황으로만 봤을 때는 GS건설이 두산건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고 밝혔다.
시공권 수주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여러 가지 잡음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업계의 관행이나 일각의 의견일 뿐,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명확하게 밝혀야 할 입장도 없다”고 말했다.
강남 알짜 단지 재건축 공사 수주 둘러싼 구설 분분해
▲ GS건설과 달리 대림산업은 신반포6차단지 재건축 사업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사전에 두산건설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대림산업이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두산건설과 원만하게 합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확인서 ⓒ스카이데일리
신반포6차단지 일부 주민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에 GS건설이 대림산업을 제치고 시공사 입찰권을 획득한 것 자체를 두고 의아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는 “두산건설이 사실상 시공권을 빼앗긴 데는 실적악화 및 신용도 하락이 작용했다고 해도, 따지고 보면 GS건설의 상황도 나을 바 없다”는 주장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난해 두 기업의 실적(개별)을 살펴 보면 GS건설은 매출액 7조8618억원·영업손실 1조314억원·당기순손실 9260억원을, 두산건설은 매출액 2조1882억원·영업이익 556억원·당기순손실 33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손실 규모에서 GS건설은 두산건설에 비해 월등히 큰 셈이다.
▲ 자료:신반포 6차아파트 재건축 조합 ⓒ스카이데일리
GS건설이 대림산업을 제치고 시공권을 입찰한 것에 대해서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과’라는 반응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기업이 제안한 사업 참여 조건을 비교했을 때 대림산업의 조건이 GS건설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신반포6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평당 공사비는 대림산업이 401만9000원으로 GS건설 426만8577원 보다 더 저렴하다. 철거공사비, 발코니 확장 공사비 등도 마찬가지다. 예상 입주 시점 또한 대림산업이 GS건설에 비해 약 7개월 빠르다.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이사비용도 대림산업이 GS건설에 비해 2배 가량 많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조합 입장에서는 대림산업의 입찰 조건이 외견상 GS건설에 비해 유리한 편이다”며 “그런데도 조합이 GS건설을 선택한데는 다양한 조건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각에서는 GS건설의 브랜드 인지도를 이유로 들고 있는데 인근의 신반포1차 재건축 단지가 최근 대림산업의 브랜드로 분양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설득력이 그리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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