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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출범 4개월 만에 세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고, 국무총리 직속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대출·청약·세제·정비사업 등 전 분야를 조여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15일 정부는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부동산 불법행위 전담 감독기구 신설 △서울·수도권 전면 규제 확대 △세제 강화 시사다. 구체적으로 ‘10·15 대책’은 부동산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수사 일원화’, 서울 전역의 ‘규제 전면 복원’, 그리고 세제·금융·공급의 ‘정책 총동원전’으로 요약된다. 정부가 강조한 표현 그대로, 이번 대책은 ‘암수술’식 시장 조기 차단과 주거 안정 회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집값 띄우기, 허위 신고가, 시세 조작 등 불법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기구’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치한다. 이 기구는 기존 국토부의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보다 한 단계 높은 감독·수사 기능을 갖춘 상설 조직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실제 수사까지 연계되는 기능을 부여할 계획”이라며 “규모와 조직 형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부터 제안했던 공약으로, ‘금융감독원에 준하는 부동산 감독기구’ 구상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국토부·금융위·국세청·경찰청 등으로 흩어진 부동산 단속 기능을 통합해 거래 질서를 상시 관리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정식 출범 전까지 범정부 대응 체계를 가동한다.
국토부는 ‘신고가 띄우기’ 의심 사례 425건을 기획 조사해 8건을 적발, 이 중 2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금융위는 주택 구입으로 전용된 사업자 대출의 실태를 전수조사해 대출 규제 우회 행위를 점검한다. 국세청은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고가 아파트 증여 거래를 전수 검증하고,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신설한다.
경찰청은 전국 841명 규모의 ‘부동산 범죄 특별단속팀’을 꾸려 집값 띄우기·부정청약·재건축 비리 등을 집중 단속한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서울 강남4구를 비롯한 한강벨트 고가 아파트 취득에 대한 자금 출처 검증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부모 찬스·법인 자금 유용·저가 증여 등 변칙 거래는 빈틈없이 과세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체와 경기 12개 지역(과천·광명·성남 3개 구·수원 3개 구·안양·용인·의왕·하남)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2년 9개월 만의 전면 재지정으로, 한강벨트·분당·과천 등에서의 상승세와 갭투자 확산 조짐에 대한 ‘초강경 처방’이다. 규제지역 지정은 16일부터 발효된다.
대출 규제의 경우 무주택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40%로 축소되고, 유주택자는 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주택가격별 한도도 세분화돼, 시가 15억~25억 원은 4억 원, 25억 초과는 2억 원으로 줄었다. 갭투자 차단도 이어진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서는 아파트와 동일 단지 내 연립·다세대주택 매수 시 관청 허가가 필요하며,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돼 전세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진다.
청약·세제 강화된다. 청약 1순위 요건이 강화되고, 다주택자의 양도세는 2주택 20%p, 3주택 이상은 30%p 중과된다. 1가구 1주택 비과세에는 ‘2년 거주’ 요건이 추가된다. 정비사업 규제도 이어진다.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및 재건축 조합원당 공급 1주택 제한이 적용된다.
국토부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와 수급 불균형이 맞물린 불안정한 상태”라며 “이번 대책은 시장 과열의 ‘병변’을 정확히 도려내는 ‘암수술’식 처방”이라고 표현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부동산 세제 개편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병철 기재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정책 수단도 사용할 수 있다”며 “보유세·거래세 조정을 포함한 세제 합리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던 이 대통령의 발언 기조를 유지하되, 시장 과열 시에는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로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3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 거래와 고가 증여 거래를 전수 검증하겠다”며 “특히 ‘똘똘한 한 채’를 저가 신고하거나 가장매매로 위장한 사례는 철저히 과세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수요억제책과 병행해 공급 후속조치도 연내 추진한다. 노후청사·국공유지·도심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등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 계획을 세우고, 서울 성균관대 야구장·위례 업무용지 등 4천 가구 부지를 공공기관 예타 없이 매입 절차에 착수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금이 주택시장 안정의 골든타임”이라며 “주거 안정을 정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관계 부처가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남부의 거래가 급감하고, 매물이 늘면서 일부 지역은 조정기에 들어갈 것”이라며 “다만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전환 가속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연합뉴스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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