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권 대학생 6만명 주거 ‘쪽방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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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평(14㎡) 이하 거주자 전체의 절반

김종우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2-10 12:52:45

전·월세, 하숙, 고시원에 거주하는 수도권 대학생 1인 가구 중 52%가 주택법상 최소 주거 면적 기준인 14㎡(4.2평) 이하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서 상경한 서울권 대학의 재학생 14만명중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인원을 뺀 12만명의 절반정도인 6만명이 이처럼 ‘쪽방촌’ 수준의 주거환경에서 열악하게 거주하고 있다. 서울YMCA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인천, 경기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면서 자취, 하숙 등을 하는 대학생 526명(응답자 3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전·월세, 하숙, 고시원에 거주하는 수도권 대학생 10명 중 8명 이상인 83%가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중 주거면적을 기록한 1인 가구 356명 중 절반이 넘는 187명이 주택법이 정한 최소주거 면적기준 이하의 공간에서 거주했다. 설문결과를 스카이데일리에서 자료를 긴급 입수해 살펴보았다.

▲ 대학생 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가운데 5명이 최소 주거면적에도 못 미치는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을까?”

서울권 대학 진학을 위해 코피 터지게 공부에 열심이었던 수험생들.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 후 대학에 대한 꿈과 로망을 가득 싣고 온 입학생들.

▲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전국의 인재들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그들의 거주 형태는 등한시하고 있다.

이들 모두 어느 누구 하나 예외없이 정작 서울권 대학에는 입학했는데 현실은 막상 살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특히 지방에서 상경한 대학생들은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전세난’으로 치솟는 주거비 부담까지 고통이 극심하다.

서울시내 대학 재학생은 약 27만여 명. 그 중 절반 이상인 약 14만 명이 지방 출신의 학생들이다.

대학별로 기숙사가 있지만 수용 인원은 보통 재학생의 10%가 조금 넘는 정도라서 기숙사는 1년만 가능한 학교들이 꽤 많다.

▲ 저소득층에게는 중개료를 받지 않는 선행으로 유명해진 관악구 신림동의 중개업소 ‘골목바람’

그나마 수용 비율이 조금 높은 대학교는 약 20%가량이다. 즉, 타지에서 온 학생 12만 명 이상이 매 학기 주거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전국의 인재들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그들의 거주 형태는 등한시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학업에 열중하고 자기계발에 힘쓰고 싶지만 기본적인 거주 문제가 걸림돌이 되니 그들의 한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학은 무슨 생각으로 인재를 제대로 양성해 보겠다는 것일까?

예를 들어 유명 대학이 몰려있는 신촌 일대 원룸은 20~25㎡(전용면적 6~7.5평)의 경우, 월세가 평균 50만원 선이다.

전세로 구입하려면 최저 5000만원 이상이 든다. 실 평수가 7~9㎡(2~2.7평)에 불과한 초소형 고시텔도 30만~40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한다.

자취생·하숙생들은 갈수록 생활비 마련하기가 버거워지고 있는데다 신촌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주경야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대학생들의 ‘주거권’은 교육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누구 하나 선뜻 해결하려 들지 않고 있다.

대학생 10명 가운데 5명, 비좁은 공간 생활

서울YMCA가 지난해 10월부터 1월말까지 서울, 인천, 경기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면서 자취, 하숙 등을 하는 대학생 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가운데 5명이 최소 주거면적에도 못 미치는 비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서울YMCA ⓒ스카이데일리

14㎡ 이하 거주 유형별로는 고시원 96%, 하숙생 72%, 월세 29%, 전세 16%가 이처럼 최소주거면적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주거 형태는 월세가 36%(257명)로 가장 많았고, 학교 기숙사 21%(157명), 고시원과 하숙이 각 15%(109명, 105명), 전세가 9%(68명)로 조사됐다.

또 전체 응답자 526명 중 38%인 200명이 매년 또는 학기마다 집값(월세, 하숙비, 기숙비 등)이 인상됐다고 답했다.

한편 응답자들은 용돈과 생활비 절약(35%·75명), 반 지하, 고시원 등 싼 주거지로 이전(16%·32명), 아르바이트(14%·28명), 친구 등 지인과 함께 공동 거주(9%·18명) 등으로 집값 인상에 대응했다.

주거비의 인상 이유가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물가상승과 대학가 집주인들의 답합을 꼽았다.

해당 질문 응답자 200명 중 42%인 84명이 ‘부동산 가격 등 물가 상승영향’, 39%인 78명이 ‘대학가 집주인들의 담합’으로 집값이 올랐다고 답했다.

아울러 전·월세 자취 대학생들은 41%가 ‘월세 등 임대료 부담’을, 14%가 ‘원하는 시기에 방 구하기 어려움’을, 13%가 ‘방 크기 협소’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YMCA 관계자는 “주거비 부담 능력 격차로 교육 불평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저렴한 임대료로 적절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대학과 정부, 지자체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jw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