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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중대재해 규탄 기자회견에서 들은 말 중에 꽤 인상적인 것이 있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그 대가로 마을 사람들의 목숨을 요구한다면 그것을 수호신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악귀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한 때는 포항 경제를 책임지는 수호신이라고 불렸으나 요즘에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악귀가 됐다는 말도 따라 나왔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나고 거의 4년이 지나간다.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지도 거의 2년이다.
원래부터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당시에는 중소기업들이 안전 체계와 인력을 갖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처벌 기준이 모호하고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그리고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과 기업 활동 위축이 주된 반대 근거로 꼽힌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중대재해자는 13만348명으로 2021년(12만2713명)보다 늘었고 2023년과 2024년도 각각 13만6796명과 14만2771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기서 통계를 가져오면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결과 기업의 63%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 업무 수행 인력이 늘었다. 안전 관리 예산이 증가한 비중은 72%였다. 기업이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는데도 중대재해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통계 자료는 아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이후로 기업 회장이나 대표이사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놓고 기업을 혁신하겠다고 말한 기사는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조금 비약해서 말하면, 대다수의 기업이 대대적으로 인원과 예산을 확충하고 회장이나 대표이사가 매번 강조하는 사안에 성과가 나지 않고 있다. 보통 이런 일이 생기면 책임자를 문책하거나 심하게는 물갈이 되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다.
굳이 형사 처벌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의 최우선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해서 보직에서 해임당하고 무능력자로 낙인이 찍히는 것은 누구라도 피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형사처벌이 과도하다는 말부터 나오는 것은 관리가 미흡해 사망자가 나온다고 해도 법적 책임이 무섭지 기업 내의 평판은 별로 타격이 없는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경영 활동 위축까지 언급되고 나니 직원의 안전에 쓰는 돈과 인력이 결국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기업 회장이 신년사나 취임 연설 또는 창사 N주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이라는 말이다.
우리 위대하신 회장님께서 말로만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고 큰 자리에서만 안전을 강조하는 위선자일 리는 없으니 중대재해처벌법을 논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사고가 안 나고 사람이 죽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 본인 경력에 더 이로울 것이다.
특히 사건사고가 났을 때는 가족이 죽어서 슬퍼하고 분노하시는 회장님께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 낫다.
위에 적혀있는 말이 우리 회사에 적용되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한다면 더욱더 중대재해처벌법을 논할 자격이 없다. 입으로는 안전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사람 목숨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악귀가 천벌도 안 받고 감옥만 가는데 뭐가 가혹하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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