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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선포 1주년을 맞아 국회가 ‘그날 12·3 다크투어’를 마련하자 여야 공방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투어 일정에 이른바 ‘이재명 숲’을 포함시키라고 요구하며 직격탄을 날렸고, 민주당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몸을 숨긴 것을 폄훼하는 후진적 정치”라며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투어 코스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가 무서워 숨어 있었다는 ‘이재명 숲’도 포함시키라”며 “불법 계엄 저지는 국민 모두가 한 것이지 민주당이 독점한 업적이 아니다. 민주당은 자중하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숲’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재명 당시 대표가 체포 가능성을 우려해 국회 인근 숲에 몸을 숨겼다는 본인의 발언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김어준 씨 방송에서 “(대표실로) 가면 잡힐 테니까 숲에 숨어 있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0월에도 김용민 의원과의 설전에서 “겁먹고 숲에 숨었던 사람은 이재명 대표였다”고 주장하며 계엄 정국을 둘러싼 프레임 전쟁을 이어왔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 역시 “나도 이재명 숲이 궁금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민주당 “누구라도 체포되면 안 되는 상황…후진적 캠페인”
국회, 계엄 해제 표결 1주년 맞아 ‘그날 12·3 다크투어’ 개최
논란은 즉각 반발을 불렀다. 당시 이재명 대표와 함께 있었던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의원 한 명이라도 체포되면 표결이 무산될 수 있는 절체절명 상황이었다”며 “몸을 숨긴 것이 무슨 흠이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그는 한 전 대표를 향해 “남을 깎아 자신을 돋보이려는 방식은 너무 후진적”이라며 SNS 공세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행사는 국회사무처가 마련한 공식 프로그램이다. 국회는 12월 3일부터 5일까지 ‘그날 12·3 다크투어’를 진행한다. 긴박했던 계엄 해제 과정의 현장을 시민에게 공개해 민주주의 회복의 의미를 성찰하자는 취지다.
참가자들은△우원식 국회의장이 월담했던 국회 담장 구간△계엄군 헬기가 착륙했던 국회 운동장△계엄군과 의원들이 대치했던 본청 2층 현관 등을 해설사와 함께 둘러보게 된다. 특히 12월3일 오후 5시 투어는 우원식 의장이 직접 도슨트로 참여해 당시의 상황과 계엄 해제 표결의 의미를 설명한다. 신청 정원은 190명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의결에 참여했던 국회의원 숫자를 상징한다.
우 의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에서 “전 세계에 유례없는 민주주의 회복력의 기록이었다”며 “현장을 함께 기억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 코스에는 우 의장 월담 지점은 포함됐지만 이재명 당시 대표가 월담한 장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주최 측은 “국회의 공식 기록과 안전 문제를 기준으로 코스를 구성했다”며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정국은 지난해 결의안 의결로 종료됐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누가 먼저 저지했는가’, ‘누가 도망쳤는가’를 둘러싼 기억 전쟁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의 공식 기념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논쟁의 불씨가 커진 만큼, 다크투어 기간 동안 여야의 공방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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