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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산업과 업종에서 대기업의 시장 지배가 만연한 가운데 출판업계 또한 예외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력을 앞세운 대형 출판사들이 출판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설립 신고된 출판사 수는 3만8170개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93.1%에 해당하는 3만555개 출판사는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1년 동안 단 한 권의 책도 발간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는 1987년 출판사 설립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된 것과 더불어 현재 출판 시장이 불황인 탓도 있다.
하지만 대형 출판사가 유능한 필진을 독점하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홍보까지 자금을 쏟아 붓는 상황에서 영세 출판사가 틈새를 비집고 책을 발간해 성공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출판사들의 실적 현황을 살펴보면 영세 출판사들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에 신간을 제출한 출판사 수는 2615개였다. 이들 출판사들이 발행한 책 종수를 살펴보면 5종 이하 발행한 출판사 수는 1315개로 전체의 50.3%를 차지했다.
이어 △6~10종 446개사(17.1%) △11~20종 365개사(14.0%) △21~30종 167개사(6.4%) △31~40종 86개사(3.3%) △41~50종 44개사(1.7%) △51~100종 100개사(3.8%)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1000종 이상 발행한 출판사는 5개에 그쳤다. 이들 대형 출판사가 최소 1000종씩만 출간했다고 가정해도 지난해 전체 발행 종수인 4만4036종의 11%에 달한다. 그만큼 소수 출판사의 시장 독점은 이미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출판 시장 매출의 70% 이상을 50여개 상위 출판사가 점하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시장을 놓고 1인 출판사 등 영세 출판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책을 팔기 위해서 잘 읽히지 않는 양서는 배제된 채 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처세술 등의 가십서 발행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의 절대 독서량이 감소하는 추세에서 이는 국가적 차원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1인 출판사 사장은 “영세 출판사들은 각각 전문적인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키는 상황이다”며 “좋은 책은 읽힌다고 믿고 있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대형 출판사들이 현재 2조원에 달하는 출판시장을 독점하면서 폐간 위기를 맞는 영세출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소수 출판사가 발간하는 책만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정보의 다양성마저 사라질 위험이 높다.
출판계에서는 돈이 되는 책을 위주로 출간하는 이른바 ‘지식편식증’ 풍조가 만연된지 오래됐다. 정부가 양서를 출간하는 영세사업자를 돕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상업주의에 매몰된 출판시장의 왜곡이 국민들의 지식수준을 심각하게 멍들게 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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