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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財富(재부)는 만인이 바라는 바이어서 그를 지켜나간다는 것은 여간 至難(지난)한 일이 아닌 까닭이다. 세상에 가장 맹랑한 거짓말이 바로 ‘부익부 빈익빈’인 것이다.
이에 드물긴 하지만 3 대를 넘어서는 경우가 없지도 않다.
중세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정확하게 12 대에 걸쳐 번성을 누렸다. 또 조선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후손들 역시 수 백 년 동안 왕좌에 오르면서 부와 권세를 누린 것이 그것이다.
3 년 전 나는 메디치 사람들의 생년월일시를 우연한 계기에 입수하게 되었다. 내게는 실로 보물과도 같은 자료였고, 덕분에 12 대에 걸친 사례 연구를 통해 財富(재부)가 이어져가는 모습과 그 속에 담긴 놀라운 이치들을 엿볼 수 있었다.
또 그밖에도 여타 국내외 부자 가문들의 사례를 연구해오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많은 것을 이해하고 알 수 있었다.
물론 연구 사례가 부족한 만큼 이것만으로 보편적 이치에 통달했다 말하기는 어렵다 느낀다.
오늘은 그간의 연구 중에서 일부이지만 상당히 흥미로운 바가 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삼성의 故(고) 이병철 회장과 현재의 이건희 회장, 두 父子(부자)의 얘기이다.
이병철 회장은 태어난 날이 戊土(무토)로서 그의 운기 상 입춘 바닥인 1938 戊寅(무인)년에 ‘삼성상회’라는 이름으로 창업을 했다.
이에 이병철 회장은 12 년이 지난 1950 년 6.25 동란의 와중에도 열심히 자신의 씨앗을 뿌렸으니 그것은 1952 년에 가서 드디어 싹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누구나 입춘 바닥으로부터 14 년이 지나면 자신이 뿌린 씨앗이 땅위로 움터오는 것을 보게 된다. 나는 이를 ‘財(재)의 희망’이라 부르기도 하고 때로는 ‘재에 대한 간절함’, 줄여서 ‘간절 재’라 부른다.
이처럼 1952 壬辰(임진)년에 싹을 틔운 이병철 회장의 간절한 소망은 본인의 노력과 성실함, 앞을 보는 남다른 시야를 통해 무럭무럭 성장했고, 결과 1960-1970 년대에 이르러 국내 최고의 富豪(부호)가 되었다.
그리고 1952 년 최초의 희망이 싹을 보여준 이래 30 년이 지난 1982 년이 되었을 때 이병철 회장은 갑자기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다.
60 년을 한 주기로 하는 순환에 있어 1952 년은 이병철 회장에게 양력 4월 말 정도였고, 다시 1982 년은 양력 10월 말 정도가 된다.
농부가 볍씨를 뿌리면 4월 말 경이면 싹이 나오고 10월 말이면 그 벼가 수 백배의 낱알을 맺으니 농부는 이를 秋收(추수)한다.
따라서 1982 년은 이병철 회장에게 있어 가을의 풍성한 수확을 본 때였다는 말이다.
농부는 풍성한 수확을 얻게 되면 그를 잘 갈무리해서 창고에 넣게 된다. 그로서 한해의 농사는 마무리한다.
그러니까 이병철 회장의 1982 년 반도체 사업 진출 발표는 일생에 걸친 수확을 창고에 넣지 않고 그것들을 또 다시 또 다른 벌판에 씨앗으로 뿌리겠다는 말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二毛作(이모작)을 하겠다는 것이었으니 사실 욕심이 과하다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그 아들인 이건희 씨의 생각이었고 이를 이병철 회장이 지지했던 것이었다.
사실상 이로서 삼성그룹의 재부는 장남도 차남도 아닌 三男(삼남) 이건희 씨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재벌가의 상속 문제는 늘 모든 이의 관심거리가 되기에 말도 많고 이면의 얘기들도 무성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말이고, 진실은 언제나 간단하다.
돈 많은 집안에서 상속이란 으레 갈등 양상을 수반한다. 다 같은 아버지 자식이니 양보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유서가 있는 오래된 집안이라면 대개의 경우 장남이 이어 받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사업가 집안일 경우 그 부친은 가장 유망하다고 판단되는 사업 아이템을 가져오는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게 된다.
사업하는 사람에게 있어 돈이란 그냥 주는 법도 없고 받는 법도 없다. 그걸 모른다면 그는 사업가가 아니다. 이는 자식일지라도 마찬가지여서 재부를 물려준다는 것 역시 하나의 투자 행위이자 베팅이다.
그런 연유로 이건희 씨가 제시했던 당시 꿈나무였던 반도체 사업 안건은 이병철 회장의 마음을 충분히 흔들어놓았던 모양이다.
사실 이는 ‘돈은 돈이 되는 곳으로 흘러간다’는 평범한 이치에 불과하다.
모든 사업 안건은 미래의 일이기에 보장도 없고 그 어떤 약속도 없기에 돈을 쥔 사람은 장차 가장 유망하다고 즉 돈이 될 것으로 여겨지는 쪽에 베팅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 결과로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사업 안을 들고온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놀라운 운명의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이게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이병철 회장의 삼남 이건희 회장은 1972 년이 입춘 바닥이었기에 1982 년은 淸明(청명), 즉 4월의 꽃피는 시기였다.
그러니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자신이 장차 씨 뿌릴 품종으로 선택을 했던 것이고 열심히 부친을 설득했던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 저는 이 품종으로 열심히 농사해 볼랍니더!’ 했던 것이고, 이에 부친 이병철 회장은 ‘아, 그거 장차 돈이 되겠다, 그래 말이 되네!’ 하고 응했던 것이다. 이게 부자간의 딜(deal)이었다.
당신이 사업으로 돈을 번 부자 아버지의 아들이라면 ‘아버지, 저는 돈을 물려받아서 잘 먹고 잘 살아보겠습니다!’ 하면 그 돈 좀처럼 물려받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정신 똑 바로 가진 아버지라면 ‘야, 이 돈 물려주면 내 아들 장차 망쳐놓겠구나’ 싶어서 아예 사회적으로 기부해 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각설하고, 하고자 하는 얘기는 1982 년 당시 이건희 회장은 장차 생산력을 충분히 가진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운세가 봄이었으니 장차 여름 오고 가을이 오면 풍성한 수확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병철 회장의 재부 중에서 알맹이는 이건희 회장에게 상속되었고, 이를 발판으로 이건희 회장은 작고한 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사업을 했다.
그리하여 1982 년으로부터 또 다시 30 년이 지난 2012 년에 와서 삼성전자는 전 세계 IT 산업계의 중요한 일부를 담당하는 지배적 기업이 되었다.
이는 이병철 회장이 1952 년 처음으로 재의 싹을 틔운 이래 60 년만의 일이다. 하나의 순환이 마무리되고 있다.
여기서 냉철히 살펴볼 대목이 하나 있다.
일간이 壬水(임수)이고 1972 년이 입춘이었던 이건희 회장에게 있어 최초로 ‘간절 재’, ‘재의 희망’이 구체화된 것은 1986 년이었다. 역시 입춘으로부터 14년이 지난 시점이다.
그러니 1986 년으로부터 30 년이 흐른 2016 년이야말로 이건희 회장 자신에게 있어 가을의 수확을 이제 창고에 入庫(입고)하는 시점이 된다는 점이다.
올해 삼성전자의 위광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양적 최대가 되는 시점은 2016 년이라는 얘기이다.
사람들은 이건희 회장의 사업적 안목과 수완을 대단하다고 평한다. 그러나 나는 장차 가업을 더욱 발전시킬 재목으로 이건희 회장을 선택한 고 이병철 회장이야말로 실로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한다.
부자 양대가 60 년에 걸쳐 동업을 했던 셈이고 대성공을 했다.
그런 까닭으로 장차 그 상속자인 이재용 씨는 더 이상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집안의 재부를 지켜가는 要訣(요결)이 된다는 점을 알면 좋으리라 본다. 공연히 할아버지나 아버지 시늉을 내다가는 어려운 경지에 처할 것이기 때문이다.
메디치 가문의 경우 12 대에 걸쳐 번영했지만 그 도중에는 쉬어가는 세대가 반드시 있었기에 또 이어지고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몰락한 재벌가의 경우는 왜 그랬을까?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재운의 절정에 있는 2세가 그 재산을 물려받았기에 더 이상 늘리기는커녕 지킬 수도 없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리는 것이다.
당신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하자. 그냥 내 자식에게 물려줘서 고생 안 하고 잘 살도록 해줘야지 하는 게 유치한 생각이 전부라면 그 재산은 결코 이어질 수가 없다.
돈은 그런 비생산적인 곳, 돈이 되지 않는 곳에 결코 머물지 않는다.
공연히 거액의 재산을 물려주었다가 사랑하는 자식 놈 버릇 나빠지고 방탕하게 되거나 아니면 사기꾼 만나서 재산을 탕진한 끝에 거지 꼴 나기 십상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발품 팔아가면서 열심히 그 돈을 정말로 필요로 하는 곳에 가져다주거나 그도 귀찮으면 어떤 재단에 맡기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蔭德(음덕)을 쌓는 것이 돈으로 해서 방탕한 자녀나 무기력한 자녀 만드는 것보다야 천배 만배 좋다.
부자 아버지 아들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저 단 하나의 이치만이 있으니 ‘돈은 얼굴을 묻지 않고 피도 물어보지 않으며 오로지 돈이 되는 곳으로만 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돈은 돌고 돈다.
달리 말하면, 가치 있는 것, 만인이 바라는 것은 가져갈 수 있는 자만이 가져갈 수 있고, 또 지킬 수 있는 자만이 지킬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를 두고 임자는 언제나 따로 있다고 한다.
오늘에 이르러 부강한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이는 앞 사람들 덕분이다. 지금 우리들이 니나노 절시구 한다면 그 또한 未久(미구)에 거지꼴이 날 것이라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하리라.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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