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커넥션’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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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2-06-21 18:59:30

두 차례에 걸친 저축은행 비리 백화점 파문은 한국의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누더기인가를 보여주는 자화상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온갖 비리 수법이 모두 동원됐다는 점에서 저축은행들이 과연 제도권 은행이 맞는지 의아할 뿐이다.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최운식 부장검사)이 최근 발표한 3차 수사결과(사실상 마무리수사)를 보면 믿기 힘들 정도의 마구잡이 비리가 전방위로 저질러졌다. 자신들의 돈이 아닌 가난한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을 흥청망청 쓰고 빼돌린 것은 도무지 정상인의 생각으로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이다.

합수단은 이번에 사건의 주범인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 김임순 한주저축은행 대표(53), 윤현수 한국저축은행 회장(59) 등 모두 1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다. 큰 경제사범들의 경우 종종 재판과정에서 이상할 만큼 관대한 처분이 내려져 왔음을 국민들은 똑똑히 보아왔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을지 더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 국민이 이번 사건에 끝까지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는 ‘모럴 해저드’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지나친데 있다. 나아가 단순히 비자금을 만들고 로비를 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배경에는 저축은행의 돈이 갖는 성격에 있다.

솔로몬, 미래, 한국, 한주 저축은행의 불법 대출 규모는 총 1조2882억원에 달한다. 마치 사금고처럼 마구 사용한 이 돈은 시장바닥에서 1000원, 2000원을 아끼며 번 이른바 코 묻은 돈, 손때 묻은 돈이 적지 않다. 소상공인들에게는 목숨 보다 소중한 돈들이다.

이처럼 ‘남 다른 돈’을 이들 저축은행 오너와 경영진들은 전혀 안중에 없이 불법적으로 마구 써댔다. 검찰 발표를 보면 부실·배임대출 4538억원, 한도초과 대출 2864억원, 대주주 자기대출 5480억원 등이다. 아울러 은행자금 횡령 992억원 등 대주주들이 온갖 편법으로 떡주무르듯 횡령·배임한 액수가 1179억원이나 됐다.

무단 또는 부당 인출 행위가 너무 손쉽게 자행됐다. 이를 통해 마련된 고객의 돈들은 주가조작 투기, 초고가의 그림 재테크, 정·관계 로비자금, 개인채무 변제, 주택 및 차량 구입 등에 물 쓰듯 사용됐다. 심지어 도피 자금으로 사용되는 웃지 못 할 상황까지 연출됐다.

검찰조사 결과를 보면 가짜 서울대생 사칭 등의 가면행위에 중국 밀항까지 시도한 김찬경 회장의 횡령·배임액은 무려 713억원에 이른다. 또 임석 회장 195억원(횡령), 윤현수 회장 55억원(횡령, 배임), 김임순 대표 216억원(횡령) 등의 횡령금액도 적지 않다.

과연 저축은행이 은행이라고 할 만한 제도권 기관이 맞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는 관리·감독을 맡은 금융당국에도 책임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아니 저축은행들의 불법 행태에 정·관계 로비 의혹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친형과 영부인의 사촌까지 거론된 마당이니 할 말이 없기는 하다. 100억원에 달하는 채무탕감 특혜와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아무리 예리하다고 해도 과연 어디까지 향할 수 있을지 이런 점에서 의문이다.

저축은행 사태는 특정 개인의 비리 백화점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총체적으로 얽혀 있는 ‘금융비리 사각지대’의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를 적당히 묻어두면 모든 국민들의 재산권이 계속 침해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번 기회에 검찰은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도 엄정히 따져야 한다. 과연 금융당국이 이 지경이 되도록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설사 몰랐다고 해도 그것은 더 문제가 된다. 관리·감독 소홀이 그들의 저인망식 비리를 만들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통계청이 최근 눈을 의심할만한 자료 하나를 내놨다. 연간 1000~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야말로 명함만 사장인 영세업체가 131만개에 달한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통계다. 더구나 이들 업체가 전체 5인 미만 사업장의 절반을 넘는 51.2%에 달했다. 이들 업체의 종사자 역시 180만명이나 됐다.

이처럼 가난한 사장님들은 대개 소상공인들이다. 사업장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업체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의 눈물 어린 돈들이 저축은행 네트워크에서는 전혀 죄의식 없이 ‘그들만의 화려한 씀씀이’에 전용됐다. 그 네트워크에 대한민국 권력가들이 무차별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과연 금융기관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국민들의 근본적인 회의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이는 적당히 마무리되면 금융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총체적 불신을 회복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치의 그늘 아래서 커온 국내 금융기관들이 국민 신뢰를 받는 은행으로 거듭나려면 이번 사태를 철저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은 비단 저축은행의 일만이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에서 거론되는 정·관계 인사들이 철저히 조사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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