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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최초 추진했던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입법예고 됐다. 도입 취지는 우리사회 병폐인 부패를 근절하자는데 있다.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포함한 공직자가 직무와 무관한 이유로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직무와 유관한 사유로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수수하는 경우 ▲직무여부와 관계없이 1년 동안 300만원을 초과해 받는 경우 등이 모두 형사 처벌 대상이다. 허용 가능한 액수도 구체화됐다. ▲식사 3만원 이상 ▲선물 5만원 이상 ▲경조사비용 10만원 이상 등도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이와 관계된 문제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식비지출 및 선물비용 감소 등을 우려한 농축산업, 화훼시장, 요식업 등에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부패를 막자는 취지는 동의하나 ‘과한 잣대’에 시장이 위축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이와 관련된 각계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진단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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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9월 28일 김영란법 시행으로 농·축산업과 화훼상인,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은 김영란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을 촉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김영란법’ 시행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각계에서 반발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상인들이다. 특히 농·축산업 종사자들과 화훼상인, 요식업 등이 주축이 돼 김영란법 시행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허용범위를 문제 삼았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용 10만원 미만으로 지출비용을 명시하게 될 경우 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볼멘소리가 뜨겁게 달궈지는 분위기다.
어제(7일) 경북 농업인단체협의회는 대구 새누리당경북도당 앞에서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기 위해 농업인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농축산물을 김영란법에서 예외 적용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선홍 경북 농업인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이날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벌이기도 하면서 김영란법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 같은 민심을 의식한 듯 국회에서도 개정안이 나온 상태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7일) ▲국내산을 포함한 농축수산물과 가공품을 수수 금지 물품에서 제외 ▲설, 추석 등 명절에는 농축수산물 수수금지 물품에서 제외 ▲부정청탁 대상에서 제외됐던 선출직 공무원을 대상에 포함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 규제 대상서 제외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이 농협중앙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영란법 시행 후 전체 한우·사과·배 농가 등에서 각각 4100억원, 829억원, 27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시행 후 명절선물 수요 등이 하락한데 따른 시장 위축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설상가상 불경기에 김영란까지” 획일화된 가격기준 일부품목 고사우려 곳곳서 제기
기자는 대형마트의 한우선물세트 코너를 찾았다. 제일 싼 세트를 찾아도 5만원을 웃도는 경우가 절대 다수다. 한우농가 등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상한선을 넘는 한우판매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어민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선물세트 60%가 5만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회 측 추산에 따르면 관련 법 시행 후 수산업계 피해액만 연간 1조1196억원이다.
▲ 김영란법 시행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걱정이 크다. 특히 접대를 주고받는 손님들이 주를 이루는 고급식당가에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접대를 위해 주문하는 음식 가격 대부분은 김영란법이 허용하는 3만원을 훌쩍 넘는다. 업주들은 기존의 경기불황에 김영란법이 더해져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진은 여의도에 위치한 일식당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계없음 ⓒ스카이데일리
육류와 수산물 등을 들여와 판매하는 식당들도 김영란법에 반발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고급 식당들이 밀집한 여의도를 찾았다. 한 일식당의 메뉴판을 들여다봤다. 1인당 ‘특 코스’ 5만6000원, ‘단체코스’ 4만8000원이었다. 김영란법 시행이 될 경우 접대가 불가한 금액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대책을 고민 중이다”며 말끝을 흐렸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접대를 위해 찾는 식당의 특성상 김영란법의 시행은 40대 중반의 이 씨에게는 부담을 넘어 패닉으로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낮은 가격대의 코스개발을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곳곳의 대형 고급식당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저희 가게는 근근히 버텨왔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그저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밖에 안 된다. 가끔은 문을 접을 생각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임대료·인건비 등 고정적인 지출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메뉴 등을 고려않고 단순히 가격으로 접대를 금한다는 것에 납득이 안간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또 다른 식당을 찾았다. 한우를 취급하는 이곳 식당의 점장은 “술까지 곁들이면 일반 사람들도 1인당 한 끼 식사비용으로 3만원을 훌쩍 넘기기 부지기순데 단순히 가격으로 획일화한다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국민의 한 사람인 상인들도 납득할 수 있는 가격책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설사 3만원 미만의 식사라고 해도 술값을 감안하면 메뉴를 2만원 아래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요식업계의 음울한 분위기다. 나아가 접대의 경우는 대부분 1차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식사를 1만원 이하로 해야 할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정식, 일식집, 요리형 중국집 등은 결국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도입되면서 식당가가 어려워지게 될 경우 유통, 관광, 제조업 등으로 그 여파가 차례로 옮겨 붙을 수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 후 우리나라 전체 경제에 끼치게 될 악영향을 강조했다.
이에 김영란법이 현실과 겉돌 경우 수많은 국민들은 결국 ‘잠재적 형사범’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대관업무나 각종 영업 등은 모든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을 감안하면 김영란법은 결국 전 국민을 향한 단죄의 칼날이라는 주장이 무리는 아니다.
단체행동 나선 화훼농가·업계 “우린 벼랑 끝…규제대상서 제외해야 한다” 한목소리
화훼농가의 신음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이들은 단체행동에 나서며 김영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꽃·난·조화 등 화훼업계가 관련 법 규제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 화훼시장의 상인들도 반발이 심했다. 이들은 경조사용 화환이 꽃 소비의 80% 이상인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은 화훼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화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꽃이 뇌물이냐"며 여의도에서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사진은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위치한 화훼도매상가 ⓒ스카이데일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화훼도매전문상가를 찾았다. 상인들의 반응은 예상한 그대로였다. 이곳 상인 김호준(47) 씨는 “있는 사람들이 더 써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화환 값만 10만원이 넘는데 선물가격 5만원 상한선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조사용 화환은 전체 꽃 소비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일선 상인들의 주 매출원이다. 지난 2008년 공직자 행동강령 운영지침이 개정되면서 공무원들의 3만원 이상 화분 수수가 금지될 때도 시장 규모가 크게 위축됐을 정도다. 화훼단체협의회에 따르면 2005년 1조105억원이었던 국내 화훼시장규모는 지난 2014년 700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화훼시장 상인들 중에는 공무원 배우자임을 주장하는 이도 있었다. 그녀는 “법을 굳이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는 예전과 달리 시대가 변하면서 공무원들도 많이 변해 청탁과 같은 일은 많이 줄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창출 등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남편은 작은 음료수병 하나조차 단호하게 거절한다”며 “시대가 바뀌었고 청탁 문화도 희석됐는데 왜 이제와서 이런 법을 시행해 시장만 위축시키느냐”고 항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김영란법 시행 후 발생하게 될 경제적 손실이 연간 11조6000억원 안팎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오히려 청탁·접대·금품수수 등이 음성적으로 변질되고 일선 상인들의 고충만 커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학계는 김영란법에 대해 “법적 대상자가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며 “운 나쁜 사람만 법에 걸린다는 인식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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