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 황철, 2005년 2월 탈북
▲ 한국외국어대학 경영학과 2학년 재학
현실적으로 북한은 태어나서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이 무료로 이루어진다.
또 아파서 병원에 가면 무료로 진료를 해 주고 있기 때문에 이 상황으로 짐작해 보면 사람살기 좋은 나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상이다 보니 그 질은 형편이 없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면 생활환경이나 급식의 질, 교육프로그램 같은 것은 부모들의 선택권이 아니다.
모든 결정은 국가가 하고 해당 지자체가 한다. 그들의 선택에 부모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과서가 없어서 학생들은 노트에 베껴 써야 하고 방과 후 에는 무조건 노력동원을 나가야 한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래를 나르고 자갈을 주어다 학교 건물을 지을 벽돌을 만들고, 중학교 3학년 이상이 되면 봄, 가을로 1개월씩 농촌지원을 나가야 한다.
▲ 노력동원에 나가는 어린 학생들
공부하는 시간보다 일하는 시간이 더 많은 학생들이다. 심지어 선생님들이 부업으로 경작하는 밭에 가서 풀을 뽑고 비료를 주고 수확까지 학생들이 도맡아 진행한다.
그나마 노력동원은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다행이지만 1년 내내 각종 세부담에 시달리다 보면 부모님들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 학기 정기적으로 토끼가죽 2장씩 내야 하는데 이는 군인들의 겨울 군복을 짓는데 쓰이고, 고철류를 모아 탱크와 장갑차를 만드는데 바쳐야 한다.
▲ 학생들이 모은 고철류로 만든 전차
또 폐병, 폐지, 약초 등을 모아 학교건설이나 교육자재를 구입하는 비용도 학생들의 몫이다.
이 외에도 짐승의 배설물을 모아 농장에 보내는 등 학생들의 부담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껏 부풀어 대학에 갔지만 대학은 더 했다.
▲ 건설현장에 동원된 북한 대학생들과 주민
옥수수 열 세알이 불려 져 있는 멀건 죽이 급식으로 나왔다. 조금 지나자 옥수수 열 세알이 그리울 정도로 풀만 삶아 주었다. 북한 대학생들은 항상 굶주렸다.
심한 빈혈로 6층 강의실을 두 번씩 쉬면서 올라갔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여름이면 그래도 괜찮았다. 북한 대학생들에게 겨울은 최악의 계절이었다.
난방이 안 되는 기숙사에서 영하 30~40도의 혹한과 싸워야 한다. 종이와 나무 장작을 태우며 손을 녹이고 겨울을 나야 했다.
또 매일 건설현장에 동원돼야 했다. 양어장 설, 발전소 건설, 철로 건설, 아파트 건설 등 많은 건설현장에서 대학생들은 노트와 펜이 아닌 삽과 괭이를 들고 일을 해야 했다.
그래도 대학생들은 불평을 할 수가 없었다. 이유는 국가가 ‘무료’로 공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무상의료는 어떨까? 아파서 병원에 가면 의사는 진찰을 하고 처방을 내린다.
하지만 의사가 처방해준 약은 시장에 가서 사 먹어야 한다.
병원에 약이 없기 때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가에서 조금씩 보장되는 약은 시장으로 흘러 나가고 환자들은 시장에서 비싼 값에 약을 사서 먹어야 한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중환자가 있으면 환자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수술비용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다. 결코 무상의료라고 할 수 없다.
▲ 열악한 환경에서 북한 아이들이 잠을 자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해줄 뿐 약값은 개인 부담이다.
마취약에서부터 링거, 소독약, 심지어 소독 솜까지 환자가 사와야 하고 입원병동의 난방부터 급식까지 환자가 다 알아서 해야 한다.
심지어 의사들에게 식사대접을 해야 하고 담배 한 갑이라도 사 줘야 처치도 잘 해주고 관심도 가져준다.
의료형편이 이렇다 보니 북한사람들은 큰 병이 아니면 병원에 가기 보단 집에서 민간요법으로 치료하거나 의술을 가진 개인들에게서 치료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참 듣기엔 좋은 말이다. 하지만 무상과 함께 나의 권리도 없어졌다.
요즘 대한민국도 무상복지에 열광한다. 정치인들은 연일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고 더 많이 주겠다고 국민들을 선동한다. 물론 복지가 잘 되면 좋다.
북한과 남한은 제도적으로 많이 차이가 있지만 북한의 무상 속 지원은 내가 노동력을 지원한 댓가보다 훨씬 못하고 있다.
의미만 무상지원이지 허울뿐인 북한의 제도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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