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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코드=1인칭 기자가 뛴다]-<4>섹스토이샵(성인용품점)

생활용품이 된 자위기구에 가상현실 섹스 ‘어필’

여기자가 본 섹스용품 가계 속으로…신체 가학기구들도 자연스러운 소비

최서영기자(sychoi@skyedaily.com)

기사입력 2016-09-27 13: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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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성인용품점(섹스토이샵)아 젊은층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는 성에 대한 관념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드러내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 소재 여성친화적 섹스토이샵 플레져랩 내부. ⓒ스카이데일리 

“안 돼! 보지 마!”
 
지난 2010년 9월 유럽 배낭여행 중 기자는 낯 뜨거운 일을 겪었던 적 있다. 문제(?)의 장소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한 가게 앞이었다.

당시 기자는 두 한국인 여대생을 만나 함께 암스테르담 시내를 구경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꾸며진 한 매장을 지나던 중 쇼윈도 안쪽에 전시돼 있는 신기한 물건을 보게 됐다. 동행인 하나가 “애플스토어인가”라며 쇼윈도 내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쇼윈도 내부에는 알록달록한 색깔의 플라스틱 조형물 서너 개가 있었다. 조형물은 얼핏 보면 작은 야구방망이와 비슷했으나 자세히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상당히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그 중 보라색 방망이 하나가 마치 경운기처럼 덜덜거리며 진동하고 있었다. 약 2초 뒤 물건의 정체를 파악한 기자는 필사적으로 동행자의 눈을 가렸다.
 
그렇다. 이 매장의 정체는 섹스토이샵, 한국에서는 성인용품샵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또 이질적인 조형물의 정체는 여성용 자위기구, 소위 말하는 ‘딜도’였다. 네덜란드가 한국에 비해 성적으로 개방됐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 한복판에서 버젓이 판매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여성용 자위기구 ‘딜도’부터 목줄·재갈·채찍·회초리·수갑 등 신체 구속 제품까지 즐비
 
그로부터 약 6년여가 흐른 지난 23일, 기자는 한국에도 그 당시와 비슷한 매장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놀라움과 기대감, 그리고 호기심이 들었다. 기자는 서울 마포구 서교·합정동에 위치한 신개념 섹스토이샵 두 곳으로 향했다.
 
 ▲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섹스토이샵 ‘레드스터프’는(사진) 카페 같은 인테리어로 돼 있어 대낮에 들어가기 민망하지 않았다. 470일 전부터 사귀고 있다고 말한 어느 20대 커플은 스스럼없이 “데이트 도중에 놀러왔다”고 말했다. [사진=레드홀릭스 홈페이지]
 
솔직히 네덜란드에서 이미 한 차례 경험했음에도 기자는 섹스토이샵에 대한 거리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변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나 출입할 것 같아 들어가는 것조차 꺼려졌다. 그런데 홍대 인근에 생긴 섹스토이샵은 달랐다. 음침하지도, 출입하기에 민망하지도 않았다.
   
이곳의 이름은 ‘레드스터프’였다. 요즘말로 양지(陽地)화 된 섹스토이샵 레드스터프는 성 전문 커뮤니티 ‘레드홀릭스’가 올해 7월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이다.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한 이 매장은 물품을 판매할 뿐 만 아니라 각종 이벤트와 파티도 개최한다.
 
매장 현관에는 인조단지가 깔려 있고, 그 위에는 야외테이블이 있어 성인용품점이라기보다 마치 카페나 펍(PUB) 같았다. 실제로 2000원을 내면 이곳에서 생맥주를 마실 수 있었다. 원목으로 꾸며진 실내는 마치 아늑한 공방을 연상케 했다.
 
매장에 발을 들이니 여기가 과연 성인용품점인가 싶을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가게 한켠에는 성 관련 인문학 서적이 가득했다. 여성용 자위기구인 ‘딜도’가 전시돼 있었지만 남자의 성기를 고스란히 본 딴 민망한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곳이 섹스토이샵 인지 몰랐다면 이 길죽한 디자인의 제품을 단순 조형물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레드스터프에서 판매 중인 섹스토이. 왼쪽 위부터 일본 텐가 사의  고래 모양 진동기,  새싹 모양 딜도. 아래는 텐가 사가 만든 남성 용 자위기구. 달걀 모양 포장을 까면 누에고치를 닮은 라텍스가 나 온다. 매장 매니저는 해당 제품에 “키스해링의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그 중 계란 모양의 제품이 시야에 들어왔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곰곰이 생각하던 중 앞치마를 두른 한 여성이 다가왔다. 레드스터프 브랜드매니저 원희영(가명)씨는 해당 제품이 남성용 자위기구라고 귀띔해줬다. 그토록 수더분한 인상의 여자분이 섹스토이 가이드라는 점이 놀라웠다. 원 매니저에게 ‘매장 내부가 별로 야하게 느껴지지 않다’고 말하자 그는 “특정 성을 상품화하는 패키지의 제품은 가급적 들여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게 안쪽에는 ‘SM(가학·피가학을 즐기는 성적 취향)’ 관련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목줄·재갈, 채찍·회초리, 수갑 등 신체를 구속할 수 있는 제품이 즐비했다. 슬슬 호기심이 발동했다. 섹스토이샵에 대한 막연한 이질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SM기구를 직접 착용해봤다. 상당한 거부감이 들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비교적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폭력보다는 재미와 유희를 위한 도구 같았다.
 
인조가죽으로 된 목줄 안쪽에는 인조털이 둘려있어 목줄 착용자의 부상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부직포 테이프로 고정하는 수갑은 실제 수갑과 달리 착용자가 충분히 풀 수 있었다. SM플레이 시 상대방을 때리는 도구인 ‘패들(주걱 모양의 회초리)’는 죽비처럼 타격음만 요란할 뿐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인조가죽 소재 채찍으로 기자가 본인 팔뚝을 때려보니 소재가 부드러워 별로 아프다는 느낌이 들 지 않았다.
 
포르노 이젠 단순히 보는 것 만으로는 모자르다직접 체험하는 VR포르노 인기
  
레드스터프는 방문자에게 특별한(?)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다름 아닌 VR 포르노(VR헤드셋을 쓴 채 가상현실로 시청하는 포르노) 감상. 현재 전 세계 포르노업계는 VR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VR포르노’ 구글 검색수는 2014년에 비해 약 990배로 증가했을 정도다. 지난 7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린 VR포르노 축제에는 개장 수 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 일대에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매장을 둘러보던 중 원 매니저에게 “VR포르노를 보고 싶다”고 요청했다. 나름 상당히 용기를 낸 행동이었다. 예상외로 그녀는 쭈뼛거리는 기자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VR 헤드셋을 건넸다. 이어 “여성향(여성 시청자를 겨냥한 포르노) 영상은 차후 준비할 예정이다”고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 지난 7월 출시된 가수 페이의 ‘괜찮아 괜찮아 Fantasy’ 뮤직비디오 의 한 장면. 한 남성이 VR헤드셋을 쓰고 페이의 여체를 가상현실로 감상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기자도 레드스터프에서 입을 떡 벌린 채 VR(가상현실) 포르노를 시청했다. [출처=‘괜찮아 괜찮아 Fantasy’ 유투브 뮤직비디오 캡처]

‘VR포르노’는 쉽게 말해 VR기기로 시청하는 포르노 비디오라고 보면 된다. 일반 포르노 비디오와 다른 점은 1인칭 시점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즉, 보는 사람이 포르노 영상 속 주인공이 돼 가상섹스를 즐기는 것이다. 영상을 보면서 자위기구를 함께 사용하면 더욱 자극적인 감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느낌이 강열하게 왔다.
 
기자도 실감나는 감상을 위해 속칭 ‘오나홀(휴지심처럼 속이 빈 원통 모양 남성용 자위기구)’을 가게에서 빌렸다. 물론 여자인 기자가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생생한 느낌을 취재해 독자들에게 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 그런 선택을 과감히 했다.
 
마침내 VR포르노 시청용 VR기기를 쓰니 눈앞에 가상현실이 펼쳐졌다. 가상현실 속 기자는 남자가 돼 어느 집 거실 쇼파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원피스와 란제리를 입은 두 백인 여성이 거실로 들어왔다. 시청자를 시각적으로 자극하려는 듯, 두 여성은 서로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가상현실 속 기자에게 다가와 기자가 입은 바지를 내리기 시작했다.
 
영상 속 화면이 상당히 자극적이긴 했지만 사실 여자인 기자가 남성 시점 포르노에 제대로 몰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반면 남자라면 확실히 극적 효과를 즐길 수 것이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에겐 실리콘 재질 오나홀의 물컹한 촉감이 다소 민망했지만 말이다. 다른 손님들도 오가는 공간에서 남성용 자위기구를 만지며 포르노를 감상하는 일은 극한의 도전과도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VR포르노가 많은 사람의 성적 권리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장애인 등 성을 누리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어찌 보면 축복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도 미쳤다. 사회적 약자도 장비만 갖추면 별 무리 없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분홍색 토끼 모양 여성용 자위기구, 맞춤형 러브젤 등 소비자 취향저격 섹스토이 다수
 
 ▲ 플레져랩에서 판매 중인 여성용 자위기구. ‘Bohhh Bunny’사의 딜도·진동기(사진 위쪽) 및 ‘Je Joue’사의 딜도·진동기 선물세트. 외형이 흡사 작은 미술조형물을 연상시킨다. 선물 패키지의 포장은 감각적이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의 두 번째 목적지는 2호선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섹스토이샵 ‘플레져랩’이었다. 특이하게도 플레져랩의 사장은 여성이었다. 최정윤·곽유라, 두 사람이 지난해 8월 문을 열어다. 여성친화적 섹스토이샵을 표방한 이곳은 화사한 조명과 대리석조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매장이 어둡고 음침하기보다 고급스럽고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게에 전시된 제품 대부분은 보통의 완구나 장식품 같은 느낌이었다. 영국 ‘Je Joue’사가 출시한 진동기·딜도(여성용 자위기구의 일종) 패키지 제품은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장식돼 있었다. 분홍색 토끼 모양의 진동기 역시 외설스럽기보다 앙증맞았다. 매장 직원은 “일본 제품은 다양하지만 내구성이 뛰어나지는 않다”며 “주로 유럽과 북미 제품을 가게에 들여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래져랩에는 유독 러브젤이 많았다. 러브젤은 성관계 시 남성과 여성의 성기에 발라 삽입과 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제품이다. 약 20여종의 러브젤이 전시된 코너는 마치 화장품 가게를 연상케 했다. 방문자는 러브젤 샘플을 직접 발라보고 맛도 볼 수 있었다. 플래져랩 직원은 “점도가 낮은 러브젤은 (점액이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여성의 질에, 점도가 높은 제품은 (점액이 분비되지 않는) 피부 마사지 등에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러브젤을 직접 짜서 질감을 느껴봤다. 일본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의 ‘플레이젤’ 2종을 테스트해봤다. ‘내추럴웻’ 제품은 수분크림 같은 제형이었다. ‘리치아쿠아’ 제품은 시중 달팽이점액 크림보다 점도가 더 끈끈하고 미끄러운 가운데 시원한 향이 느껴졌다.
 
이어 프랑스 ‘엑센스’사의 온열 러브젤을 시식해봤다. 코코넛과 파인애플이 뒤섞인 향과 함께 강력한 단맛이 입 안에 퍼졌다. 피부에 바르자 미약하게나마 따뜻함이 느껴졌다. 성관계 전 극도의 흥분상태로 몸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차가운 러브젤을 바르는 게 싫은 소비자를 겨냥한 듯 했다.
 
섹스를 쾌락으로 즐기는 생물체 인간 포함 단 두 종…“섹스토이 구매는 성적 권리 투쟁”
 
 ▲ 레드스터프 매부에 비치된 일본 ‘텐가’사의 커플 진동기(사진 왼쪽)와 성(性) 관련 각종 서적들 ⓒ스카이데일리
 
기자가 직접 섹스토이샵을 방문해 본 결과 섹스토이가 가진 장점은 상당했다. 기존에 선입견을 가졌던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많은 이들이 섹스토이는 성윤리를 문란하게 하는 변태 상품이라고 생각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섹스가 어려운 이들이나 권태로운 커플에게 섹스토이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었다.
 
막연한 성적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들이라면 자위기구를 통해 성감을 개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성관계를 할 때 애액이 적게 분비되는 여성은 러브젤의 도움을 받아 원활한 성생활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늘 똑같은 섹스가 재미없는 커플이라면 ‘가끔 SM용품을 사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레드스터프에서 만난 백상권 대표는 “많은 남성들이 (성을) 전부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무것도 모른다”며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고 배워야 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여자들이 (성을) 꺼려하기보다 탐구하고 즐기는 자세를 가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플래져랩에서 만난 직원은 “가끔 60대 이상의 손님이 찾아온다”면서 “고령의 손님이 더욱 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한 고령의 손님은 배우자가 느끼길 원한다”며 섹스토이를 사갔다고 전했다. 기자는 얼굴도 모르는 어르신의 노력에 까닭모를 숭고함을 느꼈다.
 
지구 생물체 중 오직 인간과 보노보 원숭이만 번식이 아닌 쾌락을 위해 섹스한다고 알려져 있다. 성적 쾌락은 신이 인간과 보노보 원숭이에게만 내린 특권인 셈이다. 그렇다면 섹스토이를 구매하는 심리는 일상 속 ‘권리 투쟁’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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