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총재는 정신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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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총재는 정신 차려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11-09-07 11:39:22

아사(餓死) 직전에 있는 사람에게는 물과 음식물 이외에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다. 배가 고파 죽음에 임박한 사람에게는 제 아무리 값진 보석이나 훌륭한 복음 보다 최우선적으로 먹을 거리다.

물가가 이상 징후를 보이며 고공행진을 계속할 때 국가경제는 이렇게 아사직전으로 내몰린다. 물가는 경제현상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에 이상 징후가 보일 때는 반드시 초기에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안 된다. 중병에 걸린 단서를 주는 것이 물가라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상승률은 이미 10%대를 넘고 있음에도 탁상에서 고민만 하고 있는 물가당국은 여전히 5%대 수준이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물가 관리 주체인 한국은행 총재에게 묻는다. 본인이 얘기한 것처럼 중앙은행은 시장상황과 같이 안갈 수도 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다. 60~70%는 같이 가더라도 30~40%는 같이 안갈 수도 있다고 했는데, 만약 국가경제가 아사직전에 몰려도 이것이 가능한지를 묻고 싶다.

한국은 지금 물가지수 단기상승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1등이다. 재정위기로 이미 생명줄이 끊겼다고 하는 유로존의 몇몇 국가들 보다 단기상승률이 높다. 이 조차 지난 7월의 수치임을 놓고 보면 8~9월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나아가 OECD 15개 회원국 중 외부 시그널에 가장 취약한 금융 산업도 역시 거꾸로 1등임을 한은 총재는 모르는가.

시장의 유동성을 회수하려면 숱한 난관과 고뇌가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시장의 엄청난 반발과 거친 욕까지 먹어야 한다. 약 1천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으로 터져버질 수도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삼척동자도 알고 있음을 한은만 유독 외면하는 것 같다. 악조건 속에서도 한은 총재는 외롭고 힘든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사 직전에 이르렀을 때는 아무것도 봐서는 안 되고, 오로지 시장과 100% 동행하기 위한 물과 음식물만을 생각해야 한다.

나름의 변수를 보면서 거시정책을 본다고 했는데, 그것을 누가 모르나.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데 항상 맞을 수는 없다고 했는데, 지금이 그것을 따질 때인가. 지금 물가를 못 잡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이 아예 멈춰버릴 수 있는 위기상황이다. 과거 경제에 관한한 무식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군부정권도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한 것이 바로 ‘물가잡기’였음을 환기한다면 한은 총재의 변수 운운하며 환경 탓을 하는 것은 세월 좋은 타령일 뿐이다.

금리를 올리면 공장 굴뚝들이 위험하고 가계가 위기로 내몰리는 것 또한 사실임을 인정한다. 기업과 가계 모두 유동성이 회수되면 지금 보다 허리띠를 두 배 세배 졸라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하지 않으면 더 큰 위험에 내몰리니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같이 아끼고 노력하면 극복할 여력을 만드는 일이지만 그것이 당장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피해 나가면 미래 희망까지 온전히 접어야 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는다.

한은 총재는 지금 시장과 한 몸이 돼도 부족하다. 변수 따지며 시장과 따로 논다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확률 따지고 변수 운운하는 것은 죽음 직전의 사람에게 일장훈시를 하면서 여유를 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보도에 의하면 한은 총재는 “개가 자기 꼬리를 물고 뱅뱅 돌듯 시장과 항상 같은 의견을 낼 수 없다”고 했는데, 어처구니없고 기가 막히는 표현이라고 본다. 과연 총재 맞는가. 총재는 시장에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다. 평상시에는 시장에 맞춰가야 할 필요가 없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반드시 결단, 용단 등 리더가 해야 할 위치를 확고히 다져가야 한다.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을 좋아할 층은 없다. 재론하지만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모두 지탄을 받는 일이니 당연하다. 지난달만 해도 가계부채가 5조원 이상 늘어났고 연체율은 0.77%로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따라서 단독으로 일을 처리해 정치적 위기를 만들면 평소 깍듯이 쳐다보고 있는 옛 친정 청와대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을 수 있다. 쉽게 말해 그나마 호주머니 사정이 않좋은 상황에서 모든 국민의 재산 가치를 줄여야 하는 일에 누가 총대를 메고 싶겠는가. 그럼에도 한은 총재는 그 자리에 있는 한 악역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정치로부터 독립한 한국은행의 진정한 모습이며, 국가경제의 내일을 기약하는 길이기도 하다.

우리는 내일(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한은 총재의 입에 걸려 있는 국가의 운명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청와대 경제라인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현 상황을 토로하고 다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호소해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쓴 소리를 하지 않는 권력은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한은 총재가 친정의 입김을 무시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오히려 권부의 핵심에서 이해하고 악역을 하도록 도와준다면 물가위기는 극복될 수 있다.

한은 총재는 가장 큰 위기 앞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은 본관 1층에 걸려있는 ‘물가안정’ 현판을 응시하는 것이 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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