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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 해운업계는 2M, 오션, 디얼라이언스 등 3개 해운동맹이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해운동맹은 해운선사들 간 과당 경쟁을 방지하고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국제 카르텔이다. 동맹선사들은 운송운임부터 시작해 영업조건, 물류망, 기항항만(항해중 잠시 들르는 항구) 등을 공유해 운영비용은 줄이고 영업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반면 독점 구조 강화, 소형 해운사의 경쟁력 약화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가운데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해운업 불황은 대형 해운선사들을 중심으로 해운동맹 독점 구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결국 자국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국적 해운선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해운동맹 가입이 필수적인 셈이다. 더욱이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해운업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최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하나 남은 국내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가입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스카이데일리가 정부의 해운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론 및 반응과 문제점 등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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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자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 국적선사로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해운동맹 2M 가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 청사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해운업계에서는 2M 가입을 위한 막판 협상에 돌입한 현대상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 전경 ⓒ스카이데일리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2M’ 가입을 위한 막판 협상에 돌입했다. 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 초대형 국적선사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실현되려면 해운동맹 가입은 필수코스다.
하지만 해운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대상선 2M 가입’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내 해운업 경쟁력 상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설사 가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반쪽짜리 동맹에 그칠 수 있다는 상황이 이 같은 우려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특히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구조 특성상 해운업 중요성이 높음에도 이를 간과한 정부의 잘못된 판단이 결국 한국 해운업계 경쟁력 상실을 초래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높다.
현대상선, M2 동맹 가입 ‘총력’…이번주 내 명운 갈린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상식 현대상선 얼라이언스팀장(상무) 등은 지난 6일 아침 항공편을 통해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출발했다. 2M측과 7일(현지시간) 예정된 동맹가입 막판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협상팀은 2M 가입을 위한 세부 조건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조건이 확정되고 양측 CEO의 결재가 이뤄지면 2M가입이 마무리된다. 이르면 이번주 내에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협상이 현대상선이 원하는 방향대로 마무리되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선복량과 동맹 가입 기간 등이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인데 양측이 내건 조건이 서로의 이해관계와 상호 엇갈리는데다 현대상선이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어 제 목소리를 내기조차 힘들다는 것이다.
▲ 자료 : 알파라이너 ⓒ스카이데일리
먼저 현대상선은 미주노선 선복량 중 3만~4만TEU를 요구하고 있지만 2M측은 2만TEU로 제한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상선을 세계 5위권 국적선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가입기간도 문제다. 2M 가입에 각종 제약이 많아 단기간 가입을 원하는 현대상선과 달리 2M측은 최소 계약기간으로 10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2M측이 제시한 조건들은 모두 현대상선이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대형선사로 도약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했다.
발등에 불 떨어진 ‘현대상선’, 해운업 경쟁력 상실 우려감 팽배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 상황에 처한 셈이다. 당장 해운동맹 가입이 늦춰지면 내년도 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매년 11~12월은 내년도 운송계약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안정적인 물류배송을 위해 해운동맹 가입 여부가 화주들 입장에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해운동맹에 가입을 완료하기 위해선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의 승인 검토와 보완 서류 제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해당 과정에만 최소 70일에서 최장 90일 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늦어도 연말까지 가입 여부를 확정지어야 한다.
2M의 출범 시기는 내년 4월이다. 비슷한 시기에 오션과 디얼라이언스 등 해운동맹 등도 잇따라 출범하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다른 동맹에 가입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사실상 현대상선이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선복량에서부터 2M과 현대상선간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수평적인 동맹 관계가 이뤄지기 힘들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M은 글로벌 선사 1위와 2위인 머스크와 MSC로 구성됐다. 프랑스 해운통계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 두 선사의 선복량만 600만TEU로 세계 해운시장 점유율 30%에 달한다.
반면 현대상선은 선복량 46만TEU로 세계 시장점유율 2.20%로 13위 수준이다. 현대상선의 입지가 좁은만큼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더욱이 머스크는 최근 독일 제2선사이자 글로벌 7위인 ‘함부르크수드’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 밖에 없다.
해운업계 “정부, 잘못된 판단…해운업 위기 자초” 성토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이처럼 현대상선이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빠진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판단’(최순실 개입의혹 한진해운 퇴출과 현대상선 몸집 키우기 지원전략)이 더 큰 위기를 초래한 것과 다름없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운업이 자본집약적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에 몰아넣은 반면 그보다 규모가 작은 현대상선을 살리는 선택을 했다.
구조조정 원칙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현대상선이 2M 해운동맹 가입에 차질을 빚고 있는 원인을 제공했다.
당초 2M이 현대상선과 해운동맹 가입을 논의한 목적은 아시아-미주노선 영업력 확대에 있다. 하지만 해당 노선에서 7%대 점유율을 갖고 있던 한진해운이 빠지면서 그 공백을 2M측이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M입장에서는 현대상선과 협력할 필요성이 줄어든 셈이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한 조건 중 하나가 2M 가입이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할 경우 ‘구조조정 원칙’을 내건 정부 입장에서도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해운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대상선이 2M 가입에 성공하는 것보다 협상 조건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해운업 구조조정 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해 동맹 가입 성공만을 우선시 해 2M측이 불리한 조건을 내걸어도 이를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미국 유력 해운전문지 저널오브커머스(JOC) 등은 이런 이유로 현대상선의 2M 가입이 사실상 불발됐다고 연이어 보도한 바 있다. 동맹 가입에 성공하더라도 사실상 현대상선의 경쟁력 재고로 이어지기 힘든만큼 동맹 가입 여부보다 조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운동맹 가입에 실패하면 이는 국내 해운업계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번 2M측과의 막판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해운업계 명운이 갈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세계 20위권 선사 가운데 이스라엘 짐(ZIM)라인이나 싱가포르 PIL 등이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3분기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난 3분기 230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한진해운의 미국-아시아 노선 영업권 역시 대한해운에 뺏긴만큼 2M 가입이 불발로 마무리된다면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은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세계 7위 선사를 벙정관리로 퇴출하면서 ‘물류대란’ 사태를 방지하지 못한 것이 글로벌 화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며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판단한 결과가 국내 해운업계 경쟁력 상실을 초래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한진해운과 같은 대형 국적선사는 수십년에 걸쳐 축적된 인프라와 노하우의 결과물인데 정부가 당장 만들겠다고 해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게 아니다”며 “현대상선을 갖고 있던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을 인수했다면 상황이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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