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 목 매단 중소기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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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목 매단 중소기업 늘었다

스카이데일리 기자수첩

유은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16-12-14 09:49:48

▲ 유은주 기자 (산업부 2팀)

드라마를 보다보면 중간에 갑작스럽게 특정 회사의 제품이 클로즈업될 때가 있다.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제품은 극중 소품이 아닌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다.

PPL은 드라마의 완성도나 흐름을 저해한다. 때때로 홍보보다는 시청자들의 반감을 살 때도 있다. 올해 높은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PPL의 노예’라고 불릴 정도로 과도한 PPL을 지적받은 작품이다.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홍보하기 위한 차 안 키스신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흐름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PPL을 찾기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권처럼 대박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PPL에 목을 맨다. 일부 기업은 태양의 후예 PPL로 반짝 특수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극 중 송혜교가 사용한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투톤립바 립스틱이 그랬다. 드라마 방영 후 매출이 급증해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사태까지 벌어졌다. 송중기가 즐겨먹던 정관장 홍삼정 에브리타임은 전년 동기대비 220% 매출이 증가했다.

문제는 이런 홍보효과도 드라마가 종영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드라마 ‘신사의 품격’을 통해 한껏 특수효과를 누린 카페 프렌차이즈 망고식스는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승승장구했다. PPL로 재미를 본 망고식스는 이후 꾸준히 드라마 간접광고를 진행했지만 이전과 같은 효과는 보지 못했다. 결국 망고식스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되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과거 대기업이 독점했던 PPL시장에 중소기업이 무섭게 치고들어왔다. 한 PPL광고대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 진행된 PPL 대부분이 중소기업 제품일 만큼 중소업체의 의뢰가 점점 늘고 있다.

단번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PPL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기업이야 간접광고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지만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중소기업들이 하는 PPL이 위험한 것은 높은 가격 때문이다. 그냥 소품으로만 사용되더라도 수백만원의 비용이 들며, 배우들이 사용하고 브랜드 로고까지 나올 경우 비용은 회당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만약 드라마가 시청률이 높게 기록했을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성적을 거둘 수도 있다. 결국 중소기업이 PPL에 투자하는 것은 한 마디로 도박의 배팅과도 비슷하다. 도박에서 돈을 딸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그럼에도 도박판이 벌어지는 이유는 ‘나는 돈을 잃지 않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드라마가 성공여부가 중소기업의 명운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PPL은 부수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활용해야지 올인하면 결국 승자보다는 패자가 될 확률이 높다.

유은주 dwdwdw0720@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