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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격변기를 겪었다.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로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사들 간 줄다리기를 했으며, 새로운 회계기준 IFRS17의 ‘5년 유예기간 연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국계 생명보험사 PCA생명은 미래에셋생명에 인수됐고 네덜란드계 ING생명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계 기업 ‘안방보험(安邦保險)’은 격변하는 시장 속에서 급성장을 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유력 정치권력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방보험은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설립 10여년 만에 자산 기준 중국 내 3위 보험사로 급성장했다. 지금도 안방보험은 전 세계 주요 금융사들을 인수·합병하면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이런 안방보험이 한국에도 상륙, 동양생명에 이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까지 인수한 데 이어 우리은행 과점주주에도 참여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그 영향력을 점차 늘리고 있어 금융가를 긴장시키고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상상 이상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 금융시장 역습에 나선 중국의 안방보험그룹과 이를 둘러싼 업계 안팎의 상황 등에 대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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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안방보험이 한국 금융시장에 상륙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동양생명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말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까지 인수하며 단숨에 국내생명보험시장 자산순위 5위로 올라섰다. 사진은 동양생명 본사가 위치한 그랑서울 빌딩(왼쪽)과 알리안츠타워 ⓒ스카이데일리
최근 막대한 자금력으로 중국은 물론 금융의 중심지 유럽, 미국 등지에서 몸집을 불려가고 있는 중국 안방보험(安邦保險)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동양생명 인수를 통해 국내 생명보험업계에 진출한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한국법인)까지 인수하며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실패를 거듭해왔던 기존 외국계 생명보험사들과는 다른 영업방식을 추구하고 있어 국내 보험업계는 사뭇 긴장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계 생보사가 ‘빅3’로 대표되는 국내 생보사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반응마저 나온다.
임원, 이사회 대거 물갈이 통한 ‘직접 경영’…자본력 앞세워 ‘광폭’ 행보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알리안츠생명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진 교체를 단행했다. 사외이사 5명 중 3명이 안방보험 출신으로 채워졌고 신임 이사회 의장에 짜오홍 씨를 선임했다.
현 요스 라우어리어 사장과 순레이 재무부사장은 유임됐지만 안방보험에서 투자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던 인사가 사내이사 중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안방그룹홀딩스(안방보험 손자회사)는 지난해 말 알리안츠생명에 대한 인수를 완료했다.
이사회 교체로 안방보험은 본격적인 알리안츠생명 경영 참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알리안츠생명은 안방보험과의 연계성을 강조하기 위한 사명변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올 상반기 내 알리안츠생명은 ‘ABL생명’이 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과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안방보험은 지난 2015년 9월 동양생명 인수 이후 임원인사를 단행해 동양생명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당시 안방보험은 9명의 등기임원 중 무려 8명을 대거 교체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까지 9명의 미등기 임원 중 5명을 전격 물갈이하기도 했다.
등기임원 등으로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에 그치는 타 외국계 회사들과는 달리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미등기임원까지 중국관련 인물로 채운 것이다. 직접경영을 통한 한국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방보험의 ‘야욕’은 양적 규모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동양생명의 자산규모는 26조3123억원, 알리안츠생명은 16조8643억원이다. 안방보험 계열 국내 생보사들은 총 43조1766억원의 자산규모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국내 생보사 시장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한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에 올해 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증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양생명 인수가 1조3000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러한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몸집 불리기’ 행보는 국내 생보업계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지난 2004년 중국에서 설립된 신생보험사다.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지난 2010년에는 생보사를 설립해 업무영역을 확장했다. 지주회사격인 안방보험그룹은 2012년 설립됐다.
최근 안방보험이 한국시장 진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중국 내 낮은 시장점유율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보험시장은 중국인수보험, 평안보험 등 1, 2위 기업이 중국 보험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안방보험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
▲ 자료: 보험연구원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중국 시장에서 낮은 점유율로 고생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펼칠 수 있는 배경에는 막대한 자본력이 거론된다. 비상장사인 안방보험의 지배구조, 자산규모는 대내·외적으로 베일에 싸여있다.
지난달 3일 금융감독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안방보험의 자산총계는 약 443조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생보사 BIG3(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의 자산총계 437조400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최대 계열사인 안방생명의 자산규모는 약 213조원으로 이는 국내 1위 삼성생명의 자산규모(242조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이 덩샤오핑 전 중국주석의 손녀사위라는 점이 알려지며 중국 정치권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저축성 보험 집중, 한국 시장 맞춤형 경영…“이전과는 다르다” 위기감 고조
거대한 자본규모뿐만 아니라 영업방식에 있어서도 안방보험은 국내 생보사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전에 한국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를 경험한 다른 외국계 생보사들과는 달리 ‘한국 맞춤형’ 영업 방식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라이나생명이 한국에 진출한 이후 알리안츠, 조지아, AIA, PCA 등 수많은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 생명보험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한국시장 정착에 성공한 외국계 생보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8개(안방보험그룹 제외)의 외국계 생보사가 한국시장에 남아있었지만 PCA생명, 알리안츠생명이 매각되면서 그 수는 현재 6개로 감소했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ING생명까지 새 주인을 찾을 경우 외국계 생보사는 5개만이 남게 된다. 동양생명이 외국계로 편입되기 전인 2014년 3분기는 외국계 기업의 생명보험 시장점유율은 13.5%에 불과했으며 지난해 3분기에는 17.8%를 기록했다.
보험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계 기업의 실패 주요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현지화 실패’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 생명보험시장은 저축성보험에 특화돼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지난해 기준(전망치)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63조원7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보장성보험의 40조7000억원이나 퇴직연금의 15조3000억원보다 높은 수치다.
때문에 한국 생보사들은 과거 ‘아줌마 부대’부터 성장해 온 보험설계사들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반면 외국계 기업들은 이와 반대로 ‘차별화’를 내세우며 보장성 상품 판매에 주력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저축성 상품의 비율은 빅3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각각 68%, 75%를 기록한 반면 외국계 생보사는 59%를 기록했다. 외국계 기업의 차별화 전략은 결국 큰 성과를 얻지 못했고 그 결과 한국에서 철수하게 된 것이다.
▲ 자료: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현재 안방보험은 저축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한국 생보사와 유사한 영업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운용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의 경우 중국에서부터 이러한 영업방식을 시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인수 후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인 연이자 2.85% 저축성보험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015년 9월 기준 27.66%였던 저축성보험 비율은 1년 만에 28.36%로 증가했다. 신계약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저축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19.55%에서 34.78%로 급증했다.
알리안츠생명은 2015년 9월 이후 중단됐던 저축성보험 판매를 재개했다. 해당 상품의 최저 보증이율(금리 변동과 상관없이 보장되는 이율)은 2.0%인데 이는 업계 최고수준이다. 업계 평균은 1.0~1.5%에 그친다.
안방보험이 저축성 보험 판매 전략을 지속하자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한국 생보사들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은 이러한 우려에 무게감을 싣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축성 보험은 납입보험료보다 만기 환급금이 더 크기 때문에 최근 국내 생보사들이 판매를 꺼리는 추세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안방보험의 저축성 보험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보다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업체들의 대응이 힘든 시기와 맞물려 안방보험이 한국시장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며 “국내 생명보험사들은 중국 거대 자본에 맞서 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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