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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생명보험업계에서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사 출신 신창재 회장이 이끄는 교보생명은 자본확충 방안을 둘러싸고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신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교보생명의 행보를 둘러싼 각종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보험사들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반영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이하·IFRS17/IFRS4 2단계)의 도입 시점이 오는 2021년으로 결정되면서 자본확충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이하·생보업계) 등에 따르면 당초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교보생명의 재무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 모집을 시도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를 돕겠다는 전제하에 신 회장 본인에게 지분을 되사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계약조건(풋옵션, 특정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도 달았다.
이는 투자자들을 자신의 우호 세력으로 만드는 한편 향후 기업공개 시 경영권 방어도 이뤄내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재무적투자자 모집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덕분에 현재 교보생명 전체 지분 중 상당수가 재무적투자자, 즉 사모펀드 소유인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주주구성이 오히려 시시각각 다가오는 자본규제의 방안마련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와 주목되고 있다.
발 등에 불 떨어진 숙제, 자본확충 3가지 대책 모두 실현 가능성 ‘희박’ 논란
최근 IB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2일 ‘최적자본구조 구성방안’을 주제로 외국계 증권사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송부했다. IFRS17 도입에 따른 건전성 규제 강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컨설팅 주관사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JP모간, 모간스탠리 등이 교보생명의 RFP를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교보생명의 결정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일고 있다. 교보생명은 컨설팅사에 보낸 입찰제안요청서(RFP)에 자본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명시했지만 재무적투자자 위주로 구성된 지배구조 상 현실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 제시한 자본확충 방안은 기업공개,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크게 3가지로 나뉘었다.
IB업계 및 생보업계 등에 따르면 우선 기업공개의 경우 대주주들의 반대 여론 때문에 사실상 현실 가능성이 적다. 설령 상장이 된다 해도 기존 주주들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상승할 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평균 0.6배에 그칠 정도로 부진하다. 실제로 교보생명은 지난해 이 같은 이유로 기업공개가 무산된 전력이 있다.
유상증자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으로써는 지분율 희석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존 주주들이 지갑을 열어야 하는데, 투입 자금의 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지분율 33.78%)과 어피너티 컨소시엄(24%)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신 회장의 자금 투입력 또한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신 회장은 지난 2007년 37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도 전액 실권을 택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해서 신 회장이 자금을 출자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 자료: 생명보험협회 및 금융감독원 [도표=최은숙] ⓒ스카이데일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확충 방안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이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기본자본으로 인정하는 증권으로 하이브리드채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교보생명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이유는 보험회사의 신종자본증권은 수요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신본자본증권의 경우 수요처가 대부분 보험사인데, 금융당국은 보험사 간에 신종자본증권을 서로 보유할 경우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높아 상호 보유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결국 해외 시장에서 투자 수요를 찾아야하는데, 교보생명은 국내와 비교할 때 해외에서 인정받는 신용도가 낮은 편이라 이 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현재 교보생명은 무디스 A1, 피치 A+ 등의 등급을 각각 받고 있다. 또한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인정되는 반면 금리가 높다는 단점이 있어 대량 발행에 나설 경우 금리 부담이 커지는 우려가 있다.
IFRS17 도입 확정 후 술렁이는 생보업계, 교보생명 자본확충 마련 여부 촉각
IB업계 및 생보업계 등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자본확충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에는 오는 2021년 도입 예정인 IFRS17(국제회계기준)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IFRS17 도입 이전까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IFRS17과 유사한 솔벤시2(SolvencyⅡ) 규제가 도입된 유럽의 상황을 참고해 사전에 자본확충을 마무리 하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회계기준원과 국내 보험업계 등은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이 자본잠식에 빠질 것을 우려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제도 도입 유예기간을 5년으로 늘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 그대로 IFRS17이 적용되면 국내 보험사들의 부채 총액은 42조원 규모로 증가하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급여력비율(RBC, 순자산<자산－부채＋내부유보자산>을 책임준비금으로 나눈 수치)이 감소한다”고 진단했다.
▲ 자료: 생명보험협회 및 금융감독원 ⓒ스카이데일리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RBC는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생명보험업계 평균 RBC 비율은 288%다.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장치 일환으로 보험업계에 RBC비율을 150% 이상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전체 생보사의 RBC 비율은 297.11%로 전년 동기 대비 1.8%p 상승에 불과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전산회계 시스템 구축만 해도 수십억원대 비용 투자가 필요한데 당장 회계기준이 강화되면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본확충이 필요해진다”며 “도입 시기가 확정된 만큼 다른 생보사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교보생명은 뾰족한 대책마련이 어려운 모습이다”고 말했다.
한편 신창재 회장은 지난 9월부터 “회사가 문 닫을 수 있다는 심정으로 변해야 한다”며 비상대응체제를 선포하고 비상경영에 나섰다. 신 회장은 상품, 영업, 자산운용, 경영관리 등 전 분야에 걸쳐 비상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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