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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구청 성안별관 옥상에 설치된 ‘길냥이 어울쉼터’ 강동구가 예산 등을 제공하고 ‘미어캣보호협회’ 회원들이 돌본다. 고양이가 사는 집은 현대건설에서 제공해 민관 합동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스카이데일리
‘길냥이 어울쉼터’가 최근 언론과 SNS상에서 화제가 됐다. 서울 강동구청 성안별관 옥상에 마련한 어울쉼터에는 길고양이 10여마리가 살고 있다. 2013년부터 둥지를 튼 ‘강동이’를 비롯해 주인이 버렸거나 구조된 고양이들을 모아 놓았다.
‘사람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라는 의미의 ‘어울쉼터’는 보호 및 치료가 필요한 유기묘들이 입양 때까지 지낼 수 있도록 한 장소다. 최재민 강동구청 동물복지팀장은 “강동이를 시작으로 유기묘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구청 직원들이 판자와 스티로폼으로 임시 집을 만든 것이 쉼터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유기묘는 강동구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다. 지역내 ‘캣맘’ 모임인 ‘미우캣보호협회’ 회원 10여명이 관리를 맡고 있다. 강동구가 설치한 길고양이 급식소 또한 지역 캣맘들이 관리한다. 관 주도의 사업이 아니라 민·관 합동 사업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옥상에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구청 직원과 고양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최 팀장은 “서로 지나치게 관심을 갖지 않는 지금 이런 모습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2013년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를 시작으로 문제행동 교정·동물매개 치유 등 다양한 동물복지 사업을 진행해왔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동물관련 정책을 펼치는 관청으로 유명하다. 강동구는 지난해 7월 동물사업을 전담할 동물복지팀을 신설, 운영 중이다.
‘강풀’ 의뢰 후 길고양이 급식소 61곳 운영…초등생 대상 생명존중 동물학교 운영도
길고양이 급식소는 웹툰작가 강풀(43·본명 강도영)의 요청에 착안해 시작했다. 강 씨가 이해식 강동구청장에게 “길고양이들에게 준 밥을 치우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그 때 이후 강동구는 지금까지 길고양이 급식소 61곳을 설치했다.
특히 효율적인 급식소 설치를 위해 건국대 부설 동물복지연구소에 연구 용역을 맡겨 급식소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급식 사업의 운영을 위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강동구가 길고양이의 개체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TNR)사업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져 있다.
▲ 강동구청 옥상은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길냥이 어울쉼터’가 생기면서 고양이와 어울리는 직원들의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사진은 고양이들과 어울리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스카이데일리
최 팀장은 “동물복지팀이 진행하는 사업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람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는 것”이라며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남아시아에 가보면 길거리에 고양이도, 개도 많이 다닌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동물들에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이처럼 서로 무관심한 상태로 지내야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공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물복지팀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판단해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동물학교’다. 관내 10개 초등학교를 지정해 3학년 또는 4학년 학생들에게 생명존중, 동물복지 등의 교육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교육 진행은 동물복지단체 카라에서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학생들이 교육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 발표도 했다.
최 팀장은 “교통행정과에 있을 때 안전이라는 개념을 어릴 때부터 익히게 하기 위해 자전거 교육을 실시했다”며 “동물도 마찬가지다. 왜 사랑해야 하는지, 왜 동물과 공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일찍부터 교육해야 인식이 바뀐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지역 내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문제행동 교정’ 사업도 추진한다. 최 팀장에 따르면 반려동물이 도심에서 살아가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짖거나 물거나 하는 등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70% 이상이라고 한다. 문제행동 교정 사업에 ‘강동 서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정원 주무관은 “사람도 어릴 때 집이나 학교에서 예절교육을 받는 것처럼 반려동물도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며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반려동물을 방치하면 결국 이웃 간 갈등을 불러 일으키거나 버려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려면 주인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사람과 동물이 친밀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동물매개 치유’ 사업도 펼치고 있다. 주로 중증 장애아동, 아동센터, 문제 청소년 등이 상담사 및 반려동물과 짝지어 치료 받는 형식이다.
최 팀장은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이 정말 많이 바뀐다”며 “말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아이가 어느 순간 말문을 트고, 웃지도 않던 아이가 동물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유기견이 쫓아버리면 산으로 도망…사람 탓에 3세대 지나 공격 성향 ‘들개’로 변신
동물복지팀에서 진행하는 업무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물병원 인허가, 사료등록, 동물등록 관리와 각종 민원 처리도 도맡아 한다. 특히 동물 관련 민원은 하루에도 몇건씩 들어와 팀원이 현장으로 출동하는 일이 잦다.
▲ 강동구청 일자리경제과 동물복지팀 소속 팀원들. 최재민 팀장(왼쪽)과 이정원 주무관. 또 다른 팀원인 심효힐 주무관은 인터뷰 당일 민원처리를 위해 출동한 상태였다. ⓒ스카이데일리
최 팀장은 “동물복지팀에서 일한다고 하면 귀여운 고양이를 떠올리는 등 좋은 모습을 상상하기 마련인데 사실은 안 좋은 모습을 더 많이 보는 게 우리 일”이라며 “어제도 주인이 경찰서에 잡혀가 있는 며칠 사이에 기르던 개 10여마리가 다 굶어죽었다는 민원이 들어와 팀원들이 현장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이 주무관은 “민원 중에는 ‘다친 동물이 있다’, ‘이웃 반려동물 때문에 피해를 본다’, ‘불법사육 및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동물을 잔뜩 늘리기만 하고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람)’ 등의 사례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며 “특히 위협적인 유기견을 잡아가 달라며 연락하는 경우도 많다”고 소개했다.
동물복지팀에 따르면 유기견은 반려동물이 버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공격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위협을 느껴 유기견을 공격, 사람들 영역에 들어오지 말라고 쫓아버린다.
최 팀장은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은 유기견은 산으로 도망친다. 그러다가 방견이 되고 3세대가 지나면 들개가 되는데, 들개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인제 한우 농가에 들개들이 침입해 소를 잡아먹은 일이 있지 않나. 이게 유기견이 들개화한 사례”라며 “서울에도 북한산과 관악산에 들개가 출몰해 등산객들이 위험한 상태다. 그런데 이 들개가 생겨난 까닭은 결국 사람들이 자기가 기르던 개를 유기했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 팀장은 유기견을 사람의 영역에서 쫓아낼 게 아니라 그냥 함께 공존한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지역내 고덕산에도 유기견이 종종 나타나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주무관도 “유기견뿐 아니라 길고양이도 마찬가지”라며 “어린 학생들이 새끼 고양이가 혼자 있는 것을 보고 집에 주워가거나 구청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어미와 새끼를 떼어놓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새끼가 살아 있으면 어미는 주변에 있다는 뜻인데, 사람 손을 타면 어미가 새끼를 거부해 생이별하게 만드는 셈이라고 한다. 이 주무관은 “무조건 불쌍하다고 또는 귀엽다고 함부로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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