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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 화장품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고 있는 화장품기업 에이블씨엔씨(사진)가 소비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다. 일부 제품을 리뉴얼 출시하면서 가격도 함께 올린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을 리뉴얼할 경우 소비자들의 반응은 더욱 냉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카이데일리
최근 인기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의 행보가 물의를 빚고 있다. 기존 제품과 거의 흡사한 제품을 ‘리뉴얼’이라는 명목으로 재출시하는 과정에서 슬쩍 가격을 올린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위 ‘꼼수 가격 인상’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특히 인기가 없거나 불만족도가 높은 제품이 아니라 오히려 인기가 높은 제품을 리뉴얼 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높게 일고 있다. 통상적으로 리뉴얼은 판매량 개선을 위해 기존 제품이 지닌 단점을 보완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결국 수익성 증대 목적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명 ‘핑크색 선크림’ 리뉴얼 움직임에 잡음…“예전에도 리뉴얼 후 가격 올랐다”
13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젊은층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신조어 중에는 ‘인생템’이라는 단어가 있다.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제품(아이템)이 마음에 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각 개개인이 지닌 고유의 특성과 맞아야 하는 제품의 경우에 더욱 흔하게 쓰인다.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화장품의 경우 각 개개인의 피부에 맞아야 하므로 어지간하면 한 번 사용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하기 마련이다. 혹여 바꾸더라도 상당수가 기존에 쓰던 제품을 다시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들의 이 같은 성향을 노리고 일부러 잘 팔리는 제품을 ‘리뉴얼’이라는 명목으로 가격을 올려 재출시하는 업체의 행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운영업체이자 유가증권 상장기업인 ‘에이블씨엔씨’다.
▲ 일부 소비자들은 ‘올 어라운드 세이프 블록 에센스 선’, 일명 ‘핑크색 선크림’이 단종된다는 소식에 여러개를 사놓았다고 인증샷을 올리거나 다른 대체할 만한 제품을 찾기도 했다. [사진=화장품 커뮤니티, 블로그 캡쳐화면]
소비자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미샤는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제품 ‘올 어라운드 세이프 블록 에센스선’, 일명 ‘핑크색 선크림’의 판매를 돌연 중단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서울 시내 손꼽히는 번화가인 명동, 신도림, 신림 등에 위치한 미샤 매장 10군데를 둘러봤지만 해당 제품은 품절된 상태였다.
화장품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해당 제품이 단종된다는 소식에 세일기간에 여러 개를 미리 사놨다’는 내용 등의 후기 글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1월 이 제품의 리뉴얼 소식이 전해지면서 잡음이 일었다.
미샤에 따르면 아직까지 리뉴얼 출시 날짜와 가격인상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은 앞서 사례를 들어 가격 인상 여부를 확실시 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미샤는 거의 매년 일부 품목의 상품명 변경 혹은 케이스 변경 등의 방식으로 리뉴얼을 실시해 꼼수 가격 인상 논란에 시달려 왔다.
신림역 미샤매장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손진아(29)씨는 “리뉴얼 후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뻔한 것 아니냐”며 “가격만 오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잘 쓰고 있던 제품인데 리뉴얼 후 성분이 바뀌어 피부에 맞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 소비자들은 리뉴얼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서는 “가격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미샤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리뉴얼 혹은 단종된 제품들 ⓒ스카이데일리
한 화장품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생템’으로까지 불리는 제품을 단종시키는 이유가 뭐냐”며 “결국 가격인상을 위한 명분 쌓기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는 불만 여론이 일고 있다.
일선 매장 또한 본사 측의 행태에 불만을 표출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입점한 미샤 매장 직원은 “(올 어라운드 세이프 블록 에센스 선) 제품은 워낙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회사 측에다가도 수차례 입고를 건의를 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품절상태라서 아마 서울지역에서는 어느 매장을 가도 구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자 “상품명·용기디자인 바꾸고 용량 줄여 리뉴얼 그리고 가격은 올랐다” 분분
미샤는 이번 ‘핑크색 선크림’ 리뉴얼 출시 이전에도 이미 비슷한 일로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앞서 미샤는 인기 제품에 대해 리뉴얼을 단행하면서 제품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 이는 또한 현재 ‘핑크색 선크림’ 관련 꼼수 가격 인상 논란의 배경이 되고 있다.
소비자 시민단체 및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미샤는 거의 매년 일부 품목의 상품명 변경 혹은 케이스 변경 등을 통해 리뉴얼을 실시하고 있다. 리뉴얼 제품 중 상당수는 기존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단종→제품가격 인상→(리뉴얼)재출시’의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지적이다.
▲ ⓒ스카이데일리
미샤의 주력제품 중 하나인 ‘팩트(pact)’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기초화장품의 한 종류인 ‘팩트’는 파우더의 기능을 합친 커버력이 높은 메이크업 제품을 말한다. 미샤는 지난해 자사 인기제품이던 ‘크림텐션팩트’를 ‘디오리지널 텐션팩트’로 리뉴얼 출시하면서 상품명과 용기디자인, 일부 성분 등을 변경했다.
용량은 15g에서 14g로 줄었지만 제품 종류에 따라 가격대는 동일하거나 더 올랐다. ‘내추럴 커버’ 라인의 경우는 1만5800원으로 전 제품과 동일했지만 ‘인텐스 모이스처’ 라인의 경우 2000원 더 오른 1만7800원이었다. 무게를 줄인 탓에 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두 제품 모두 가격이 오른 것으로 추산됐다.
붓펜 방식의 아이라이너(선명하고 또렷한 눈매를 연출하기 위해 눈 주위에 선을 그리는 메이크업 제품)인 ‘M 수퍼-블랙 브러쉬 펜 라이너’의 리뉴얼 제품 격인 ‘내추럴 픽스 브러쉬 펜라이너’도 마찬가지였다. 이 역시 용량은 0.6g로 동일했으나 가격은 2200원 가량 올렸다.
미샤는 앞서 2014년에도 ‘더 스타일 아트 디자이닝 세범컷 파우더(이하·세범컷 파우더)’를 ‘더 스타일 피팅웨어 세범컷 루스 파우더(이하·루스 파우더)’로, ‘더 스타일 아트 디자이닝 세범컷 팩트(이하·세범컷 팩트)’를 ‘더 스타일 피팅웨어 세범컷 프레스트 파우더(이하·프레스트 파우더)’로 각각 리뉴얼 출시했다.
이들 제품 중 ‘세펌컷 파우더’는 12g 제품이 1만1800원에 판매됐으나 리뉴얼 제품인 ‘루스 파우더’는 7g 제품이 1만2800원에 책정됐다. 용량을 줄이고 가격은 높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세범컷 팩트’ 11g 제품은 1만1800원이었으나 ‘프레스트 파우더’로 리뉴얼 된 후에는 11g 제품이 1만2800원으로 올랐다.
▲ 자료: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스카이데일리
2013년에도 기존 ‘올어바웃 이브 블라썸 이너 클렌징무스’ 제품의 일부 성분 및 용기를 변경해 1000원 더 비싼 8000원에 판매했다. 같은 해 ‘수퍼아쿠어 워터 서플라이 크림’ 역시 상품명과 용량을 그대로 유지한 채 가격만 1000원 더 올려 1만800원에 팔았다. 이 밖에도 미샤는 2011년 ‘그린티 립앤아이메이크업 리무버’ 제품도 케이스만 변경해 1000원 더 올린 5000원에 판매했다.
서울 시내 일선 화장품 매장을 둘러 본 결과, 상당수 소비자들이 미샤의 이러한 리뉴얼 행태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신도림에서 거주하고 있는 유수정(39) 씨는 “미샤 단골 고객이다 보니 쓰는 제품은 계속 쓰게 된다”며 “(리뉴얼해)가격이 올라도 어쩔 수 쓸 수 밖에 없는 것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명동에서 만난 대학생 이윤정(22) 씨는 “가격을 올리지 않고 리뉴얼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계속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며 “하지만 성분을 바꾼데다 가격까지 올려 버리면 살까 말까 고민부터 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신림에서 만난 대학생 주민지(21)씨 역시 “리뉴얼을 차라리 하지 않는 게 낫다”며 “잘 팔리는 제품은 그냥 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과거 인기제품 중 일부는 리뉴얼 후 가격을 내린 사례가 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과거 리뉴얼 후 가격이 인상된 제품을 나열하자 “확인 후 연락주겠다”고 말한 뒤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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