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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사람들]-대학생 공동행동(평화의소녀상 지킴이)

“우리의 비극 소녀상, 소녀들이 24시간 지켜요”

약한자에 비열한 일본 심장 흔든다…작은 비닐 텐트서 473일째 철야농성

정유진기자(jungyujin718@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15 0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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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화의 소녀상 동상을 지키는 대학생 공동행동은 매일 돌아가며 소녀상을 지키고 있다. 회원은 대학생이 주축이지만 주부, 초등생, 중학생도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최혜련 대학생공동행동 대표, 이소영  씨, 이하진 씨 ⓒ스카이데일리
 
3호선 안국역 6번 출구에서 약 500m, 일본 대사관 건너편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평화의 소녀상’이 보인다. 동상 옆에는 자그마한 비닐 텐트가 있다. 15일은 ‘농성 473일째’라는 글씨가 텐트 옆 화이트보드에 적혀 있다.
 
작은 텐트 안이 바로 소녀상을 지키는 ‘일본군 성노예제 사죄 배상과 매국적 한일합의 폐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이하·대학생 공동행동)’의 본부다.
 
대학생 공동행동은 지난해 28일 출범했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일본의 사죄를 요구했던 ‘대책위원회(대책위)’에서 비롯된 단체다. 전국 각지 대학생들이 참여해 수요집회 및 토요집회 등을 주도해왔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한·일 합의 이틀 뒤인 30일, 대학생들은 현재 대학생공동행동 본부가 있던 자리에 비닐 텐트조차 없이 주저앉았다. 주인공 없는 협약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부터 꾸준히 그 자리를 지켰던 학생들이 만든 단체가 대학생 공동행동이다. 스카이데일리가 비닐 텐트에서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 최혜련(23) 대학생공동행동 대표를 비롯해 이하진(25, 한국외대4), 이소영(23, 한남대4) 씨를 만났다.
 
전국 각지 대학생들 참여…주부, 초등생, 중학생도 나서 소녀상 지킨다
 
대학생 공동행동의 주 업무는 ‘소녀상 지키기’이다. SNS를 통해 희망자 신청을 받아 간단한 면접를 거치면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불손한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면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일장기를 두르고 찾아온다거나 비닐을 툭, 툭 치시는 분들 등도 자주 오세요. 텐트가 없을 때는 더 심했어요”
 
대학생 공동행동은 두 단체와 연대하고 있다. ‘환수복지단 학생위원회’와 ‘희망나비’라는 단체다. 이소영 씨는 대전에서 희망나비 활동을 하다 대학생 공동연대와 인연이 닿았다.
 
평소 사회 및 역사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대학생 공동연대로 활동을 넓힌 이유는 그의 전공인 미술과 관련 있다. 이 씨는 주로 사회 문제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다. 소녀상 지킴이 배지도 그의 작품이다.
 
“평소 사회문제와 역사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정작 제 자신이 사회와 역사를 제대로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생 공동연대를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우며 배우기 시작한 거죠”
 
지식 아닌 가슴…“우린 역사의 죄인, 이제 우리가 지키기 위해 모였다”
 
 ▲ 대학생 공동행동은 길거리에 열악한 비닐 텐트 안에서 매트 한 장 없이 소녀상을 지켜 왔었다. 그런데 최근 시민들의 도움으로 푹신한 매트를 선물받아 ‘본부’다운 구색은 갖출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회원들이 매트를 설치하기 위해 함께 작업하는 모습 ⓒ스카이데일리
 
수요집회 등에 참여하다 넉달째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최혜련) 대학생공동행동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역사 마니아였다. 태어난 날도 5월 18일이다. 6월 민주항쟁, 4·19혁명, 5·18민주화 운동 등에 대해 자세히 알고난 후 베일에 가려진 역사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사는 곧 정치적 기록이라고 생각해요. 조명을 받으면 기록되고 관심을 받지 못한 부분은 사장되는 거잖아요. 소녀상 지킴이 운동을 역사로 만들기 위해 정치적인 참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하진 씨는 대학 진학을 위해 국사·근현대사를 학습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입시를 위해 공부할 땐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보다 수능 과목에 불과했다. 위안부의 경우는 이런 일이 되풀이 돼서는 안되겠다는데 깊이 공감하고 있다.
 
“역사에서 전쟁사에 대한 비중이 무척 크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전쟁이 끝나도 후유증이 남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어떤 흐름에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돼 왔는가’를 훗날 깨닫게 되죠. 지금의 현대사는 역사를 너무 경제 성장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이소영 씨는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역사의 진실은 뉴스 속에 있지 않고 자신이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됐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탐구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늘렸다. 문제를 인지하는 것이 습관처럼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을 지켜주는 일에도 뛰어들게 됐다.  
 
“제 모토는 ‘지식인으로 살지 말고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자’에요. 대학에서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개선을 위해 행동했어요. 신기한 건 작은 행동, 작은 실천을 해도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주고 함께 움직여 준다는 거에요.” 
 
이 씨는 부산 소녀상 철거 이슈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옆에서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킨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공동행동 회원의 공통점은 사회 문제를 지식이 아니라 마음으로 공감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 문제가 나에게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일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최 대표는 “한 마디로 양심에 찔렸을 때 지나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에 가면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알린 장면이 있어요. 할머니는 역사에 기록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셨던 것 같아요. 후대에는 이런 전쟁 범죄를 겪지 않도록, 자신의 수치스런 피해를 기록하셨던 거에요. 그런데 일본은 역사를 지우려고만 하고 있네요”
 
평범하지만 역사에 강한 소녀들…“역사 바로 잡아야 모두가 잘 살아요”
  
 ▲ 회원들의 공동 목표는 한·일 합의를 폐기하는 일이다. 대학생 공동행동 회원들은 양심에 찔리는 일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였다고 했다. 앳된 모습의 그들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살아가고자 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하진 씨, 최혜련 대표, 이소영 씨 ⓒ스카이데일리
 
일부 어른들은 이들에게 부정적인 눈길을 보내고, 친구들은 외면한다. 공동행동 회원들도 ‘꿈’, ‘미래’ 라는 단어에 설레는 젊은 청년들이다.
 
회원들의 공동 목표는 한·일 합의를 폐기하는 일이다. 또 국가가 진심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돈이 사람보다 우선이 되는 세상을 꿈 꾼다. 또 그런 세상을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소영 씨는 “역사를 바로 잡아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원들은 이제 웬만한 일에는 화내지 않는다고 했다. 최 대표는 거의 “부처님이 됐다”고 표현했다. 원래 성격이 깔끔해 지저분한 걸 못 참았지만 지금은 열악한 텐트에 오래 머물러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특히 처음에는 ‘수상한 사람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얼마나 기댈 곳이 없으면 여기 와서 이럴까’ 하고 넘기게 됐다.
 
“좋은 일을 해도 앞장 서서 행동하면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에선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더 많이 만나 용기를 얻어요.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확신을 갖고 실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대학생 공동행동은 온라인 모금함, 배지 판매를 통해 활동비를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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