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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를 짓밟은 큰 죄, 소녀를 못지킨 원죄

스카이데일리 사설(社說)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기사입력 2017-04-17 00:02:57

인류는 역사 이래 수많은 전쟁사를 써 왔다. 전쟁의 참혹함에 치를 떨어온 인류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결코 그런 전쟁을 멈춘 일이 없다. 전쟁의 참상은 다른 말로 살육전이다. 타인을 적으로 삼아 무차별 죽이는 것이 용인되는 것은 물론 정당화 되기까지 해 많이 죽일수록 영광스런 승리가 된다. 그 과정에서 전쟁 피해자들이 우리 곁에서 늘 힘겹게 숨 쉬고 있다.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가 온갖 학대를 당한 이른바 위안부는 이런 전쟁 피해자의 상징이다. 전 세계 전쟁사 중에서 이 같이 끔찍한 피해를 겪은 사례는 없다. 수십만명에 달하는 10대의 꽃 같은 소녀들을 마구잡이로 끌고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온갖 성적 학대와 구타는 물론 살인까지 저지른 천인공노할 만행을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 저질렀다.
 
위안부 피해여성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하루 30명 이상의 성적 학대는 물론이고 폭력과 구타가 일상적으로 일어났다. 칼로 소녀의 몸을 긋거나 담뱃불로 몸과 성기를 지지기까지 하는 등 고문 그 이상의 금수만도 못한 짓들을 했다. 그리고 악랄한 방식으로 살인을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즐겼다는 증언들까지 나온다. 가장 약한 자에게 저지른 이런 죄악상은 야만의 극단을 달렸고 실로 잔인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일본의 위안부 죄악상은 용서받지 못할 인류의 대죄가 됐다.
 
하지만 이런 소녀들을 지키지 못한 우리의 원죄도 있다. 나라를 빼앗긴 비극이 이런 참상의 원인이 됐다. 국권을 송두리째 일본에 빼앗긴 것은 우리 스스로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가녀린 소녀들의 희생 앞에서 차마 눈물을 흘릴 자격도, 분노조차 표출할 자격도 없는 신세가 됐다. 더 비참한 자화상은 우리가 그 이후 역사에서도 소녀들의 희생을 눈감은 사실이다.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기는 커녕 냉대하고 외면해 사실상 그녀들을 두 번 죽였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의 범죄상이 전 인류의 지탄을 받는 일이다. 그래서 소녀들을 극악무도하게 능욕한 일본의 범죄상은 전 세계에 낱낱이 알려져야 한다. 일본은 경제적 보상으로 늘 할 일을 했다면서 자신들의 죄악상을 덮으려고만 한다. 심지어 온갖 거짓으로 일관하거나 침략의 한 행위로 정당화 하는 상상 이상의 행동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금의 일본 후손들이 자신들의 선조가 얼마나 금수만도 못한 만행을 저질렀는지를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당한 피해사실들이 낱낱이 공개돼야 하는 것은 바로 일본 후손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일본은 참으로 후안무치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일본은 틈만 나면 소녀상을 문제 삼는다. 소녀상 철거를 대놓고 요구하거나 나아가 소녀상 설치를 방해하고 있다. 일단의 일본인들은 소녀상에 위해를 가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최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또다시 부산 총영사관 앞 소녀상을 문제 삼았다. 그는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에게 소녀상을 이전해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는 길을 거침없이 가고 있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나가미네 대사에게 노골적으로 소녀상 철거를 한국정부에 전달하라고 요구했다. 가관인 것은 일본이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관을 소녀상에 반발해 본국으로 소환하는 치졸한 배수진을 쳤다는데 있다.
 
일본 대사는 지금까지 한일 관계에서 85일 공백이라는 최장 기록을 남겼다. 이어 아베의 소녀상 특명을 받고 귀임해 한다는 말이 ‘소녀상 철거가 전력을 다할 과제’라고 한 것이다. 일본은 이처럼 그들의 만행을 전혀 반성할 자세가 없다. 이번 사태만 봐도 극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소녀를 지키지 못했던 소녀들의 조국 대한민국은 이런 소녀상 문제에 또다시 강력히 대응하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단의 일본인들은 미국에서 조차 소녀상 철거에 전면적으로 나서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법원은 일본인들이 제기한 LA 인근 글렌데일 시 중앙도서관 공원의 소녀상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1·2심에서 모두 패소한데 이어 연방대법원에 상고한 것 역시 무위로 돌아감에 따라 글렌데일 소녀상은 영구 보존되게 됐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소녀상 철거의 주장 근거로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것이 외교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역사적 진실이 된 사실을 아직도 묻고 가리려는 행위가 그저 유구무언이다.
 
소녀상 이슈는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현재 진행형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1997년 8월 경기도 광주 위안부 피해자 복지시설 나눔의 집에 첫 설치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전국 지자체, 대학, 시민단체 등 민간에서 들불처럼 번진 평화의 소녀상 설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현재 전국 평화의 소녀상은 총 66개다. 그런데 이들 소녀상은 현행법상 공공조형물로 인정받지 못해 언제든 철거될 운명을 안고 있다. 급기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앳된 대학생들은 물론 초·중·고 학생들까지 나서 철야로 지키는 일을 매일 하고 있다.
 
소녀상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가 지키는 소녀들의 지킴이 행군은 500일에 가까워진다. 일본이 인정하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진실한 사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앞으로도 절대 중단할 일이 없다는 강경한 소녀들의 입장이 미안하고 대견스럽다. 가녀린 소녀들이 비닐 텐트 하나에 의지하면서 평화의 소녀상을 밤새 지켜가고 있는 모습은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매주 이어지는 수요 집회도 전 세계적으로 그 어떤 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사상초유의 최장횟수를 경신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만큼 소녀상은 일본의 죄악상을 만천하에 드러내려는 간절함이 묻어난 것이고, 소녀를 못 지킨 우리들의 역사적 원죄를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일로 승화됐다. 소녀상 설치가 현대판 3·1 운동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전쟁은 사실 피할 수 없는 이해관계의 조정역할을 한다. 갈등의 치유과정 내지 협력의 사다리라는 정치의 끝에 전쟁이란 수단이 늘 자리한다. 전쟁의 참혹함이 미화되는 배경에는 이 같은 상호 이해충돌이 저마다의 자기집단을 보호하고 책임지는 이타심으로 표현되는데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쟁은 이런 그럴듯한 명분을 먹잇감 삼아 특권 소수층의 허기진 권력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침략전쟁은 바로 권력욕에 사로잡힌 일단의 전범들이 벌인 노략질 전쟁이었다. 그 인간 이하의 노략질 정점에 바로 우리의 앳된 소녀들이 있었다. 일본이 소녀상을 두려워하는 이유엔 그들이 벌인 치졸한 만행이 얼마나 부끄러운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들불처럼 번지는 평화의 소녀상은 각급 지자체가 오히려 공공조형물로 자체 지정하고 나서는 중이다. 정부가 하지 못하는 일을 우리 국민들이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도 소녀상을 설치하고 또 지키고 있는 국민들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가 역사적 원죄를 씻어 낼 길은 대죄를 저지른 일본이 전범 죄수복을 벗지 못하게 하고, 그것을 스스로 입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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