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금자불견인(攫金者不見人)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확금자불견인(攫金者不見人)

‘돈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한다’

김종우 필진페이지 + 입력 2011-09-14 08:26:44

중국 제나라 사람 중에 금을 탐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시장으로 가서 금을 파는 곳을 찾아가 그 곳의 금을 훔쳐 가지고 갔다.

시장 관리인이 그를 붙잡고 어째서 남의 금을 훔쳤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사람은 “금을 가지고 갈 때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금만 보였습니다’라고 답했다.

열자(列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확금자불견인(攫金者不見人)’이라 했던가. ‘돈을 움켜쥐려는 자에게는 돈 외에

는 아무것도 보이지 아니한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지면 의리나 염치를 모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이야기는 회남자(淮南子)에도 나온다. ‘축록자목불견태산(逐獸者目不見太山) 기욕재외(嗜欲在外) 즉명소폐의(則明所蔽矣)’이다.

‘짐승을 쫓는 사람의 눈은 큰 산을 보지 못한다. 즐기고 욕심냄이 밖에 있으면, 곧 밝음이 가리워지는 바가 된다’는 의미로 태산에 들어가 짐승을 쫓는 사람의 눈에는 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가계 빚 1000조 원 시대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국민이 2000여만 원씩의 빚을 떠안고 있다. 그런데도 TV광고에는 여전히 돈을 빌려준다고 유혹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앞 다퉈 광고를 한다. 불경기 속에서 돈 빌려주려는 사람이 넘쳐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침 좋은 서적이 있다. 정답이 적혀 있다. 신간 ‘대출천국의 비밀’(저자 송태경)이다.

저자는 대출광고에 대해 “돈을 빌리겠다는 사람보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더 극성인 것은 대부업이 ‘황금알을 낳는 기적의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 대부업은 엄청난 폭리가 보장된 황금사업이다. 그러하면 우리나라가 이른바 ‘고리대금 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적정한 수준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을 정해야 한다’, ‘부당한 빚 독촉을 조장하는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고리대를 대신할 여러 유형의 대체 공급 수단을 발전시켜야 한다’라고 세 가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래도 안 되면? “법과 제도의 담당 주체, 즉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와 국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태도 변화를 강제할 여론의 형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저자는 강력히 제언한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등록금 마련을 위해서 대부업체에 손 벌린 대학생 수가 5만 명에 달하지 않은가?

금융감독원이 최근 대부업체 40곳을 조사한 결과,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한 대학생이 약 ５만 명, 빌린 돈은 794억 6000만원(4만 7945건)에 달한다. 더욱 심각한 건 1년 만에 1만 8000명, 돈으로는 230억 원이 늘었다는 것이다. 증가율만 따지면 40%에 달한다. 심각한 상황이다.

아무튼 극단적인 ‘화폐 물신(money fetish)’,‘황금 물신(gold fetish)’을 너무나 손쉽게 충족할 수 있는 즉금의 환경 속에서 찬찬히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다.

김종우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