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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유통업계를 주도하는 롯데그룹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오픈했거나 올해 오픈 예정인 점포 중 대구, 포항, 목포 등에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롯데아울렛 목포 남악점·롯데마트 대구 칠성점·롯데마트 포항 두호점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
사회 전반에 걸쳐 소상공인·골목상권 보호, 중소·중견기업 지원 정책 강화 등을 외치는 목소리가 유독 높다. 반대급부로 상생협력 저해 행위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대기업 계열 유통업체들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대한민국 내수경제를 주도하는 유통업계, 그곳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유통재벌 롯데그룹의 행태가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다. 마트·아울렛 등 자사 유통시설을 늘리는 과정에서 주변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마트 진주점 ▲롯데마트 경기 시흥배곧점 ▲롯데몰 서울 은평점 ▲롯데아울렛 목포 남악점 등을 신규 출점했다. 올해도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 ▲롯데마트 서울 서초꽃마을점 ▲롯데마트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점 ▲롯데마트 대구 칠성점 등 4곳의 개점을 앞두고 있다. 완공된 이후 소상공인들과의 마찰로 개점을 연기 중인 포항 두호점과 경기 양평점까지 합하면 올해 신규로 출점하거나 출점이 임박한 지점은 6곳에 달한다.
좁은 지역에 마트만 우후죽순, 초대형 롯데마트 개점 앞두고 소상상인들 ‘결사항전’ 의지
스카이데일리는 롯데그룹의 대형마트 입점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반반이 극심한 지역을 직접 찾았다. 롯데마트 대구 칠성점 인근에 위치한 칠성시장, 롯데마트 포항 두호점 인근에 위치한 죽도시장 등이다. 두 지역 상인들은 롯데마트 입점으로 인해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롯데마트 대구 칠성점은 대구광역시 북구 칠성동2가 725 일대 지어진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대형마트다. 총 부지면적은 3만5691㎡(약 1만815평)에 달한다. 칠성점은 당초 회원제 창고형 빅마켓으로 이달 오픈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근 칠성시장 등 상인들의 반발 여론에 부딪혀 약 5개월여 가량 미뤄진 상태다. 영업형태도 창고형이 아닌 일반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통상적으로 창고형의 경우 제품 가격이 저렴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여파가 일반형에 비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인근 소상공인들은 롯데마트가 문을 여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칠성시장 상인들은 당장 생계가 위협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칠성시장 반경 2km 이내에 이미 이마트 칠성점과 홈플러스 대구점 등 대형마트 2곳이 영업중인 상황에서 롯데마트 칠성점까지 문을 열면 사실상 사망신고나 다름없다는 게 상인들의 반응이었다.
▲ 오는 10월 오픈 예정인 롯데마트 대구 칠성점 인근에는 칠성시장이, 지난 2013년 2월 완공 이후 개점이 미뤄지고 있는 포항 두호점 인근에는 죽도시장 등이 각각 위치해있다. 이들 시장 상인들은 롯데마트가 개점하면 생계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사진은 대구 칠성시장(사진 위쪽)과 포항 죽도시장 ⓒ스카이데일리
칠성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철용(38·남) 씨는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인근 시장들은 당연히 피해를 입는 것 아니냐”며 “지난 2002년 이마트 칠성점 오픈 이후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는데, 더 큰 규모의 롯데마트가 문을 열면 앞으로는 먹고 살 길 자체가 막힐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각종 과일을 취급하고 있는 소매상 신경숙(가명·44·여) 씨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팔달시장에서도 지난 2012년 이마트 비산점 개점 당시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상생협약을 통해 10억원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후 손님들은 전부 이마트로 발길을 돌려 보상금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씨는 이어 “당장 주변에 대형마트 1곳만 생긴 팔달시장의 상황이 그 지경인데 우리 롯데마트 뿐만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내로라하는 대형유통마트들이 줄지어 있는 우리 칠성시장은 오죽하겠냐”며 “대기업들은 상생협력 방안을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이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상인 한재권(41·남) 씨는 “가뜩이나 우리 칠성시장과 같은 전통시장들은 인기가 한 풀 꺾여 장사하기 힘든데 롯데마트 개점하면 사실상 장사를 접어야 할 판이다”면서 “요즘 같이 먹고 살기 힘든 불경기에 평생을 시장에 의존해 온 우리 같은 사람들은 장사를 접는 즉시 먹고 살길이 막히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슷한 상황은 경상북도 포항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374 일대 4만6926㎡(약 1만4220평) 부지에 들어서는 롯데마트 포항 두호점은 이미 지난 2013년 2월 완공됐다. 하지만 죽도시장 등 인근 소상공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4년째 개점이 미뤄지고 있다.
죽도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채림(37·여) 씨는 “포항 시내에 롯데마트 두호점을 제외하고 이미 대형 유통마트가 9개나 들어서 있다”며 “보통 인구 10만명 당 대형마트 1개가 입점한다고 하는데 포항시는 인구 5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두호점까지 들어서면 포항 시내에만 대형마트가 10개나 되고, 심지어 두호점은 그 중 규모가 가장 크다”며 “가뜩이나 요즘 손님도 크게 줄었는데 두호점까지 열면 죽도시장 상인들을 비롯해 주변 영세업자들은 길거리에 내몰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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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 = 이미지 클릭 / [그래픽=정의섭] ⓒ스카이데일리 |
이성달 죽도시장번영회 회장은 “표면적으로는 마치 죽도시장 상인들만 반발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두호점이 문을 열면 죽도시장만 죽는 게 아니다”며 “두호점 반경 1km 이내 장량시장, 장성종합시장, 그린종합시장, 두호1시장 등 전통시장들과 주변 골목상권 상인들은 전부다 다 피해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죽도시장번영회가 포항 시내 상권 전체의 대표성을 가지고 앞장서서 두호점 개점을 저지하고 있다”며 “롯데그룹과의 상생협약은 영구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어차피 피해가 불가피하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협약을 맺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못을 박았다.
롯데아울렛 개점 강행 후 주변 상가 잇단 폐점 등 상권 초토화…물 건너 간 상생협약
지난해 12월 인근 상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문을 연 롯데아울렛 남악점 인근 지역에서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나타났다.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2622 일대 총 6만6115㎡(약 2만34평) 부지에 3층 규모의 아울렛과 2층 규모의 마트로 구성돼 있는 롯데아울렛 남악점은 개점 전부터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상인 및 지자체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남악점이 목포시와 더 가까운 위치에 있지만 행정구역 상 전남 무안군으로 분류돼 있는 점이 논란의 단초가 됐다. 무안군이 사업 허가를 내줬지만 목포시가 이를 문제 삼았다. 목포 상인들이 골목상권 침해를 이유로 격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남악점은 일반 대형유통시설 개장 때와는 달리 오픈 기념행사 등을 생략한 채 서둘러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남악점 인근 행정구역 상 목포시에 위치한 상인들은 여전히 영업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일부 상인은 우려했던 피해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목포시 상인 김두관(가명·55·남) 씨는 “도서·산간 지방이라는 목포시의 지리적 특성상 인근 신안군 등 섬 지역에서 주말에 목포로 넘어오는 유동인구가 목포 상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주일 매출 중 주말 매출이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아울렛 오픈 이후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적을 때가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목포시의 주요 상권 중 한곳인 하당동 일대는 아울렛 오픈 이후 공실률이 엄청나게 증가했고, 특히 2층 이상 상가 건물들 중에는 꽉 찬 곳 찾기가 힘들다”며 “상인들이 사업을 포기하거나 가게가 망하는 등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요즘 빈 가게가 늘어난 것이다”고 덧붙였다.
▲ 지난해 12월 개점한 롯데아울렛 목포 남악점은 주변 상권에 예상보다 더 큰 피해를 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산간지방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주말 유동인구가 많은 인근 상권들은 아울렛 개점 이후 주말 매출이 급감해 폐점하거나 공실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롯데아울렛 목포 남악점 인근 공실 상태로 방치된 상가 건물들 ⓒ스카이데일리
아울렛이 위치해 있는 남악신도시 인근 상권이 경우, 상인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현재는 휑한 분위기까지 연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스카이데일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한 결과, 이미 폐점했거나 공실 상태인 상가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양승길 남악롯데복합쇼핑몰 입점저지추진위원회 대표는 “아울렛이 들어선 후 땅값이 올라 호재를 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며 “하지만 그만큼 가게 임대료가 올라 대부분의 상인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양 대표는 “상인들이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결국 폐업을 하게 되면 상가 건물주나 부동산 등도 피해를 입는 악순환 구조로 접어들게 된다”며 “아울렛 오픈하기 전부터 우려했던 일들이 오픈한지 반 년 만에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미 오픈한 아울렛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롯데 측과의 상생협약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면서 “상생협약을 맺게 되면 롯데 측에서 본격적으로 아울렛 홍보에 나설 것이 뻔한데 그러면 상생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상인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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