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릉 
광주 
울산 
)
▲ 이성은 기자 (정치·사회부)
지난 1999년 10월 30일 오후 7시쯤. 인천시 중구 인현동의 한 4층짜리 상가 건물에서 불이 났다. 불은 건물 지하에서 내부 수리 중이던 노래방에서 시작됐다. 불은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2층의 호프집과 3층 당구장에 있던 52명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질식해 사망했다. 피해자 중에는 10대 청소년도 많았다.
특히 호프집에는 창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있던 창문을 통유리로 바꿨다. 비상구도 없었다. 출입문만 달랑 하나 있었다. 불과 함께 매캐한 유독가스는 호프집을 가득 채웠다. 화재가 처음 발생했을 때 손님들이 빠져나가려 하자 호프집 사장은 출입문을 잠그고 돈을 내고 나가라고 소리쳤다. 몰상식한 업주의 태도는 피해를 더욱 키웠다.
이 사고로 인해 노래방,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업소에는 출입문 이외에 비상문을 설치하도록 하는 다중이용업소 안전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생겼다. 특별법에 따르면 비상문은 출입문 반대편에 위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출입문 반대편에 위치해야 한다는 비상문이 건물 외벽에도 달려 있도록 한 것이다. 다중이용업소를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는 음주 중이거나 이후에 찾아오는 점을 감안할 때 위험할 수밖에 없다. 화장실을 찾는다는 이유로 음주 후 정신없이 문을 열다 건물 밖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종종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강원도 춘천시의 한 노래방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의 안내문이 적힌 종이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일선 업소에 지도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을 털어놓았다.
기자가 직접 찾은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도 마찬가지였다. 방마다 소화기 등이 비치돼 있어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특히 지하에 위치한 업소들은 비상구가 어디 있는지조차 찾기 어려웠다. 화재가 발생한다면 출입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갈 수밖에 없을 것처럼 보였다.
기자와 전화 통화했던 한 소방공사 업체 대표는 업계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를 전했다. 그는 “모텔 방안에 설치돼 화재 발생 시 창문으로 타고 내려올 수 있는 완강기를 이용한 사람 중 살아남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이어 그는 “소방 점검을 받을 당시에는 점검자가 직접 타보기도 하는 등 꼼꼼한 과정을 거치지만 사후 조치가 미흡하거나 동일한 제품 중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소방 시설이 부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업주들이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거나 관리 소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화재 사고에서 ‘인재(人災)’인 경우를 찾기 어렵지 않다. 다중이용업소 업주들의 안이한 생각과 조치가 수많은 사상자를 낼 수도 있다. 업주들이 경각심을 갖고 영업장의 소방시설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