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 명리학자 김태규 칼럼니스트
먼저 우리나라의 경우부터 얘기를 하자. 대표적인 행사를 손꼽으라면 88 서울 하계올림픽과 2002 년의 한일 월드컵, 2010 년의 G 20 정상회의, 그리고 2018 년에 예정된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특히 88 서울 올림픽은 우리에게 있어 대단히 의미가 깊은 행사였다. 우리 국운은 1964 년이 입춘 바닥이었으니 그로부터 24 년이 흐른 1988 년은 대한민국에 있어 최초의 풍요가 시작되는 財運(재운)이었다.
88 서울 올림픽 이후 이런저런 비관론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힘찬 성장과 발전의 행보를 거듭해 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서울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것은 1981 년 가을이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즉 1988 년 올림픽 개최 당시의 분위기와 개최가 결정된 1981 년의 우리 사회 분위기는 천양지차가 있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전두환 정권이었고 이에 무척 암울했었다.
1981 년 가을 올림픽 개최가 결정되었을 때 물론 대다수 국민들은 기뻐했지만, 비판적인 여론도 결코 적지 않았다. 나름 머리에 든 것이 있다 자부하는 사람들이 더욱 그러했다.
군사독재 정권이 다스리는 나라가 그런 행사를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이 있느냐, 과연 그런 대규모 국제행사를 무사히 치러낼 수 있겠느냐 등등 비판여론이 있었고 특히 야당이나 체제 비판적 인사들은 상당수가 사석에서 부정적 생각을 털어놓았다.
사실 우리 경제는 거의 외환위기 직전에 처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당시 미국의 시티 은행이 외화가 동이 난 우리에게 지급보증을 서주지 않았더라면 디폴트 사태를 맞이할 뻔도 했다.
무역수지는 늘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서 만성적인 적자상태였기에 우리 대한민국은 결국 자본주의 강대국에 대해 종속 관계를 면하지 못할 거라는 이른바 ‘종속이론’이 학원가를 중심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당시의 이런 분위기를 나는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26 세였던 나는 일본 좌파경제학자들이 한국경제의 암울한 미래에 대해 저술한 책들을 열심히 읽고 있던 터라, 당연히 종속이론이 옳다고 신봉하고 있었다. 나 역시 그때는 시니컬한 좌파였다.
이에 1981 년 가을, 서울 올림픽 개최 소식을 텔레비전을 통해 내 귀로 듣고 또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나 역시 올림픽이 제대로 되기가 어렵다는 생각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 배경에는 군사정권이 서울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게 되면 그를 내세워 통치의 정당성을 강화할 것이니 우리 대한민국은 영원히 군사독재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우울한 생각이 개재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7 년 뒤 1988 년에 가서 그런 내 생각은 정말이지 180 도 빗나가고 말았고, 서울 올림픽은 대단히 성공리에 치러졌다.
1986 년부터 무역 또한 예전에 없던 수출증가에 힘입어 대폭의 흑자를 보였다.
전두환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후보로 나선 노태우는 1987 년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받아들였고 이어 그해 말에 대통령에 당선되었으며, 이듬 해 88 서울 올림픽 또한 성황리에 마칠 수 있었으니 아니 이럴 수가? 했다.
이건 뭐야 싶었고, 한동안 정신이 멍멍했던 기억이 난다.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어딘가 틀려도 단단히 틀려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딴에 영어 원서를 그리 어렵지 않게 독해할 수 있는 능력에 다방면에 걸쳐 폭넓은 독서를 한 사람이라 은근히 자부하던 나였다. 시니컬한 면이 있지만 누구보다 날카로운 분석력을 지녔다고 자부하던 나였지만 그게 모두 엉터리 뻥이었음을 알았다.
나란 사람은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허약한 선병질 체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간단히 말하면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이다.
88 올림픽이 끝나고 그해 겨울 어느 날 나는 서재에 있던 좌파이론에 관한 책들을 죄다 내다 버렸다.
한때 그토록 탐독했던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와 같은 국내 좌파학자들의 책과 일본 학자들, 그리고 서구 학자들의 책까지 몽땅 버리고 나니 대략 4 백 권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내다 놓았더니 폐지 수집하는 아저씨가 땡큐!하며 가져갔다.
나는 대학시절 파우스트를 탐독하면서 한 가지 단단히 배운 것이 있는데 ‘모든 이론은 잿빛이니 오직 푸른 것은 저 영원한 생명의 나무’라는 驚句(경귀)였다.
나는 그 배움에 따라 그날 좌파학자들의 책을 대거 버린 이후, 다소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고 해서 우파냐 좌파냐에 관계없이 그 어떤 이론도 섣불리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제 아무리 훌륭한 이론도 시간을 통해 세상 속에서 검증하고 또 검증되면서 탄탄한 이론으로 성립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개인적인 얘기가 다소 길었는데, 돌아와서 88 올림픽을 경험하면서 나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함부로 예단하지 말 것, 언제나 현실이 내 개인의 머리를 앞서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식이다. 1981 년 가을 서울 올림픽 개최 소식을 들었다면 군사정권 운운하면서 공연히 비관하거나 시큰둥해 할 일이 아니라, 아,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대단한 발전을 하게 되겠구나 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1981 년 당시 내가 엉터리 좌파 노릇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거라 생각한다.
당시 기억에 삼성전자는 주당 9 천원을 오르내리고 있었는데, 당시 나는 올림픽을 한다면 저 주식을 사서 장기보유한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걸 사서 지금껏 보유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130 만원이니 그것만으로도 145 배의 투자수익일 것이고 그 사이에 유상과 무상 증자를 받고 또 배당수익도 많았을 것이니 그 수익은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남보다 앞서가는 자는 운이 따랐든 재주가 좋았든 간에 남과는 다른 뛰어난 점이 있었기에 그런 것이라 봐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은 좋은 사업 아이템, 기발한 아이디어, 기존의 시드 머니 등등 이런 요소가 아니라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관건이라 여긴다.
그런데 미래를 제대로 바라보려면 쓸데없이 책 몇 권 읽고 난 뒤 이상한 판단이나 주관을 정하지 말고 항상 눈앞의 현실에 대해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견문을 넓게 하면서 어떤 문제에 대해 자기 주관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이것인지 저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는 언제나 ‘눈앞의 현실이 선생이고 정답’이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는 것이 좁은 소견을 가지고 내 志操(지조)다 信念(신념)이다 하고 고집부리는 것보다 백배 천배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물론 우리 사회에는 이상한 지조를 가진 선비들이 너무나 많긴 하지만 말이다.)
오늘에 이르러 그간 내가 연구하고 검증해낸 ‘순환이론’과 또 그에 입각한 나라별 국운에 관해 살펴보면 어떤 나라가 대규모 국제행사를 개최할 때는 그것이 그 나라의 국운과 연관해서 상징적이고도 중대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의 경우 88 서울 올림픽은 우리가 본격 상승 궤도에 진입한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2002 한일 월드컵은 우리 국운이 이제 가을 수확기를 눈앞에 둔 황금벌판의 때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어 2010 년의 G 20 정상회담은 이제 우리 대한민국이 겨울에 들어갈 무렵이라 발전을 끝내고 나름 한껏 세련미를 발산하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2018 년 평창 동계올림픽은 1988 년부터 시작된 풍요와 발전의 때가 마무리되었음을 알리는 겨울 축제라 하겠다.
김태규의 희희락락호호당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